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8일 (금)
Feel 通
찬란한 햇빛 머금은 해바라기에 깃든 주민들의 희망 발걸음
법원읍 해바라기 꽃밭 갤러리

장마 끝자락, 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간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옆에 끼고 살 수는 없는 일. 여름을 여름답게 즐겨봄이 어떨까? 해를 사랑하는 해바라기를 쫓아 법원읍으로 향했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가운데 8천㎡(2천4백평)에 달하는 넓은 공간에서 예쁨을 뽐내는 노란 해바라기를 대하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사람들은 뜨겁다고 태양을 피하기 바쁜데, 그 빛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났다.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태양을 향해 사랑을 고백하고 있는 듯하기도.

넓은 공간에서 예쁨을 뽐내는 노란 해바라기                   
 해를 사랑하는 해바라기를 쫓아 법원읍으로 향했다.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체험거리도 많아 캐리커처, 페이스페인팅, 우드마커, 리본 공예, 팔찌와 뚝딱블록 만들기 등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 모았다. 더위를 식히라는 주최측의 배려인지 물안개 분수가 설치된 다리 위는 관람객들에게 인기였는데, 신이 난 듯 춤을 추는 두 아이를 만났다.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이건 블록 열쇠고리고요, 이건 거울이에요.”

땀으로 머리가 다 젖었어도 얼굴 가득 웃음 가득한 박윤서(8세, 운정동)?진홍(6살) 자매는 자신들이 만든 작품을 자랑하느라 더위도 잊은 듯했다.

함께한 부모들도 파주맘 카페에서 행사 소식을 보고 찾았는데 규모는 작지만 해바라기 꽃이 만발해 너무 예쁘고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한 것 같다며 웃음 만개.

물안개 분수가 설치된 다리 위                   
체험거리                    

그런데 체험 공간 한쪽이 아이들의 목소리로 무척 시끄러웠다. 모두들 파란 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창업 소년’들이었다.

“저희는 6차 산업 창업스쿨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에요. 스스로 아이템을 선정하고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을 배우는 건데 파주시에 사는 초등, 중학생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해요.”

회장을 맡고 있는 진미라(문산북중 2학년) 학생의 설명을 들으니 학생들이 남달라 보였다. 스스로 만들고 가격을 책정해 판매까지 나선 만큼 적극적이었고, 무료로 제공하는 투호 체험과 미꾸라지 잡기 체험을 홍보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무료로 제공하는 투호 체험                   
미꾸라지 잡기 체험                    
잔치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먹거리.

잔치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먹거리. 그런데 여느 축제장에 늘어선 상업적 식당들과 달랐다. 인근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음식과 커피 등을 판매해서인지 집밥처럼 맛이 있고 정이 넘쳤다.

“덥고 힘들어 죽을 것 같아요. 하하핫. 근데 재미있어요. 잔치니까 즐겁잖아요. 낙후된 지역이 이런 행사를 통해 발전 가능성이 있으니까 축제가 활성화되길 바랄 뿐이에요.”

백미연(57세, 법원리) 씨의 솔직한 고백에 웃음이 나왔지만 즐겁게 봉사하는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행사를 준비하고 치르는 사람들이 즐거워 하니 참여한 사람 또한 즐거운 게 아닐까.

행사의 흥을 돋우는 음악과 공연이 펼쳐지는 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올케의 초청으로 행사장을 찾은 이종임(61세, 서울) 씨는 사회자의 진행에 적극적으로 응하며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예쁜 해바라기 꽃도 보고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도 먹고 재미나는 공연도 보니 참 좋네요. 올케가 불러 줘서 파주에 자주 오는데 이런 행사는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아요.”

밸리댄스, 잰댄스, 부채춤, 난타, 통기타 연주, 대북 연주 등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졌는데 그중에서도 김보성 씨의 대북 연주와 함께 행해진 서예가, 소엽 신정균 선생의 낙서 퍼포먼스는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었다. 마무리로 관람객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함으로써 소중한 추억을 선사하기도.

다채로운 공연                   
서예가, 소엽 신정균 선생의 낙서 퍼포먼스                    

첫 번째이기에 큰 기대를 안해서일까, 작은 규모였지만 꽤 알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주최가 ‘파주시문화보존위원회’라는 것에 호기심이 일었다. 해바라기 꽃이 보존해야 할 파주 문화는 아니지 않은가. 이성수 회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는데 ‘동기는 간단하다’로 시작한 그의 이야기는 어떤 영화보다 스펙터클했다.

“이곳 가야4리는 군부대 이동으로 조성된 이주단지인데, 분양되지 못한 땅에 해바라기를 심어 수익사업을 해보자고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시작된 일이에요. 연천지역을 벤치마킹하면서 경기 북부에 해바라기가 잘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중에 씨를 구매해 주겠다는 제안에 볼거리를 창출하면서 수익사업도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거죠.”

꽃 잔치가 벌어진 곳 외에도 주변 휴면농지에 해바라기를 심어 54,500㎡(6천5백평)를 조성했다. 모자를 쓰고 있어도 새까맣게 그을린 이 회장의 얼굴만 보아도 조성 작업이 녹록치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 냉해로 어렵게 자금을 모아 심은 해바라기들을 잃었을 땐 암담했다고. 심는 거야 주민들이 팔을 걷어 부치면 될 일이었지만 씨와 거름은, 장비들은 또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시청을 내 집 드나들 듯 하면서 보조금을 얻어 거름을 마련하고 문화밥상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격을 높였으며, 보존위원회 회원들이 자진해서 출자금을 내고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하나둘씩 준비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만큼 섣불리 아무렇게나 쓸 수 없어 아끼고 또 아꼈다. 사진이나 그림 전시 거치대와 관객석은 건축 폐자재들과 파레트 등을 재활용해 사용했으며 무대 장치를 위한 파이프나 조명은 목장 확장을 준비하는 친구에게서 빌렸다.

건축 폐자재들과 파레트 등을 재활용해 사용                   
꽃 잔치가 벌어진 곳 외에도 주변 휴면농지에 해바라기를 심어 54,500㎡(6천5백평)를 조성                    

“체험부스는 파주시생활공예협회로부터 재능 기부를 받았고, 공연을 위해 애써준 분들도 모두 재능 기부를 통해 구성된 거예요. 떳떳하게 해서 자랑스러운 것을 만들고 싶었어요. 해바라기 이후엔 보리를 심어 주민들을 위한 수익사업으로 활용하고자 하는데 잘 되리라 믿습니다.”

‘문화’의 ‘문’자도 모르던 그를 이렇게 만든 건 아들의 말 한마디였다. 국도 건설을 위한 개발 중 발견된 신석기 유물을 봤냐는 아들의 말에 찾아간 신석기 유적지에서 개발은커녕 사라질 위기에 처한 현실을 보고 읍에서 시, 시에서 도, 도에서 청와대 신문고 청원에까지 이른 문화 보존을 위한 그의 노력은 무모했지만 끈질겼고 마침내 90억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하는 데 일익을 했다. 고향의 발전과 문화 보존, 계승을 위한 희망의 발걸음이 해바라기 꽃밭에 아로새겨져 있기에 지는 해의 화려함을 머금은 해바라기가 더욱 찬란해 보였다.

취재 : 전영숙 시민기자

작성일 : 2018-7-17 조회수 :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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