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4일 (월)
역사와 전통
생생문화재 반구정에서 울려 퍼진 우리 국악의 선율!
- ‘임진강의 달빛 노래’ 국악 공연 -


‘생생문화재’라는 말이 생소했지만 ‘문화유산에 생기를 불어넣고 문화의 대중화를 위하여 문화유산 활용이 최고의 문화유산 가치 추구’라는 문화재청의 문화유산 활용 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취지로 청백리로 유명한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 여생을 보냈던 파주 임진강 기슭의 반구정(伴鷗亭)에서 지난 10월 15일~16일 이틀간 생생문화재의 프로그램으로 열린 ‘임진강 달빛노래 공연’을 관람했다.



10월 15일 첫째날의 국악 공연은
파주시와 문화재청, (사)대한시조협회 파주지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반구정(伴鷗亭) 경모제(景慕齊) 앞뜰에 마련됐다. 10월 15일 오후 2시가 되자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예찬건씨가 사회를 맡아 시작 전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행사의 취지와 공연의 내용을 알려주었다. 이날 공연은 6개의 프로그램으로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길놀이 : 전통예술단 호연
멀리 반구정 입구에서부터 태평소와 흥겨운 꽹과리 소리가 울렸다. 바로 전통예술단 ‘호연’의 길놀이로 사물놀이패가 등장하여 행사의 흥을 돋우었다. 경모제 앞에 이르러 판을 마무리하고 공연시작을 알렸다.



태평무 : 한국전통춤예술원 최고은 출연
태평무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국전통춤예술원의 최고은씨가 출연했다. 춤사위가 기품있고 고고하여 여느 춤과는 사뭇 달랐다. 복식을 보니 당의(唐衣)를 입은 왕가의 옷이다. 손동작의 춤사위가 우아하고 부드러우며 고운 미소를 머금은 얼굴 표현도 화려하지 않고 기품 있는 미소를 지어내었고 발짓 또한 우아하고 화려했다. 관객들도 지켜보는 내내 태평무의 아름다움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태평무는 이름 그대로 태평성대를 기리는 뜻을 춤으로 표현한만큼 춤 동작에서 차분함이 느껴졌다. 관객들과 함께 태평무의 손동작을 따라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



판소리 :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 소리꾼 강승의, 고수 최광수 출연
흥보가 내용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고전이다. 그 중에서도 흥부가 박을 타는 대목을 소리꾼의 소리로 표현해냈다.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를 심어 열린 큰 박, 먹을 것이 없어 주린배를 채우고자 박을 타는 장면을 소리로 묘사한 것이 말로 전하는 것보다 훨씬 흥과 재미를 더했다. 톱으로 슬근슬근 박을 타고 그 안에서 나오는 돈과 쌀, 비단을 보고 놀라는 표현을 소리로 잘 전달해줬다. 또한 고수의 북 리듬은 판소리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한마디로 소리와 장단이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진 판소리의 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소리꾼 강승의씨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5호로 춘향가와 적벽가를 이수했고, 고수 최광수씨는 전국고수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최고의 실력자다.





아리랑 연무(連舞) : 한국전통춤예술원 고유미, 최고은, 피채희 출연
이번에는 아리랑 가락이 흘러 나왔다. 그런데 처음 들어보는 아리랑 노래였다.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아리랑’에 구성을 맞춘 아리랑 연무는 한국전통춤예술원의 고유미, 최고은, 피채희씨가 춤꾼으로 등장했다. 한명 한명 그 복식과 춤사위가 비슷하면서도 기품이 있었다. 서정적인 아리랑 가락에 3명의 춤꾼들이 보여준 한국적인 춤사위의 화려함 앞에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다 함께 부르는 진도아리랑 : 소리꾼 강승의, 고수 최광수 출연
다시 소리꾼 강승의와 최광수 고수가 등장했다. 관객과 함께 배워보는 우리의 소리 ‘진도아리랑’을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노다 가세 노다나 가세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노다 가세” 이런 앞소리에 이어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진도 아리랑의 한 대목을 관객과 같이 불러보는 시간은 모두가 하나되어 우리 가락을 즐기는 흥겨운 시간이 됐다. 관객 몇 명을 무대로 이끌어 여러 사람이 함께 우리 가락을 불러보고 춤을 추며, 흥겨운 한마당이 됐다.




판굿 : 전통예술단 호연
끝으로 전통예술단 호연이 출연해 마지막 공연을 펼쳤다. 전통연희학과를 졸업한 호연 단원들의 판굿인 농악풍물이 시작됐다. 태평소 가락에 상모를 돌리고 춤을 추는 농악놀이는 들을 때마다 참으로 흥겹다. 작은 무대였지만 상모를 돌리고 자반돌리기를 할 공간이 나올까하는 우려는 괜한 걱정이었다. 관객들 중 어린이들도 춤을 추게 만드는 우리 농악소리는 언제 들어도 흥겹고 다함께 즐기며 어깨를 들썩이기에 충분했다.



호연의 농악놀이를 끝으로 어느새 시간이 흘러 임진강의 달빛 노래 공연이 모두 끝났다. 무대가 연결되는 중간에는 사회자의 진행으로 황희정승에 대한 퀴즈를 냈고 참여한 관객들이 문제를 맞추면 선물을 나눠주는 시간도 가졌다.


작은 행사였지만 생생문화재가 문화재청의 문화유산 활용산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번 임진강 달빛노래 공연을 통해 작지만 알찬 이러한 국악 소공연이 우리 파주의 반구정이라는 지역문화재를 널리 알리는 소중한 행사였다.


‘잘 보존하는 것’이란 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후손들이 보고 느끼고 공유하는 것으로 문화재를 가치있게 보존하는 길이라는 생각에 공감한다. 앞으로도 문화재가 있는 다양한 장소에서 지역 문화재를 활용한 더 좋은 프로그램들이 생겨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공유하길 바래본다.




10월 16일 둘째날의 국악 공연은
지난 10월 15일에 이어 ‘임진강의 달빛 노래’ 그 두번째 공연이 10월 16일 반구정에서 열렸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와서 반구정을 둘러싼 나무들이 촉촉하게 젖었다. 고요한 반구정을 호연의 출연자들이 먼저 깼다. 꽹과리를 치며 마당을 들어서는 그들의 소리와 모습에서 흥겨운 오늘의 잔치를 만천하에 알리는 것만 같았다.



임진강을 가까이 두고 있는 반구정은 평화롭기만 하다. 마당에는 천막이 두 군데 쳐 있었다. 안에서 이루어진 행사도 여러 가지다. 오늘날 장기 같은 승경도가 있었고, 매듭 모양의 다섯 가지 색깔로 오색의 장명루로 팔찌를 만드는 행사도 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가족 중 한 할머니는 “우연하게 파주에 놀러왔다가 이 행사를 보게 되었는데 참 즐겁다”고 말했다. 혜민이 이모라고 밝힌 한 관객은 “팔찌를 만드는 동안에 오로지 집중만 할 수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사회자인 예찬건(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이수자) 선생은 “비가 오는 관계로 출연자들이 마루에서 공연을 하겠지만 오히려 마루가 주는 정감이 국악과 잘 어울려 집중을 더 잘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간중간 “황희 정승 본관은 어디인가요? 황희 정승이 어디에서 태어났나요? 4군 6진을 개척한 장군들은 누구인가요?” 등 관객에게 퀴즈를 주면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을 공연의 질과 양을 조절하고, 재미있게 집중할 수 있게 하여 우리의 역사와 위인에 대한 공부를 하는 기회도 마련해 주었다. 이런 퀴즈를 통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위인에 대해 사실은 너무 몰랐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남녀노소 적극적인 참여가 돋보였다.



황희(1363~1452) 정승은 고려 공민왕 12년에 태어나서 조선 문종 2년에 세상을 떠났다. 조선에 보기 드물게 90세까지 장수를 한 명재상이다. 임금만도 태조, 정종, 태종, 세종, 문종까지 걸쳤고, 영의정으로 물러난 때가 무려 87세였다. 황희가 ‘정승’이라는 직책과 하나의 명사처럼 전하는 것도 오래 일을 했던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에 관해서는 국어와 도덕에 나란히 실려서 배웠다. 그래서 그는 우리 국민 모두의 영원한 ‘국민 정승’이다. 예찬건 선생은 그의 시조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대추 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떨어지며 / 벼 벤 그루에 게는 어이 내리는고 / 술 익자 체 장사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다음에 이어진 무대는 교방 살풀이춤이다. 고유미 선생의 춤은 우리나라 춤의 우아함과 세련됨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무대였다. 우리나라의 옷과 의상은 자연과 어울리는 곡선이다. 살짝 살짝 보이는 버선과 손가락의 휘어짐으로 리듬을 타는데 선녀가 하강해서 교방의 살풀이춤을 재현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멋진 무대였다.


세 번째로 이어진 무대는 판소리다. 소리꾼 강승의 선생과 고수 최광수 선생이 「춘향가」중에서 ‘사랑가’를 펼쳐주었다. 판소리의 가장 매력적인 소리가 바로 춘향가의 ‘사랑가’가 아닐까. 가슴이 뛰는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예찬건 선생은 “김종서가 지은 시조를 읊을 수 있는 분 계신가요?”라고 질문했다. 뜻밖에도 관객중에 있었다.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 / 만리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 긴 파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부끄러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연세가 드신 어르신(대전, 이지함씨)이셨다. 우리의 시조가 좋아서 가끔씩 외우기를 한다고. 예찬건 선생이 조금 알려주었지만 끝까지 들려주셔서 관객들의 힘찬 박수를 받았다.



아리랑 연무 공연은 갑자기 음악소리가 나오지 않아 ‘다함께 부르는 민요’로 먼저 진행됐다. 진도아리랑 중에서도 잘 알려진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노다가세 노다가세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노다나가세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라는 대목이었다. 강승의 선생은 “제 맛이 살려지려면 잘 꺾여져야 해요.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다시 한번 해봐요” 관객들 모두 즐겁게 따라 불렀다. 인천에서 온 남매는 무대에 올라가서 따라 불렀다. 잘 생긴 젊은이도 올라가서 불렀다. 바야흐로 공연자와 관객이 어우러지는 우리의 진정한 ‘한마당’이 실현된 셈이다. 강승의 선생의 “우리 민요. 많이 사랑해주세요”라는 끝인사에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 것을 좋아하는 따뜻한 마음이 이렇게 많은데, 이런 무대는 왜 적을까. 한 파주시민은 “우리가 파주 사람인데 이런 좋은 공연이 있는 것을 몰랐다. 홍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오늘 공연이 너무 좋았는데 그 만큼 공연에 대한 홍보도 많았으면 좋겠다. 또 파주의 큰 행사와 겹치지 않게 우리의 국악 공연을 한다면 훨씬 많은 사람이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주었다.


이어진 무대는 아리랑 연무 공연으로 고유미, 최고은, 피채희 선생 등이 참여했다. 세 분의 다른 점과 공통점을 동시에 찾을 수 있는 무대였다. 고운 곡선들의 모습이 사뿐사뿐 춤사위로 아름답게 펼쳐졌다. 우리것이 좋은 이유는 저절로 가슴뛰게 하는 심장이 말을 하는 것 같다.




마지막 무대로 호연이 판굿을 열었다. 징, 쾡과리, 북, 장구 등 네가지 악기로 판굿은 완성된다. 타악기가 주는 단순한 울음은 무언의 호소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이었다. 빗속이지만 그들의 모습은 즐거움이 가득했고, 관객들은 환호했다.


이날 공연을 기획한 사단법인 문화살림 윤영선 부대표는 “반구정은 교육 공간으로, 역사 공간으로 가치가 크다. 이번 공연은 모든 계층의 호응이 좋았지만 특히 선생님들이 교육적인 효과가 너무 크고 좋다고 말씀해 주셔서 보람이 있다”며, “앞으로 내용과 형식을 더 보강해서 기획할 것”이라고 전했다.



취재 : 곽재혁 / 한윤주 시민기자

작성일 : 2016-10-17 조회수 : 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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