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7일 (일)
북소리
선셋 파크

선셋 파크
폴 오스터/송은주/열린책들
2013.03.15/336쪽/12,800원

어떤 작가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읽게 되는, 그런 작가가 있다. 폴 오스터가 그렇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나에겐 두 종류의 문학이 있다. 내 작품이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작품들. 그리고 내가 쓴 작품들.’ 나는 전자에 커트 보니것, 돈 드릴로, 필립 로스, 그리고 폴 오스터를 넣는다”라는 움베르코 에코의 추천사가 이런 폴 오스터의 작가적 위상을 확인시켜준다.


신간 『선셋 파크』에서 폴 오스터는 자신의 특장인 도시인의 황폐함과 냉정함 속에 내재하는 상처와 감성을 드라이하면서도 웅숭깊게 펼쳐 보인다. 상류층 가문의 자제이지만 의붓형의 교통사고에 책임이 있다는 자책으로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채 야망 없이 살아가는 28살의 청년 마일스와 그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 꿈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이다. 가진 것 없지만 적극적으로 사회에 개입하면서 열심히 살아보려는 마일스의 친구 빙, 낙태 경험에 대한 공포로 육체적 욕망을 억눌러야 했던 엘렌, 똑똑하지만 뚱뚱한 몸에 대해 콤플렉스를 느끼는 앨리스. 이들이 무단점거해서 같이 살고 있는 브루클린의 선셋 파크 지역의 ‘버려진 집’은 그 자체로 소속 없고 불안한 현재 미국 젊은이들의 그늘과 분노를 상징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바보인 줄 아는 바보들이라는 점에서 희망은 있다. 그리고 그런 희망의 모습은 연인이나 가족들과의 용서와 화해로 그려진다. 가령 마일스는 17살 미성년자 필라와 위험한 교제를 통해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폴 오스터이지 않은가. 그래서 완전한 희망을 확실히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미래가 없을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가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부터 어떤 것에도 희망을 갖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이 스쳐지나가는 순간, 지금 여기 있지만 곧 사라지는 순간,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지금만을 위해 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길 위에 서 있는 이야기이다.


- 추천자 :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 출   처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작성일 : 2013-05-27 조회수 :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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