2019년 9월 2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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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로크 가게, 이색 직업을 만나다

오버로크(overlock)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주로 이름표, 계급장, 부대마크 등을 옷에 덧대어 붙이는 재봉 작업을 말한다. 외래어라 오버록, 오바로크 등등 여러 표기가 있지만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 용례에 따르면 오버로크(overlock)가 올바른 표현이다.

파주읍에 오버로크를 하는 이색 가게가 있다고 하여, 찾아가 보았다.

파주읍에 위치한 오버로크 가게 '중앙레포츠'

[파주읍에 위치한 오버로크 가게 '중앙레포츠']

김성삼(78) 사장은 “이북 사리원이 고향이었는데 전쟁 통에 서울로 피난 나왔다가 큰 형님이 1955년에 파주로 들어와 이듬해부터 오버로크 가게를 열었어요. 저는 그 당시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1957년부터 형님 일을 도왔지요. 그러다가 1970년에 형님이 돈을 벌어 서울로 가시면서 이 가게를 넘겨받았어요.”라고 한다. 형님이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때를 기산으로 올해 64년째다.

김성삼 사장

[김성삼 사장]

가게 내부

[가게 내부]

요즘에는 일거리가 줄어서 돈벌이가 시원찮다고 한다. 어쩌다 군인들이 군부대 마크나 계급장을 가지고 와서 달아달라는 경우가 있단다. 요즘은 군에서 사병들에게 군복을 지급할 때 아예 이름표, 계급장, 부대마크 등을 붙여서 지급한다. 진급 때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달린 계급장에 끈끈이가 붙어 있어 탈 부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전 계급장을 떼어 낸 후 후배에게 물려주고 자기는 새로 지급받은 계급장을 끈끈이에 붙이면 된다. 그러니 할 일이 없다.

[군부대 마크, 계급장, 이름표 등을 부착한 물품
마크, 계급장, 이름표 등을 부착한 물품

[군부대 마크, 계급장, 이름표 등을 부착한 물품]

오다가다 구멍 난 옷을 수선하러오거나 군장품 애호가들이 옛날 계급장을 찾으러 올 때가 있다. 간혹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이 인디언추장 문양을 만들어 달라는 경우도 있다. 이런 그림은 요즘 컴퓨터 프로그램화되어 수월하다. 다만 컴퓨터작업은 똑같은 그림을 대량으로 만들기 때문에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특이한 문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그 외에는 창업 초창기부터 JSA에 근무하고 있는 미군들 완장을 해주고 있는데 그 일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각종 문양

[각종 문양]

인디언추장 문양

[인디언추장 문양]

JSA 완장

[JSA 완장]

언제 보람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제가 손재주가 좀 있었던지 미극동사령관이 발령을 받아 본국으로 떠난 후에도 옷을 부쳐와 새 계급장과 마크를 붙여서 보내준 일이 있어요.” 라고 대답한다.

그동안 험한 세상의 부침을 겪어봐서 그런지 김 사장은 신중하고 입이 무거웠다. 그의 얼굴에서 좀체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기자가 그것 말고 또 없느냐고 묻자 숨겨 둔 비밀을 알려주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처음 오버로크를 배울 때 미군위문 공연이 많았어요. 50년대는 마릴린 먼로가 왔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가 직접 겪은 일로는 60년대 초로 기억하는데 '미국 코미디의 황제'라고 불렸던 밥 호프(Bob Hope, 1903~2003)가 판문점에 위문공연을 온 일이 있어요. 그 때 공연을 마치고 난 후 자신의 기념모자에 계급장을 새겨달라고 왔어요. 아, 그런데 이 친구가 별을 5개 새겨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별은 4개가 최고인데 왜 5개를 새기느냐고 묻자 자기는 별 4개짜리를 웃기고 울리는 사람이니까 별 5개는 달아도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별 5개를 만들어 붙여주었더니 좋아했지요.”

김 사장이 작업하는 기계
재봉틀

[김 사장이 작업하는 기계]

가게 안에는 김사장이 수작업으로 수놓은 각종 그림과 글씨들이 걸려 있었다. 그는 지난 세월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군 때문에 이 직업을 가졌고, 그동안 다른 사람보다 궁핍하게 살지 않았다. 경기 좋을 때 열심히 일해서 집과 가게를 장만해서 점포세 내지 않고 가게에 나와 이렇게 소일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젊은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물었다.

“요즘 사람들은 이기적이에요. 국가관 이런 것이 부족해 아쉬워요. 앞으로 젊은 사람들은 좀 더 머리를 써서 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뭔가 과학발전에 이바지하는 그런 일 말이죠.” 전쟁을 겪고 오버로크 일만 60년 넘게 해온 장인이 해 줄 수 있는 값진 충고였다.

○ 중앙레포츠
- 주소: 파주시 파주읍 파주리 428-21
- 문의: 031)952-4549

취재: 김용원 시민기자

작성일 : 2019-8-27 조회수 :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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