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2일 (목)
역사와 전통
의주길 제4길 '파주고을길'을 걷다
역사가 숨 쉬는 경기옛길 의주길 답사기 - 파주편 #2
의주길

의주길’은 고양시 삼송역에서 파주 임진각에 이르는 52.7km의 도보길로 벽제관길, 고양관청길, 쌍미륵길, 파주고을길, 임진나루길 등 총 다섯 구간으로 나뉜다. 이는 2013년 10월, 경기도와 고양시, 파주시, (재)경기문화재단, (사)아름다운도보여행이 조선시대 한양에서 경기도를 거쳐 평안북도 의주를 잇던 의주대로를 복원한 것이다. 고증을 통해 원형을 확인하고 끊어지거나 사라진 도로 대신 인근 대체로를 찾아 연결해 도보탐방로를 만들었다. 부지매입이나 신규 건설이 아닌 기존 길을 연결해 복원하다보니 보행조건은 다소 열악하다. 하지만 중국을 오가던 사신과 상인들, 임금까지 이용했던 역사문화의 탐방로로 그 의의가 크다할 것이다. 주변에 김지남 묘, 벽제관지, 고양향교,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윤관장군 묘, 화석정 등 풍부한 문화유산을 갖고 있다. 흙길과 포장길, 숲길과 마을길, 차도가 함께 어우러진 이색적인 도보길 의주길. 그 중 3~5길인 쌍미륵길, 파주고을길, 임진나루길 등 파주구간 3길을 걸어본다.

(동행 : 인터넷 도보카페 ‘금수강산 길 따라 걷기)


의주길 코스

▶제1길 벽제관길(삼송역~벽제관지·7.6㎞)
▶제2길 고양관청길(벽제관지~용미3리·6.2㎞)
▶제3길 쌍미륵길(용미3리~신산5리·14㎞)
▶제4길 파주고을길(신산5리~선유삼거리·11.6㎞)
▶제5길 임진나루길(선유삼거리~임진각·12.7㎞)

파주고을길 (신산5리~선유삼거리, 11.6km)



​파주고을길은 옛 파주목의 중심이었던 파주읍을 지나는 숲길, 농로길이다. 이 길에서는 파주관아터(파주초등학교)와 파주향교를 만날 수 있어 옛날 이 지역이 누렸던 영화를 짐작케 한다. 원래 옛 의주대로는 지금의 78번 도로를 따라 이어지지만 도보여행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인근의 숲길, 농로길을 연결했다고 한다. 신산5리에서 광탄천 둑길을 따라 걷다 파주리에 이르러 파주초등학교(파주관아터), 파주 향교를 만나고 봉서산 숲길로 들었다가 붕서리로 내려서서 중에교를 건너 독서둑길을 따라 선유삼거리에 이르는 11.6km의 의주길 제4길, 파주고을길을 걸어보았다.

신산5리에서 시작되는 제4길



​제4길 파주고을길은 제3길 쌍미륵길의 종점인 신산5리 버스정류장(광탄어린이집)에서 시작된다. 의주길의 끝과 시작, 즉 구간이 나뉘어지는 지점에는 안내판이 서 있다. 그것을 확인해 시작과 끝을 잡고 구간 중에는 노란색과 보라색이 함께 묶여 있는 리본과 부착식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파주고을길이 시작되는 신산5리에 가는 방법은 서울 방향에서 갈 때는 삼송역을 거쳐가는 703번 간선버스(파란색)를, 파주 관내에서 접근할 때는 금촌, 금릉 등을 경유하는 10번 버스 또는 금촌역을 경유하는 15번 버스를, 문산이나 일산 방면에서 갈 때는 33번 지선버스(초록색)를 타면 된다.

시골정취 물씬 풍기는 신산리 들녘



​​안내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도보길에 올랐다. 밭기슭에 플라타너스 한 그루 우뚝 서 있고 꼭대기에 까치집 하나 뎅그마니 걸려 있다. 촘촘히 열매를 매달고 있는 것이 어느덧 계절이 깊어졌음을 실감케 한다. 11월 마지막주. 겨울이 지척이다. 광탄 어린이집 앞을 지나 담장을 끼고 돌아 광탄천 둑방길에 오르자 시야가 탁 트인다. 추수가 끝난 논엔 하얀 짚 더미 뭉치가 풍경을 이루고 간혹 끼룩 새떼가 날아오른다. 길은 포장도로라 걷기엔 좀 팍팍하지만 농로길이다보니 다니는 차가 없어 안전하다. 건너편 마을엔 아직도 굴뚝 있는 집이 있는가? 뭉게뭉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시골정취를 더해준다. 11.6km의 여정을 앞두고 도보꾼들이 삼삼오오 풍경 속으로 스며든다.

도보길에서 만나는 정겨운 풍경들



​광탄천을 따라 걷다 부곡교를 건너자 작은 공장지대가 나타났다. 017 버스가 마을 깊숙이 운행하고 있었다. 인근 도미솔 김치공장에선 송년 나눔 행사를 하는지 일손들이 분주하다. 도미솔김치는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에게 김치를 공급하고 올해 김치품평회에서 경기지역 최우수브랜드로 선정된 업체다. 나눔 행사를 들여다보고 싶은 발길을 돌려 일행을 따르노라니 길은 교보문고 물류센터 앞을 지나 부곡1리로 이어진다. 이제 도로는 넓어져 2차선 도로. 갓길도 넉넉하니 위험스럽지 않다. 밭엔 채 거두지 않은 대파들이 수확을 재촉하고 축사에선 소들이 짚풀을 뜯으며 지나가는 이들을 쳐다본다. 길가 마른 풀들이 서겅서겅 옷깃을 스칠 때, 한해살이를 마감하는 들풀이 기특해 앞서 가던 이는 미국쑥부쟁이 마른 꽃잔등을 쓸어준다.

파주읍사무소에서 다리쉼도 하고 화장실도 가고



​교보문고 물류센터를 지나 대로를 따라 내려가자 멀리 파주읍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좌측으로 산도 보인다. 봉서산이다. 잠시 후면 우리가 지나갈 길이고 그 기슭엔 파주향교와 옛 파주목 관아터가 있을 것이다. 파주읍사무소에 들러 정자에서 다리쉼도 하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늦가을 곱게 물든 자작나무의 노란잎이 유난히 화사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지붕 낮은 집들이 이마를 맞대고 있는 파주리 골목길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도보길에 올랐다. 파주리(옛 주내리) 골목길로 접어드니 옛 정취가 많이 남아 있다. 지붕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치 이마를 맞댄 듯 정겹다. 어느 집 문간에선 대문을 열어놓은 채 한담을 나누고 있다. '그래, 김장은 했는가?' '어여 들어 와, 게 서 있지 말구......'두런거리는 이야기가 예까지 들리는 듯하다.

파주리에는 점심식사 할 곳이 많다



한산한 주택가를 지나 시장터 번화가에 이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10시 30분쯤 신산5리를 출발해 12시 반을 넘겼으니 2시간을 꼬박 걸어온 셈이다. 우리는 각자 매식을 하기로 하고 흩어졌다. 주변엔 시장도 있고 식당들이 많았다. 기자가 찾아간 곳은 '엄마밥상'이라는 소박한 밥집. 일행 몇과 함께 생고기 김치찌개를 시켜놓고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대여섯 개 정도의 작은 식당이지만 음식맛이 괜찮다. 밑반찬도 깔끔하고 찌개맛도 좋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커피와 홍시를 건넨다. 별 것 아닌 정성이지만 그 마음이 고맙다. (엄마밥상 031 953 7720).

파주초등학교 내에 위치한 파주관아터와 파주교육박물관

​점심을 마치고 다시 도보길에 올랐다. 길은 파주우체국을 지나 파주초등학교로 이어졌다. 파주관아터가 바로 이 곳, 파주초등학교 안에 있다. 파주초등학교는 1906년 개교한 이래 올해로 106회 졸업생을 배출한, 파주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다. 2006년에는 개교 100주년을 맞아 남는 교사를 활용해 파주교육박물관을 개관했다. 바로 이 박물관이 위치한 곳이 옛 관아터 자리. 정문에 들어서면서 뒤쪽 언덕배기에 있다. 교육박물관에 이르면 그곳이 관아터였음을 알리는 파주목사 공덕비가 세워져 있다​.



파주는 조선시대에 이르러 지금의 명칭을 얻었다한다. 세조 6년(1460년)에 이곳이 왕비 정희왕후의 고향이라 하여 그전까지 원평도호부로 불리던 곳을 ‘목(牧)’으로 승격시키고 명칭도 파주로 고쳤다. 파주목사 공덕비는 그동안 파주읍사무소로 옮겨 보관하던 것을 2006년 파주교육박물관을 개관하면서 원래의 자리인 이곳으로 복귀시켰다. 정만교 청백선정비, 유협 청백선정비, 유완 애민선정비, 이유인 영세불망비, 오윤영 영세 불망비 등 다섯개의 공덕비와 안내판이 교육박물관 앞에 서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박물관도 둘러보면 좋을 것이다. 파주교육박물관은 각종 교육자료를 수집, 전시하고 있어 지역교육의 변천과정과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게한다.

봉서산 입구에 위치한 파주향교

​파주초등학교를 나오면 이제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봉서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주내교회를 지나 봉서산 산림공원 초입에 이르니 우측으로 파주향교가 보인다. 파주향교는 조선초기에 건립된 향교로 선현들의 위패를 봉안하고 배향하며, 파주지역의 교육을 위해 건립되었다. 1870년 홍수로 지금의 위치로 옮겨왔다한다. 잠시 내려갔다 오기로 했다.​​



파주향교대성전(경기도 문화재자료 제83호)

향교는 공자와 여러 성현들께 제사를 지내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나라에서 세운 교육기관이다. 파주향교는 태조 7년(1398년)에 처음 지었다. 건물 배치는 교육 기능을 수행하는 강당인 명륜당을 앞에 두고, 제사 지내는 공간인 대성전을 뒤로 배치한 전학후묘의 형식을 이루고 있다. 대성전은 앞면 3칸, 옆면 2칸의 규모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사람 인(人)자 모양인 맞배지붕으로 단아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하여 만든 공포는 새 날개 모양으로 꾸민 익공 양식이다. 기둥 사이에는 위쪽의 무게를 받기 위해 각 칸에 2개씩 꽃받침을 설치하였다. 안쪽에는 공자를 비롯한 그 제자와 우리나라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나라에서 토지와 노비, 책 등을 지원받아 학생을 가르쳤으나, 지금은 교육 기능은 없어지고 제사 기능만 남아있다.



​긴 도보길에서 길을 빗겨나 유적지를 보러 간다는 것이 언뜻 쉽지 않은 일일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지루한 도보길에서 만날 수 있는 청량제 같은 것이 될 수도 있다. 파주향교 또한 그러하다. 봉서산 입구에서 100여 미터 내려서면 정갈한 모습의 파주향교를 만날 수 있는데, 언뜻 문이 닫힌듯 보이지만 우측으로 관리하는 살림집이 있어 기척을 보이면 관리인이 나와 문을 열어준다. 그것이 불편하다면 담장을 끼고 돌아 열려있는 우측문으로 들어가도 된다. 성현들의 위패를 모신 곳이니만큼 무작정 개방해 둘 수는 없는 탓이다. 파주향교 내엔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향나무가 서 있다. 좌청룡우백호인가? 대성전 좌우로 서 있는 느티나무가 늠름하다. 수령을 보니 500년을 넘었다. 그 옆에 구불구불 멋드러진 수형을 자랑하는 향나무 또한 수령 230년이다. 향교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고 정문 앞에 도보자를 위한 지도와 스탬프함이 있다.

아기자기한 시민들의 휴식처, 봉서산



향교를 나와 봉서산 숲길로 접어들었다. 봉서산은 '산림공원'이라는 말대로 시민들의 휴식처로 아기자기, 정갈하게 조성돼 있었다. 간혹 벙커와 참호가 보이지만, 그것은 파주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풍경. 참나무 낙엽 수북한 길을 걷기도 하고 솔향 가득한 솔숲길을 걷기도 하노라면 힐링이 절로 되는 기분이다. 해발 213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전망대에 서면 파주읍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재미있는 봉서산 이야기



​​​봉황이 즐기며 노래하던 산, 정상에 두 개의 우물이 있었는데 하나는 장사가 먹는 장사우물이고, 다른 하나는 명주실 한타래를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았다는 전대우물이었다는 얘기, 또한 산마루에는 장사가 가지고 놀았다는 공기바위가 남아있다는 봉서산에 얽힌 이야기가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낙엽 수북한 길, 솔숲 울창한 봉서산



운동기구 체육시설도 지나고, 다리 쉼하기 맞춤한 벤치도 지나고, 멀리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지나고 잠시 정상석 옆에 서서 인증샷도 남긴 후 촘촘히 놓인 나무계단을 밟고 내려가노라면 발끝에 채이는 것이 수북한 낙엽들이다. 이파리를 한 잎씩 주워들고 지식나눔을 해본다. 누군가 해박한 이가 있어 이것이 상수리나무 잎이고 저것이 밤나무잎이라 가르쳐준다. 내처 이어지는 길은 빽빽한 소나무 숲길을 두런두런 얘기나누며 걷노라니 어느덧 숲이 끝이 났다. 봉서산은 작지만 깔끔하고 정갈한 산이다.

봉서리는 작고 아담한 마을



산을 내려서자 선유삼거리 4.1km라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산길에 소요된 시간이 40 분 정도였으니 2km 남짓되는 거리였을테지만, 도로와 농로와 마을길로만 이어지던 의주길에서 모처럼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었다. 선유삼거리까지 4.1km. 이제 한 시간 여만 가면 의주길 제4길 파주고을길도 끝이 난다. 봉서산을 내려서서 만나는 봉서리는 작은 마을이다. 동네 어르신 한 분이 다 태운 연탄을 들고 나오시다 마주쳤다. 조용한 마을에 도보꾼들이 나타난 게 의아하신지 '어디서 왔냐? 어디를 걷는 중이냐?' 꼬치꼬치 물으신다. 멀리 문산여자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창가에 매달려 손을 흔든다. 우리도 덩달아 화답해 손을 흔들어 준다.

독서둑길에서 만나는 삶의 속살



​​사거리를 건너고 중에교를 건너자 길은 동문천을 따라 선유리로 이어졌다. 오른쪽으로 내를 끼고 걷는 둑방길은 처음 이 길을 시작했던 신산5리, 광탄천 둑길 마냥 탁 트인 시야를 제공했다. 그러나 보이는 풍경은 사뭇 달랐다. 신산리가 전형적은 농촌의 모습이었다면 이곳 선유리 둑방길은 후미진 도시의 뒷길 같은 느낌이다. 독서둑길을 따라 면해 있는 작은 집들의 모습이 처연한다. 지대가 낮아 홍수가 나면 어김없이 피해를 입을 것만 같은 생각에 지나가는 이 마저 안타까운 심정이 된다. 다닥다닥 붙어 그대로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집들이 저 멀리 보이는 휴먼시아 아파트의 새하얀 고층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멀리 주황색 아치다리가 보이기 시작하면 이제 선유삼거리에 다 왔다. 2km 가까이 되는 독서둑길을 마지막으로 의주길 제4길 파주고을길이 끝이 났다.

​​​ 의주길 제4길 파주고을길을 마치며

파주고을길은 신산5리에서 선유삼거리까지 총 11.6km. 점심시간을 포함해 총 4시간 걸렸다. 선유삼거리(버스 정류장명 : 선유4리)에서 의주길의 새로운 구간이 시작됨을 알리는 안내도를 확인하고 버스에 오른다. 92번이나 55번을 이용해 문산역에 간다음 경의선을 이용해 귀가한다.

■ 코스
신산5리(광탄어린이집) - 광탄천 -부곡교 - 파주읍사무소 -파주초등학교(관아터) -파주향교 -봉서산숲길- 봉서리- 중에교- 독서둑길- 선유삼거리(11.6km)

■ 교통편​
-신산5리 : 33번, 10번, 703번,
-선유삼거리(선유4리) : 92번, 55번
-GG콜택시 : 1688-9999

■ 기타
-화장실 : 파주읍사무소, 파주초등학교, 파주향교
-스탬프 및 지도 : 파주향교

■ 참고 싸이트
-경기옛길 http://ggoldroad.ggcf.or.kr/
-경기옛길 네이버카페 http://cafe.naver.com/oldroad

취  재 : 전경애 싱싱뉴스 시민기자

작성일 : 2014-12-8 조회수 : 4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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