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9일 (월)
역사와 전통
역사가 숨 쉬는 경기옛길 의주길 답사기 - 파주편 #1
의주길 제3길, ‘쌍미륵길’을 걷다

의주길

‘의주길’은 고양시 삼송역에서 파주 임진각에 이르는 52.7km의 도보길로 벽제관길, 고양관청길, 쌍미륵길, 파주고을길, 임진나루길 등 총 다섯 구간으로 나뉜다. 이는 2013년 10월, 경기도와 고양시, 파주시, (재)경기문화재단, (사)아름다운도보여행이 조선시대 한양에서 경기도를 거쳐 평안북도 의주를 잇던 의주대로를 복원한 것이다. 고증을 통해 원형을 확인하고 끊어지거나 사라진 도로 대신 인근 대체로를 찾아 연결해 도보탐방로를 만들었다. 부지매입이나 신규 건설이 아닌 기존 길을 연결해 복원하다보니 보행조건은 다소 열악하다. 하지만 중국을 오가던 사신과 상인들, 임금까지 이용했던 역사문화의 탐방로로 그 의의가 크다할 것이다. 주변에 김지남 묘, 벽제관지, 고양향교,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윤관장군 묘, 화석정 등 풍부한 문화유산을 갖고 있다. 흙길과 포장길, 숲길과 마을길, 차도가 함께 어우러진 이색적인 도보길 의주길. 그 중 3~5길인 쌍미륵길, 파주고을길, 임진나루길 등 파주구간 3길을 걸어본다.
(동행 : 인터넷 도보카페 ‘금수강산 길 따라 걷기’).


   

의주길 코스


▶제1길 벽제관길

   (삼송역~벽제관지·7.6㎞)


▶제2길 고양관청길
   (벽제관지~용미3리·6.2㎞)


▶제3길 쌍미륵길
   (용미3리~신산5리·14㎞)


▶제4길 파주고을길

   (신산5리~선유삼거리·11.6㎞)


▶제5길 임진나루길

   (선유삼거리~임진각·12.7㎞)

쌍미륵길 (용미3리~ 신산5리, 14km)



용미 3리에서 신산 5리에 걸쳐있는 쌍미륵길은 조선시대 의주대로인 78번 도로를 옆에 두고 걷는 길로 파주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기도 한다. 이 길에서 만나는 용미리 마애이불입상을 ‘쌍미륵’라 부르기도 하는데 높이 17.4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석상이다. 쌍미륵불은 예로부터 이 지역을 지나는 길손의 이정표가 되었다.

의주길, 주요 교통수단은 703번 간선버스

도보길은 들머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삼송 ~ 고양을 거쳐 온 의주길이 파주에 접어들면서 시작되는 제3길 쌍미륵길은 용미3리에서 시작된다. 이때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이 703번 간선버스이다. 703번 버스는 서울역을 거쳐 불광역 ~ 구파발역 ~ 삼송역 ~ 고양시장(벽제관지) ~ 용미3리 ~ 신산5리 ~ 문산 선유리까지 이어져 의주길의 네 구간을 커버하는 중요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4길 파주고을길이 끝나는 선유리 부터는 경의선을 이용하는 것이 수월하지만, 그 전 구간에서 가장 적절한 교통수단은 703번 버스로 보인다.

시작점을 알리는 안내도

쌍미륵길의 시작점인 용미 3리는 버스 정류장이 세 곳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통상 마을 회관이 있는 ‘용미3리’ 정류장에 내리기 쉬운데 이는 정확한 들머리를 통과한 곳이다. 그보다는 삼송역에서 출발한다고 했을 때 제2길이 끝나는 지점, ‘용미리 묘지입구’ 정류장에 내리는 것이 정확하다. 근처에 신가네 식당, 미도 식당이 있고 건너편으로 ‘서울특별시 용미리 1묘지공원(100구)’ 팻말과 ‘세류길’ 표지가 보인다.
‘용미리 묘지 입구’ 정류장에 내리면 개천을 잇는 작은 다리 용진교를 건너기 전에 안내도가 보이고 의주길의 새로운 구간이 시작됨을 알린다.

표지와 리본을 따라 가면 길을 놓칠 염려가 없어



안내도를 일별하고 용진교를 건너 쌍미륵길 도보여행을 시작한다. 리본과 표지가 잘 돼 있어 놓치지 않고 따라가기만 한다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새로이 도보길을 낸 것이 아니라 기존의 길을 연결해 만든 탓에 길이 다소 복잡하고 또 콘크리트 바닥이 많지만 여유로운 마음이면 이 또한 걸을 만하다.

둑방길, 마을길, 논두렁길도 지나...



둑방을 지나기도 하고 찻길가를 걷기도 하고 마을길, 논두렁길을 지나기도 한다. 어느 밭에서는 누런 호박이 거둬지지 않은 채 밭에서 뒹굴고 있고 또 어느 집 마당에선 무말랭이가 뽀독하게 말라가고 있다. 용진교를 출발한 일행은 용미3리 마을 회관을 지나 옥미교를 건넌다. 잠시 숲으로 드는가 싶더니 눈앞에 용암사가 나타났다.

용암사



용암사는 광탄면 용미리 장지산에 위치해 있다. 창건연대는 11세기, 고려 13대 선종 때로 추정되며 조선시대 전란에 의하여 절이 소실되었다가 1930년대에 재창건 되었다.



1954년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칠층석탑과 동자상이, 1970년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범종각이 세워졌다. ‘장지산 용암사’라는 현판이 걸린 산문에는 두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형상으로 참배객을 맞았다.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磨崖二佛立像. 보물 제93호)

‘쌍미륵’이라고도 불리는 마애이불입상은 보물 제 93호로 용암사와 함께 11세기경에 제작된 걸로 추정된다. 거대한 천연 암벽에 2구의 불상이 우람하게 새겨져 있고 머리 위에는 돌갓을 이고 있어 토속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한 까닭에 신체비율이 맞지 않아 거대한 느낌을 주는 마애이불입상. 불성 보다는 세속적인 특징이 잘 나타나 고려시대 지방화된 불상양식을 연구하는 귀중한 예로 높이 평가된다. 왼쪽의 둥근 갓을 쓴 원립불(圓笠佛)이 남상(男像) 오른쪽의 사각형 갓을 쓴 방립불(方笠佛)이 여상(女像)이다.



마애이불입상 구전설화

고려 선종이 자식이 없어 셋째부인으로 원신궁주 이씨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왕자가 없던 차, 어느 날 궁주가 꿈을 꾸었는데 두 도승이 나타나, ‘우리는 장지산 남쪽 기슭에 있는 바위틈에 사는 사람들이다. 매우 시장하니 먹을 것을 달라’ 하고는 사라졌다. 이에 왕은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장지산 아래에 큰 바위 둘이 나란히 서 있었다. 왕은 즉시 바위에 두 도승을 새기게 하고 절을 짓고 불공을 드렸는데, 그 해에 왕자인 한산후가 탄생했다.


그러나 마애이불입상을 찾았을 땐 마침 보존 공사 중이었다. 안내판을 보니 오는 12월 19일까지 진행된다한다. 석불을 한 바퀴 돌아보지만 철근막 사이로 보는 모습은 온전하지 못하다. 전면에 드리워진 현수막 그림으로 가늠할 뿐이다.



석불의 영험함 때문일까? 공사 중인 불상 앞에 앉아 있는 두 여인네의 모습이 간절하다. 한 여인의 손에는 염주가 들려 있고 또 한 이의 손에는 금강경이 펼쳐져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이곳을 찾는다는 이는 집이 서울이라 한다. 그네들 신심만큼이나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될 용미리 마애이불입상을 뒤로 하고 용암사를 빠져 나왔다.

쌍미륵길에서 만나는 맛집 ‘청암가든’


20여 명이나 되는 인원이다 보니 점심식사를 미리 예약하였다. 곱창전골, 소내장탕, 동태찌개,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의 메뉴를 갖고 있는 청암가든은 용암사 바로 아래 위치해 있는데, 그 가격이 착하고 맛이 좋았다.(031-943 2868,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청암가든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니 곧바로 찻길이 기다리고 있다. 보행자를 위한 공간이 협소해 다소 위험해 보인다. 다행히 우린 일행이 많아 열을 맞춰 가니 차들이 비켜 간다. 잠시 찻길가를 걷다 용미1리(양지마을)에 들어서니 그제야 마음이 놓인다.



밭에는 막 수확을 앞둔 배추들이 청청하다, 한켠에선 고추대궁이 말라가고 지난여름, 한껏 아름다움을 뽐냈을 해바라기 또한 처연한 모습으로 서 있다. 양지마을이 아담하고 따스하게 다가온다. 마을을 벗어나 정교회 주부활성당을 지나 서현추모공원도 지나 이제 고산천으로 향한다. 고산천을 끼고 장곡교까지 가는 길은 시골정취가 물씬 풍기는 길이다.



소박한 옛집 풍경에 시선 주기도 하고 미루나무 우뚝 서 있는 하늘도 쳐다보며 걷노라면 어느새 장곡교도 지나고, 마을, 공장지대도 지나 분수2교에 이르게 된다. 분수리(分水里)는 한강과 임진강이 이곳에서 나뉜다 하여 分水里라고도 하고 역원인 분수원(焚修院)에서 유래하였다고도 한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삼삼오오 걷는 길이 늦가을의 풍경 속에 녹아든다.



분수 2교에서 윤관장군 묘까지는 지척이다. 애초 윤관장군 묘는 의주길에서 벗어나 있는 탓에 도보꾼들이 놓치기 쉬웠었는데 이번에 보니 따로 안내판을 붙여 길 안내를 하고 있었다. 그래봐야 편도 300미터, 왕복 600미터의 거리다. 비록 다시 돌아와야 하는 길이라 해도 이런 수고가 의미 있어 보인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가는 도보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의주대로’를 복원한 길인만큼 의주길이 주변 유적지를 최대한 아우르는 것이 의미 있기 때문이다.

윤관장균 묘(사적 제323호)



윤관(?~1111)은 고려중기의 문무를 겸비한 공신으로 율곡 이이, 황희 정승과 함께 파주 3얼로 꼽힌다. 고려 문종 27년(1073년)에 문과에 급제하여 숙종 9년(1104년)에는 여진정벌을 위해 별무반을 편성하고 예종2년(1107년)에는 여진정벌의 대원수로 임명되어 여진 정벌 후 동북지방 일대에 9성을 쌓았다.



묘역에 들어서자 우선 왕릉에 견줄만한 큰 규모에 놀라게 된다. 윤관장군의 무덤은 500여 년이 지난 임진왜란 전후까지 후손들에게 그 소재가 확인되지 않다가 1764년 윤관의 구비파편(舊碑破片)이 발견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영조가 봉분을 새로 조성하고 치제(致祭)하게 함으로써 윤관의 묘소임을 공인하게 되었다한다. 묘역시설로는 여충사(麗忠祠, 1979년 건립)ㆍ묘비(墓碑)ㆍ분수재(汾水齋)ㆍ교자총비(橋子塚碑) 등이 있다. 위패는 예종의 사당에 함께 모셔졌고, 고려 태조와 충의공신을 모신 숭의전에서 함께 배향되었다. 고려 500년 역사에 길이 빛날 충신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 가문의 영광일 것이다.

후손들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아름다운 조경과 품위 있는 유택이 잘 보존되어 있고 조망 또한 뛰어난 윤관장군 묘. 문화해설사의 해설도 들을 수 있으니 긴 도보길에 역사의 향기를 더할 수 있다.



윤관장군 묘를 나오니 입구에 스탬프를 찍는 곳이 있다. 의주길은 각 구간마다 완주기념을 위한 스탬프를 비치하고 있는데 제3길 쌍미륵길에는 용암사와 윤관장군묘 두 곳에 비치돼 있다.

다시 분수2교까지 되돌아와 본길에 합류한다. 길은 다시 고산천변으로 이어지는데 둑방길을 걷기도 하고 데크길을 걷기도 한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은 한산하다. 짚더미를 싸놓은 하얀 비닐뭉치가 논바닥을 가득 채워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인기척에 놀랐는지 냇가에서 청둥오리들 푸덕 날아오른다. 길 가 채마밭엔 아낙들이 김장거리를 추수하고, 뉘 집 옥상인가? 빨랫줄엔 부끄럼도 없이 속옷들이 말라가고 있다. 몇 남은 이파리들이 겨울을 재촉하는 11월, 의주길 파주 구간은 사람 사는 동네 곁눈질하기에 딱 좋은 길이다.



광탄 삼거리 근처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 옆을 지나니 이제 신산 5리 종점으로 향하는 막바지 길이다. 읍내를 벗어나니 다시 한가로운 풍경, 차량통행이 거의 없어 걷기에 좋고 보라색과 노란색을 함께 매달아놓은 의주길 리본은 촘촘히 길안내를 잘하고 있다. 길은 내내 실개천을 면한 둑방길로 이어진다. 신탄막 마을이 저긴가? 새술막교 앞을 지나는데 ‘신탄막(새술막)이야기’ 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신탄막(새술막) 이야기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피해 의주로 몽진하던 선조의 피난행렬은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마을 주막거리에서 쉬어가던 피난 일행은 갑작스런 비 때문에 불을 피우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마을 사람들이 숨겨두고 아껴 쓰던 숯을 가져온 덕에 비로소 불을 피워 옷을 말리고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를 본 선조임금이 이 숯은 처음 보는 탄(炭)이라 하여 그때부터 마을을 신탄(新炭) 또는 “새술막”이라 부르게 되었다.



내처 걷기로 한다. 원광사 안내석도 지나고 외화산교도 건너고 광탄공공하수 처리장도 지난다. 이제 다 왔다. 저 멀리 차들이 달리는 길이 보인다, 56번 국도와 의주길이 만나는 삼거리에 이르면 의주길 제3길 쌍미륵길 도보여행은 끝이 난다. 안내도와 버스 노선을 다시 한 번 숙지하고 이곳이 다음 제4길 여행의 출발점을 기억한다.



제3길 쌍미륵길은 총 14km,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을 포함해 4시간 30분 걸렸다. 도보전문 카페 회원들과 함께 하다 보니 좀 빠른 걸음이었을 것이다. 신산5리 버스정류장에서 703번 버스를 타고 귀로에 오른다.

* 의주길 파주구간 3부 연재, 다음 주엔 제2편 ‘제4길 파주고을길’ 편이 이어집니다.

■코스
용미3리-용암사, 마애이불입상-서현추모공원-장곡교-분수2교(윤관장군묘)-광탄 농협하나로마트-신산5리 버스정류장

■ 교통편
-용미3리 : 703번 간선버스
-신산5리 : 703번 간선버스 외 10, 15, 33번 버스
-GG콜택시 : 1688-9999

■ 기타
-화장실 : 용미3리 마을회관, 용암사, 윤관장군묘, 광탄 농협하나로마트
-스탬프 및 지도 : 용암사, 윤관장군 묘

■ 참고 싸이트
-경기옛길 http://ggoldroad.ggcf.or.kr/
-경기옛길 네이버카페 http://cafe.naver.com/oldroad

취  재 : 전경애 싱싱뉴스 시민기자

작성일 : 2014-11-24 조회수 : 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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