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8일 (금)
Feel 通
동네 책방에서 느끼는 일상의 행복(1탄)

바쁜 일상 속에서 문득 하늘을 보니, 문득 가을이 느껴져 괜한 여유가 생긴다. 책 한권 읽어볼까 싶지만 뭘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때 동네를 거닐다 무심코 들어선 작은 책방에서 좋은 책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면 멋지지 않을까? 이렇듯 소박한 일상의 행복을 가능케 하는 동네 책방을 찾아보았다. 파주에서 전국 동네책방 네트워크에 속한 곳은 단 네 곳. 우선 ‘발전소책방.5’와 ‘동화나라’의 이야기를 전한다.

발전소책방.5

- 독특함 가득, 캐면 캘수록 재미 풍성

발전소책방.5 외관

[발전소책방.5 외관]

교하의 한가로운 주택가에 자리한 발전소책방.5는 독특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커피발전소.5에 세 들어 살지만 공간은 2/3를 차지하고 있다. 책방 주인이 따로 없고 협동조합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책을 팔고 있지만 책을 사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전시된 책은 장르 불문이지만 독립서점 책들이 많다. 세트를 마련, 선택의 재미가 있다.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매출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매출보다 동네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동네 이웃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연주회와 전시회 등 볼거리도 매월 마련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과 ‘디어 교하’라는 동네 잡지도 만들고, 동아리나 여러 모임에 공간도 내주고 있다. 작은 공간에서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 단순히 책방이 아니다.

책꽂이 하나하나 허투루 전시한 것이 없다

[책꽂이 하나하나 허투루 전시한 것이 없다.]

책방 곳곳에 준비된 세트를 찾는 재미도 솔솔

[책방 곳곳에 준비된 세트를 찾는 재미도 솔솔]

제주관련 세트 모음

[제주관련 세트 모음]

큰 뜻을 품어 만든 책방이 아니에요. 그냥 교하도서관 독서동아리 등을 통해 친하게 지내던 몇 명이 ‘한번 해 볼까?’하며 책을 권하고 싶은 마음에 겁도 없이 시작한 것이 이렇게 흘러온 거죠. 지역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고 있어요. 개발과 이탈 속에 낙후되어가는 동네의 문제 해결을 위해 난상토론도 가졌고 동네 공방과 연계해 골목잔치를 열기도 했어요. 시민 강사를 키우고 ‘월간 이웃’이라고 해서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사람책’을 소개하고 있으며 매달 주제를 정해 문화 예술을 즐기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죠.”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게 즐거운 책방지기 이정은 씨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게 즐거운 책방지기 이정은 씨]

책방지기 이정은 씨가 추천하는 책

[책방지기 이정은 씨가 추천하는 책]

오가다 들르는 사람 없고 이익금이라고는 거의 없는 책방이지만, 책지기 ‘이마담(이지은, 책지기들 모두 별칭으로 부름)’의 말에서 자부심이 느껴지는 건 뭘까.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에 바라는 게 없다고 당당히 말한다. 발전소책방.5를 이끄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매출 상승이 아니다. ‘걷는 동네, 단골 가게, 골목 장인’을 추구한다. 마을이 살려면 걸어서 뭔가 할 수 있는 루트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단골 가게가 있어야 하고 단골은 골목 장인들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골목 장인은 쉽게 말해 오랫동안 그 동네에서 한 가지 일에 매진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체인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일률적으로 만들어내는 커피와는 다른, 커피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사랑을 가진 동네 장인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픈 거다.

길고양이를 돌봐주며 고양이 관련 코너도 마련

[길고양이를 돌봐주며 고양이 관련 코너도 마련]

이웃 출판사들의 책을 모아 놓기도

[이웃 출판사들의 책을 모아 놓기도]

오는 28일(토) 발전소책방.5는 재즈선율로 가을 저녁을 흔들어놓을 예정이다. 1만원의 입장료가 있지만, 책방에서 책을 산다면 무료다. 책을 고르기 힘들다면 책 소개하는 게 취미인 이마담과 곰토미가 그 고민을 해결해 줄 것이다. 작은 공간, 그곳에서 큰 감동을 선물 받았다.

○ 주소: 파주시 꽃창포길 16
○ 운영시간: 월~금 10시~19시(토, 일 휴무)
○ 문의: 010-2270-6934

동화나라

- 어린이를 위한 아기자기한 동화책으로 가득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헤이리 마을이지만 평일에 찾으니 여유가 넘쳤다. 아니, 사람을 만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2004년부터 터를 잡은 동화나라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책지기인 김향선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었다.

동화나라 외관

[동화나라 외관]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지만 사람이 많고 적음은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책에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거죠. 엄연히 책을 판매하는 책방인데, 그냥 관광지에 있는 무료 쉼터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서 아이가 책을 함부로 다루고 내던지는 데도 제지하지 않더라고요. 제가 옷가게에 들어와서 옷을 바닥에 내던지는 것과 같다고 설명을 하면 입을 삐죽하고 기분 나빠하더라고요. 그러면 참 맥 풀려요.”

앙증맞은 모빌과 신간 책들이 잘 어우러진 1층

[앙증맞은 모빌과 신간 책들이 잘 어우러진 1층]

물론 이런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영향은 컸다. 처음엔 열정적으로 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는데 ‘새 책을 공짜로 볼 수 있는 곳이죠?’라고 말하는 이들을 만나면서 김향선 씨는 섣불리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다만 설명을 요하면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한다. 누구에게나 좋은 공간은 없다. 그래서 ‘서점이 참 예쁘네요’라는 말을 하면 그 한마디에 만세를 부르며 책 구입 여부와 상관없이 뭐든 퍼주고 싶단다. 2~3년 만에 다시 찾은 노신사가 ‘아직까지 서점을 하고 있어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90도로 꾸벅 인사했을 땐 20년 넘게 어린이서점을 하고 있음에 뿌듯함이 들기도 했다고.

1층에서 지하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어른들을 위한 책을 놓았다.

[1층에서 지하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어른들을 위한 책을 놓았다.]

찾는 이가 점점 줄어 책방 수익이 없으니 경제적으로 힘든 건 당연. 하지만 동화나라엔 별다른 이벤트가 없다. 독서교실을 운영하고 가끔 전시회를 하는 게 고작이다. 다른 프로그램은 없냐는 기자의 말에 책지기가 대뜸 ‘책방에 책만 있는 게 정석 아닌가요?’라고 반문을 한다. 책방에서 책 외에 또 다른 재미를 왜 찾는지 모르겠다면서.

책과 함께 그에 어울리는 작품을 보는 재미가 솔솔

[책과 함께 그에 어울리는 작품을 보는 재미가 솔솔]

“책은 그냥 친구예요. 울적할 때 마음을 달래주기도 하고 심심풀이 땅콩이 되기도 하며 잠 안 올 때 오락용이 되기도 하고 놀이가 되기도 하죠. 참으로 다양함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 같아요.”

독서교실에서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는 김향선 책지기

[독서교실에서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는 김향선 책지기]

김향선 책지기가 추천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김향선 책지기가 추천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김향선 씨는 책 추천하기를 주저한다. 우선 책방을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몇 권 골라오면 그 책들에 대해 얘기를 풀어놓는다. 영주 부석사 갔을 때 조용히 부석사를 만나고 싶은 자신의 마음도 모른 채 부석사에 대한 지식을 읊어대는 누군가의 방해를 받았던 기억 때문이다. 책과 오롯이 개인적인 교감을 나누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옛날 어린이잡지 전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학생들

[옛날 어린이잡지 전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학생들]

어린이책과 오랫동안 함께 해서인가, 아이의 순수함이 그에게 느껴졌다. 어른이라고, 동화책을 우습게 여길 수는 없지 않나 싶다. 몇 줄의 글, 그림만으로도 감동은 충분했다.

○ 주소: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3-20
○ 운영시간: 화~일 10시~18시(월 휴무)
○ 문의: 031)942-1956

취재: 전영숙 시민기자

작성일 : 2019-9-24 조회수 :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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