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4일 (월)
칼럼
명사의 서재 4
이재석 선생의 서재, 마음이 담기는 쉼터

교하도서관과 상상파주가 만나는 네 번째 파주의 명사는 민통선 마을인 임진강 해마루촌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재석(48) 선생이다.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임진강 기행모임을 6년째 이끌고 있다. 임진강은 유구한 세월을 흐르고 있으며, 사람들은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여전히 역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재석 선생은 <임진강 기행>에서 임진강 주변의 마을들을 세심하게 찾아냈다. 그는 임진강에게 받았던 신세를 조금이라도 갚고 싶다고 했다.



서재는 마음이 담기는 쉼터, 생각하는 장소

“제가 해마루촌에 들어온 것은 2001년입니다. 농사는 그 전부터 짓기 시작했었지요. 지금 이 마을에는 60가구가 살지만 들어올 때는 각각 집을 지으면서 들어와 정착을 했습니다. 나이 드신 실향민들이 많은 마을로 역사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저는 우리 마을이 가장 좋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농촌에서 살면 주경야독(晝耕夜讀)을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농사가 끝나는 겨울에 가장 많이 읽고 쓴다고 말한다. 이 선생의 서재 관리는 특별하다. 그는 책을 쌓아두지 않고 몇 년에 한 번씩 안 보는 책을 버린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편인데, 그러다가 마음에 와 닿는 책이 있으면 산다. 그는 “내가 책을 살 때 그 책은 내가 ‘본 책’이다. 책은 다시 볼 수 있는 책을 사야 오래 생각하며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전한다.

책은 고민거리 던져주기

이재석 선생은 고려대 농대를 졸업했지만 농사를 처음부터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도 여느 젊은이들처럼 직장인이 되어 직장 생활도 해보았다. 그러나 그의 체질에 맞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농사를 지으신 것도 있었지만, 그는 고향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농사짓는 삶을 자연스럽게 선택했다. 처음 농사 시작했을 때는 참 재미있었는데, 오히려 요즘 고민이 많다. 알면 더욱 복잡해지는 것이 농사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는 개인의 삶을 돌아보는 책을 좋아하는데, 이런 책들은 고민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최근 그가 읽은 책이 <행동하는 예수>다. 이 책은 신성(神聖)으로서 예수가 아니라, 인성(人性)을 가진 예수를 조명하고 있다. 고민하고, 고통 받는 예수를 통해서 나를 돌아보게 한다.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때 세계문학전집 중에 꽂혀있던 책이 있었습니다. <레미제라블>, <프란다스 개>등 있었는데, 그 중에서 <프란다스 개>는 여전히 생각나요. 마지막 장면이 파트라슈를 안고 네로가 죽는 것이었어요. 제가 책을 읽으면서 유일하게 울었던 책이기도 하지요. 왜 부자 여자 친구, 아로아였나요? 네로를 구하지 못한 채 책이 끝났는지, 어린 마음에 너무 안타까워하며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납니다.”

글쓰기는 흉내내기

이 선생이 파주자원봉사센타에서 근무할 때, 그곳 소장님이 봉사 영역을 넓혀볼 것을 제안했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을 드러내는 일도 봉사라고 했었다. 작은 안내책자 만든 게 그 시작이었다. <공릉의 풀꽃나무>,  <심학산이야기>, <마을로 흐르는 시내 문산천> 등이 비매품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 중 <임진강기행>을 2010년에 다시 출판했다.

이 선생은 책을 쓰는 일 이외에도 여러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08년 DMZ생태평화학교는 회원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운영을 맡고 있고, 2009년부터 걷기 모임도 매달 하고 있다. 임진강은 접근이 쉽지 않은 낯선 곳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가볼 수 있는 임진강 주변 마을도 많고, 문화재며, 유적지 등도 많다. 천연의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한반도에서 거의 유일한 곳도 임진강이다.

그가 쓴 <임진강기행>에는 많은 마을이 나온다. 그 속에 담겨있는 인물도 많다. 짧은 문장은 강렬하고 호소력이 있었다. 그것을 그는 “저는 흉내 내기를 많이 해요. 책을 읽다보면 글이 마음에 드는 경우가 있고, 글쓰기가 마음에 드는 경우가 있어요. 글쓰기가 완전히 체화될 때까지 반복해서 읽고 써 보는 훈련을 했었지요. 그럼 아, 글을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 하는 순간이 옵니다. 저의 경우 ‘나만의 글쓰기’는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되었어요.”라고 전한다.



책읽기는 ‘서삼독’, 삶의 변화 모색

그가 신영복 선생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서삼독’을 말한다. 신영복 선생은 책을 세 번 읽어야 한다고 했는데, 한 번은 텍스트를 중심으로, 또 한 번은 작가의 입장에서, 나머지 한 번은 독자 스스로 읽어내야 한다고 전했다. 책을 읽는 어느 순간 나의 감정과 작가의 감정이 일치하여 하나의 연결고리가 될 때가 있다. 그 때 멈춘다. 그 다음 상상을 하게 된다. 추억일 수도, 어제 쓰다만 일기일 수도 있지만 촉발된 생각을 멈춰야 책장이 넘어간다. 그래서 책을 읽는데 오래 걸린다. “책은 생각을 만들어내는 고리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 책에 단순히 빠지면 안 되지요. 나의 삶을 변화해야 하고, 무언가 얻을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을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라며 책을 통해 나의 삶, 나의 생각, 나의 태도 등을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결국 나다움을 찾는 길잡이가 진정한 독서의 역할로 본 것이다.

<임진강기행>에서 그는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역사는 쉼 없이 강을 타고 흘러간다. 사람들이 들어온 이후로 임진강은 역사의 한 순간, 한 때를 놓치지 않고 꼬박꼬박 짚어서 흘러왔다.’고 말했다. 우리가 독서를 하는 것도 우리의 삶에서 쉼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일 것이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



 [ 명사의 추천]

1. 우리들의 하느님(권정생, 녹색평론사) : <몽실언니>와 <강아지똥>으로 유명한 권정생 선생의 작품이다. 이재석 선생은 최고의 생태와 평화의 교과서로 꼽았으며, 내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극찬한다.
2. 대화(리영희, 한길사) : 세상에 리영희는 잘 알려진 지식인이다. 그는 북한 출신으로 기자였고, 교수였다. 그의 글은 어떤 사실, 사건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일에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 항상 그의 글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통찰력을 보게 된다.
3. 더불어 숲(신영복, 랜덤하우스) : 신영복 선생이 세계 여행을 다녀오고 쓴 기행문이다. 여행지에서 찾아낸 인문학적 가치를 쓴 책이다.
4. 전쟁과 사회(김동춘, 돌베개) : 6·25전쟁은 지금도 진행형인 전쟁이다. 대립 선에는 전쟁이 있었다. 이념 논쟁도 많았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남·북한 전쟁이 미친 영향, 점령지에서의 삶, 그곳에서 벗어나서의 삶, 학살지에서의 삶 등 키워드로 전쟁을 재해석한 책이다.
5. 행동하는 예수(김근수, 메디치미디어) : 예수의 삶이 보이는 복음서를 해설한 책이다. 신성(神聖)으로 예수가 아니라 인성(人性)으로 예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이라면 얼마나 고민과 고통이 많았을까.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 속에서 선택하는 예수를 새롭게 보여준다.


취  재 : 한윤주 싱싱뉴스 시민기자

작성일 : 2014-11-10 조회수 : 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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