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9일 (토)
기획특집
계절이 지나가는 작은 역 월롱역

한낮의 월롱역은 한산하다. 인근에 위치한 서영대학교 학생인 듯 보이는 젊은이와 산나물을 담은 검은 봉지를 손에 들고 작은 배낭을 등에 멘 어르신들이 몇몇 오가는 모습이 보일 뿐이다. 기차가 들어올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내리는 도심의 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시간마저도 천천히 흐를 것 같은 월롱역에 어떤 매력이 숨겨져 있을까. 박진수 역장은 “작은 역만의 소박함과 따뜻함이 월롱역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월롱역 사진1
월롱역 사진2

시작은 컨테이너 간이역

월롱역은 파주시 월롱면 위전리에 위치한 경의선 전철역이다. 1998년 파주역이 북쪽으로 이전하면서 그해에 파주역과 금촌역 사이에 작은 간이역으로 문을 열었다. 당시엔 임시로 지어진 컨테이너 건물이 역사를 대신했다. 현재의 역사는 2007년에 지어졌다. 평일에는 169회, 주말과 공휴일에는 148회 전철이 운행된다.

 

2009년까지만 해도 평일기준 하루 승하차 이용객이 각 1천여 명도 되지 않았지만 2009년 말 수도권 전철 경의선이 개통되면서 한 해만에 이용객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후 이용객이 꾸준히 증가해 올해는 평일 기준 하루 승하차 이용객이 각 2천5백여 명까지 늘었다. 지역주민 외에 파주 LG디스플레이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그리고 서영대학교 파주캠퍼스 학생들이 주로 이용한다.

 

월롱역사진3
월롱역 사진4

남북 관계 엿보는 화물취급소

월롱역은 남북관계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역이기도 하다. 월롱역에서 북쪽으로 300m 거리에 경의중앙선 화물취급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화물열차가 개성공단으로 가는 화물이나 북한으로 가는 비료와 쌀 등을 싣고 도라산역에서 대기했다가 새벽이면 북한으로 올라갔다. 개성공단이 활발하게 가동될 때는 이른 새벽부터 분주했던 곳이지만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요즘엔 한산하기만 하다.

 

월롱역 주차장1
월롱역 사진3

105대 주차할 수 있는 무료주차장

박 역장이 월롱역에서 가장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주차장이다. 지금까지 주차 사고 한번 없었고 장기주차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역에서의 근무경험에 비추어보면 신기할 뿐이라고 말한다. 월롱역 바로 옆에 위치한 주차장은 105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데, 지역주민과 월롱역을 이용하는  LG 디스플레이 근무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박진수 역장
월롱역 사진5

고객이 아닌 이웃

월롱역은 박 역장을 포함해 6명의 직원이 2인 1조로 근무하며 고객 안내, 역내 안전 등을 책임진다. 작은 역이다 보니 근무자들과 이용객들과의 관계는 이웃처럼 가깝다. 들에서 캐 온 쑥이나 장을 본 짐들을 보관해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고 역사 앞 화단의 꽃이 시들었으니 물을 주면 좋겠다고 말을 건네는 사람도 있다.

 

그중에서도 직원들 사이에 특별히 기억되는 이용객이 있다. 매일 아침저녁 휠체어를 타고 경의선을 이용하는 70대 어르신이다. 처음엔 지저분하고 허름한 차림새 때문에 다른 이용객들의 민원이 들어오기도 해서 직원들도 거부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 내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그의 모습을 몇 차례 목격한 이후 직원들의 생각이 변했다. 그는 매일 월롱역을 이용하며 얼굴을 알게 된 직원들에게 라면, 커피를 선물하며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박 역장은“불편한 몸으로도 주변을 살피는 태도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한다.

“사람을 겉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음의 따뜻함은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니까요.”

 

월롱역 사진6
월롱역사진7

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월롱역에는 이곳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만 아는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역 내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주위에 고층건물이 없고 논과 밭이 펼쳐져 있어 역 내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바라보는 풍경이 탁 트여 시원하다. 박 역장은 월롱역에서 파주의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겨울이면 하얀 눈밭이 펼쳐지고 봄이면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것도 보이죠. 가을엔 노랗게 벼가 익은 논에서 추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요.”

 

월롱역에서 바라보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은 입소문을 타서 사진작가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취재 : 박수연 시민기자

작성일 : 2017-05-22 조회수 : 3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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