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0일 (화)
역사와 전통
DMZ 민통선 안에 잠든 구암 ‘허준’

허준(1539~1615)과 그가 지은 『동의보감』(국보 제319호)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파주 비무장지대(DMZ)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안에 그의 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른장마가 한창인 7월 13일(토)에 민통선 안 해마루촌에서 15여 년 간 농사를 지으며 『임진강』이란 책을 낸 이재석 작가의 안내로 허준 선생 묘(경기도기념물 제128호)를 찾아 갔다.

허준 묘 전경

[허준 묘 전경]

의성(醫聖) 허준의 호는 구암(龜巖)이다. 그는 무과 출신 용천부사 허론의 서자로 선조와 광해군 시대인 조선 중기를 살았다. 29세에 내과에 급제하여 내의원, 혜민원을 거쳐 전의로 발탁되어 왕실 진료에 큰 공을 세웠다. 특히 임진왜란으로 선조가 피신할 때는 함께 다니며 왕을 보살폈다. 그의 저서로는『동의보감』, 『언해구급방』, 『언해두장집요』 등이 있다.

『동의보감』은 1596년에 선조의 명을 받들어 집필하기 시작하였으나, 정유재란 등으로 나라 사정이 어지러운 탓 등으로 15여년 뒤인 광해군 2년인 1610년에 완성하게 된다. 구성은 25권 25책으로 되어 있다. 내용은 크게 내경편, 외형편, 잡병편, 탕액편, 침구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특히 증상과 그에 따른 처방을 상세히 적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간행된 이후 중국, 일본, 대만 등에서도 출간된 동양 최고의 의학서라 할 수 있다.

허준 묘를 찾기까지

[허준 묘를 찾기까지]

허준 선생 묘를 발견한 이는 재미 고문서연구가 이양재 씨이다. 그는 양평 허 씨 종친회 족보에서 관련 근거를 찾았고, 국방부의 동의를 얻어 묘를 찾던 중 1991년에 허준 선생 묘임을 알려주는 비석을 발견하게 된다. 이에 세상에 허준 선생이 잠든 곳이 알려지게 되었다.

허준 선생의 묘는 해마루촌 안에 선생의 호를 따 만든 구암교 건너에 있다. 묘 입구에는 안내판과 성역화사업기념비, 선생의 호를 의미하는 거북이 조각상, 쉼터, 주차장, 화장실 등이 있다. 입구에서 원추리, 벌개미취 등이 심어진 꽃길을 따라 천천히 가다 보면 곧 선생의 묘가 나온다.

구암교

[구암교]

거북이 조각상

[거북이 조각상]

선생의 묘는 부인 안동 김 씨의 묘로 추정되는 묘와 나란히 쌍묘를 이루고 있고, 그 위에는 생모 영광 김 씨의 묘가 있다. 글자를 읽기 어려운 비문이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해준다. 묘역에는 문인석, 상석 등이 배치돼 있다. 묘 앞에는 재실이 있다.

허준 선생 묘(좌)/ 부인 묘(우)

[허준 선생 묘(좌)/ 부인 묘(우)]

허준 묘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이전에는 임진각 DMZ 관광과 연계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개별적으로 해마루촌 휴게소에 사전 연락을 하면 된다. 연락 후 개인 차량을 이용하여 파평면 두포리 전진교로 가서 거기서 마을 주민을 만나 해마루촌 휴게소로 이동한다. 식사 후 마을 주민과 함께 허준 묘를 둘러볼 수 있다. 비용은 식사비(즉석 메뉴 8천원 전후, 단체 메뉴 4인 기준 5만원 전후) 외에는 무료이다.

묘역 입구

[묘역 입구]

묘역 가는 길

[묘역 가는 길]

기자가 허준 선생 묘를 찾은 날에는 법원읍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도 와 있었다. 이들은 허준 묘 참배 후 선생에 관해 얘기를 듣고 관련 퀴즈를 풀기도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관계자는 “허준 선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들이 허준 선생의 뜻을 조금이나마 이어 받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왔어요.”라고 한다.

방문객과 퀴즈를 푸는 어린이들

[방문객과 퀴즈를 푸는 어린이들]

절하는 방문객들

[절하는 방문객들]

파평에서 온 최정분 씨는 “의학의 성현 허준 선생을 찾았는데 그 호칭과 달리 홍보와 관리가 잘 안 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여기에 약초도 심고 그 약초로 차를 맛보게 하는 등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게 하였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의견을 제시해준다.

안내를 맡았던 이 작가는 “『동의보감』은 세계 최고의 기록문화 유산이라 할 수 있는데 ‘평화·통일·안보’에 우선순위가 밀린 듯합니다. 관과 민이 협력하여 그에 걸맞은 장소로 만들어갔으면 합니다.”라고 바람을 밝힌다.

찾는 이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 듯 선생의 묘 앞에는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개망초는 『동의보감』에 등장하지 않는 풀이고 나라를 잃었을 때 들어온 풀이라고도 한다. 그 설움이 꽃으로 피어나 온 몸으로 말하고 있는 듯하다. 해마루촌 휴게소 매니저 강동철 씨의 바람처럼 모두의 관심과 애정으로 허준 선생의 묘가 역사와 교육의 장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허준 선생 묘를 찾아가는 방법
- 해마루촌 휴게소 사전 연락
- 개인 차량으로 파평면 두포리 전진교 이동 → 전진교에서 마을 주민을 만나 해마루촌 휴게소로 이동 → 식사 후 마을 주민과 허준 묘 견학
- 비용: 식사비(즉석 8천원 전후, 단체 5만원 전후) 외 무료
- 해마루촌 휴게소 전화: 031)952-3318
- 만남의 장소 전진교 주소: 파평면 두포리 473-4, 또는 두포나루터

취재: 최순자 시민기자

작성일 : 2019-7-16 조회수 :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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