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9일 (목)
Feel 通
보고, 먹고, 만들고, 느끼는 목장에서의 알찬 하루
- 고구려목장의 ‘고구려밀크스쿨’

파주에 처음 정착하면서 주변에 목장이 많다는 걸 보고 놀랐다. 파주가 목축업으로 꽤 유명하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됐고, 덕분에 냄새 때문에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런데 요즘은 보기 힘든 것이 되어 버렸다. 도시 발전에 밀려난 것이다.

큰 덩치와 달리 순하디 순한 소를 만나기 위해 차로 꼬박 1시간을 달렸다. 파주에서 파주로 가는 데. 파주가 넓다는 걸 다시금 느끼며 도착한 ‘고구려목장’은 봄 향기로 가득했다. 활짝 핀 튤립과 꼬리치며 ‘왕왕’ 짓는 검둥이의 반김에 왠지 정감이 갔다.

고구려목장 입구
고구려목장 방문객들

이미 실내 체험장에 자리한 가족들은 리코타 치즈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우유에 응고제를 넣어 서서히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에 신기함이 가득했다.
치즈를 잔뜩 넣은 카레와 미역국으로 맛있게 점심을 마친 가족들은 본격적인 낙농체험에 들어갔다. 체험시간을 기다리지 못한 몇몇 아이들은 흩어진 건초들을 모아 소 먹이주기에 바쁜데, 흥겨운 음악소리와 함께 목장지기 지성곤 대표가 종을 치며 모두를 불러 모았다.

낙농체험
건초주기 체험

직접 꼴을 베어 소에게 준다는 것. 목장 길 따라 모두들 꼴을 베러 나섰다. 비온 후라 부쩍 자란 호밀밭 앞에서 모두들 쭈뼛쭈뼛, 어찌할 바를 몰랐다. 연하니 손으로도 쉽게 벨 수 있으며 뿌리까지 뽑아도 툭툭 털면 된다는 지 대표의 설명에 모두들 환한 미소 지으며 밭으로 돌진. 하루 60㎏를 먹어치운다는 소를 위해 열심히 꼴을 벴다. 어렸을 때 밭일을 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능숙함으로 자녀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아빠가 있는가 하면 일일이 베기 귀찮은 듯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터프한 엄마들까지 가족 모두가 신이 났다.

이제 소에게 먹이 줄 시간, 아랫니 밖에 없으니 손을 물 염려가 없다 해도 아직 어려 겁이 나는 듯 가까이 가지 못하던 아이들은 풀을 냅다 던지고 도망갔다. 장난기 많은 형제는 닿을까 말까 한 곳에서 풀을 내밀며 소를 안달 나게 했다.

우유짜기 체험
우유주기 체험

이번엔 소젖을 짜 볼 시간. 위생과 소의 안정을 위해 모형소로 체험해 보기로 하는데 실제 소보다 더 비싸다는 말에 모두들 웃음. 지 대표의 설명과 시현 후에 아이들부터 엄마, 아빠까지 모두들 체험해 보는데 아이들은 젖이 안 나오니까 두 손으로 있는 힘을 다해 쥐어짜고 비틀어 보기도 한다. 모형소였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건 송아지 우유 먹이기. 큰 통의 우유를 삽시간에 먹어버리는 식욕에 놀라고 좀 더 잘 먹이려고 까치발까지 해가며 두 손 번쩍 드는 벌 서는 자세를 마다 않는 모습이 귀여웠다. 손가락을 입에 넣으면 젖꼭지인 줄 알고 빤다는 설명에 용기 내어 입 속으로 자신의 손을 넣어보는데 묻어난 우유와 침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했다.

당근 먹이주기 체험

이번에 소가 아니라 말이다. 말 산업에 관심이 많은 지대표 덕에 당근 먹이주기가 덤으로 추가된 것. 당근을 꼬치에 꽂아 안전을 기한 세심한 속에 먹이 주기에 돌입하는데, 아이들은 늙은 포니에게 집중. 하지만 이가 안 좋아 쉽게 먹지 못하니 기다리기 쉽지 않았다. 땅에 떨어지는 당근이 더 많을 정도. 아이들은 알뜰히 그것을 꼬치에 찍어 다시 주기 시도. 잘생긴 경주마가 당근을 먹겠다고 옆으로 고개 돌려 애교부리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고구려 활쏘기

이어지는 건 이벤트 행사인 고구려 활쏘기. 고구려시대 때 주몽이 되어보고자 하는 아빠, 엄마의 고군분투가 눈물겨웠다. 20미터 거리의 과녁에 화살을 꽂기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목장의 요거트가 상품으로 걸린 활쏘기 대회로 진행되자 아빠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아이들은 자신의 아빠를 응원하느라 목소리를 높였다.

피자 만들기
가족 모두가 한 마음으로 요리를 했다

야외활동을 해서인지 모두가 배고픈 시간. 실내 체험장에 모여 피자 만들기에 돌입했다. 도우를 얇게 펴는 것부터 시작해 소스를 바르고 토핑과 치즈를 올리고 가족 모두가 한 마음으로 요리를 했다. 완성된 피자가 오븐에서 구워질 동안에는 요거트 과일샐러드가 선물처럼 나눠졌다. 자신이 만든 피자를 먹는 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만족감이.

"먼저 체험하신 분이 적극적으로 추천해서 왔는데 얘기로 들은 것보다 프로그램이 더욱 알찬 것 같아요. 아이뿐 아니라 아빠, 엄마 모두 골고루 체험을 할 수 있으니까 더욱 좋은 것 같아요.”아빠가 활쏘기 대회 1등을 해서 더욱 기분이 좋을 것 같은 김혜선(경기 광명시) 씨의 말에 곁에 있던 양경미(서울 성동구) 씨도 긍정을 표한다.

“알찬 구성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체험을 할 수 있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가족과 요리체험도 하니 정말 좋고요. 그동안 마트에서 우유를 사면서 아무 생각 없었는데 젖소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까 이제부터는 우유를 먹을 때 젖소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엄마들뿐 아니다. 아빠들도 함께함이 즐거운 듯했다. 가까이에서 동물을 보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는 딸(김도연)의 말에 김상봉(서울 서대문구) 씨는 “서울에서 여러 체험을 하지만 이렇게 자연적인 것과 부딪힐 일은 없잖아요. 그래서 아이가 더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요.”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의 만족도는 얼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다둥이 가족인 지아네의 지아(7세)는 모든 것이, 지한(10세)은 송아지 우유 주기가, 민아(13세)는 리코타 치즈 만들기가 제일 재미있었다고. 각자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것이 다르긴 했지만 이구동성으로 ‘재미있다’를 연발했다.

맛있게 피자를 먹고 난 후엔 또다시 야외에서 신나는 똥장화 멀리 던지기 이벤트가 진행되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끝을 맺었다. 아침 10시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의 꽉 찬 일정으로 그야말로 목장에서 하루를 보냈다.

“모두들 즐거워하시니 보람이 있네요. 하루에 한 그룹만 진행해 분주하지 않도록 하는 걸 고수하고 있어요. 온전히 하루를 목장에서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피크닉 삼아 저녁에 바비큐도 하시라고 조언하고 있답니다.”

즐거워하는 체험객들
가족과  함께하는 체험공간

실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던 황은경 씨였지만 다른 목장체험과 다른 고구려만의 매력이 뭐냐는 질문에 난감을 표했다. 잠시 후 주변에 계곡이 있어 산 위로 바람을 올려주는 덕에 다른 목장보다 냄새가 적고, 단지를 이루는 다른 목장이 없어 보다 깨끗한 가운데 체험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살포시 말했다. 듣고 보니 그랬다. 정말 냄새를 느끼지 못한 채 몇 시간을 머물렀던 것. 햇살 좋은 날, 집을 벗어나 도시를 벗어나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는 목장에서의 하루는 여러 날의 여유와 만족과 별다르지 않을 듯하다.

* 체험 : 풀코스(낙농체험, 리코타치즈/피자/아이스크림 만들기, 요거드샐러드/점심 제공) 35,000원, 낙농체험(소 먹이 주기, 송아지 우유 먹이기, 모형 소 젖 짜기, 말 당근주기) 15,000원.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 가능.
* 문의 : 031-958-9515, 010-3759-0536

취재 : 전영숙 시민기자

작성일 : 2018-4-24 조회수 : 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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