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4일 (월)
역사와 전통
가왕 조용필도 노래했던 파주미군클럽

파주지역은 6.25전쟁의 과정에서 참으로 많은 상흔을 가진 곳이다. 치열한 전투가 치러진 곳에서는 불타버린 가옥과, 파헤쳐져 전장터가 되어버린 산등성이와, 탱크와 트럭을 위해 밀어버려 흙길이 되어버린 마을의 논밭들....그 밖에 외국인 군부대와 관련된 특수한 생활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우리의 전투를 돕기 위해 파견 나와 곳곳에 주둔하고 있는 외국 군대들은 파주 연풍리, 선유리, 장파리, 늘노리, 봉일천, 영태리 등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 외국인 군부대 부근에는 외국군인들의 여가시간을 위한 향락시설이 들어서면서 지역의 경제활동에 견인차가 되기도 하였다. 이 곳에 뿌려지는 달러의 수입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모여든 지역에는 다방, 여관, 술집, 클럽, 홀하우스, 당구장 등이 들어섰다. 이곳에선 ‘강아지도 달러를 물고 다닌다.’라는 말이 돌았던 만큼 미군들이 여흥비로 지출하는 금액이 많았다.

외국군인들은 오후 4시 30분쯤 되면 부대에서 나와 인근 장파리, 늘노리, 선유리, 연풍리, 영태리, 봉일천 등지의 위락시설을 이용한 뒤 저녁 9시 30분쯤 부대로 복귀하였다. 이들이 이용하던 클럽에 군인들의 취향에 맞는 서구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밴드를 결성해 모여들었다.

파평면 장파리...가왕 조용필이 처음 노래하고자 찾아왔던 곳
오래된 다방과 재건학교, 미군클럽이 남아있는 거리


오후 4시 30분, 하루의 일과를 마친 미군들이 버스나 트럭을 타고 리비교를 건너 장마루촌으로 몰려온다. 다리 건너 첫 미군클럽은 ‘라스트찬스’였다. 그들은 다리 건너 처음 만나는 클럽을 ‘퍼스트찬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즉 다리를 건너올 때는 ‘퍼스트’이고 다리를 건너갈 때는 아쉬운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들러서 간다고 ‘라스트찬스’였던 것이다.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라스트찬스>


일단 들어가 목을 축이려고 맥주를 주문하는 군인들이 있는가 하면 거리의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당구를 치거나 장마루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군인들도 있다.  일부는 ‘럭키바’, ‘매트로 홀’, ‘DMZ홀’ ‘나이트클럽’으로 들어가 신나는 팝밴드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젊음을 발산하기도 하였다.



<당시 모습이 아직 남아있는 dmz홀>


흑인군인들은 주로 ‘블루문 홀’에 모이는데 아주 가끔씩은 백인군인들이 드나드는 ‘라스트찬스’의 손님들과 패싸움을 벌이기도 하였다. 싸움의 원인은 주로 라스트찬스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이 블루문 홀로 와서 일하면서 전의 단골손님들이 화가 나서 블루문홀로 찾아와 싸움을 걸거나 아니면 그 반대의 상황 때문이었다. 때로는 백인클럽인 ‘라스트찬스’에 흑인들이 모르고 들어갔다가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장파리에는 그 당시 여섯 개의 미군클럽이 있었고 다양한 음악밴드가 활동하고 있었다. 이중에 라스트찬스의 밴드가 인기가 제일 좋았는데 머리를 노랗게 또는 빨갛게 염색하고 멋지게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연주를 잘해서 손님들이 많이 찾았다고 한다.

6.25전쟁의 참상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도 가수 조용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60년대 장마루촌의 클럽이 활성화되고 있을 때 우리나라 최고의 가왕 조용필이 당시 서울 마포에서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다 가출하여 이곳을 찾아왔다. 이곳의 밴드들에게 음악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조용필이 머물렀던 곳은 ‘블루문홀’ 클럽으로 흑인 전용 클럽이었다. 이 곳엔 4형제와 혹부리라는 또 한사람, 이렇게 다섯 명이 보컬, 드럼, 세컨드기타, 베이스기타, 섹소폰을 능란하게 연주하여 인기가 많았는데 이 밴드는 후에 미국에 초대되어서 공연을 할 정도로 실력있는 밴드였었다.



<블루문홀 자리(헐리고 양옥가정집으로 바뀌었다)>


이 곳 ‘블루문홀’ 에서 잡다한 일을 도우며 음악을 배우던 조용필은 어떤 연유인지 모르나 선배들과 다툼이 있어서 쫓겨나다시피 해서 그곳을 나와 연풍리 용주골 ‘세븐업클럽’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라스트찬스’라는 밴드의 보컬 김태화와 윤항기 등도 와서 이곳의 밴드들과 어울리며 음악을 배우기도 하고 노래를 하기도 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본다면 한국현대 락과 팝음악의 태동지는 파주 장파리, 늘노리, 선유리, 연풍리 등의 미군클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선유리에는 밴드들의 숙소였던 건물이 아직도 남아있다. 지금은 전통연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전통연문화 사무실 및 전시공간으로 쓰고 있다. 조용필이 있었던 ‘블루문홀’은 지금은 가정집으로 변해있고, ‘라스스찬스’는 그 후로도 여러 번 주인이 바뀌면서 다양한 형태로 영업을 해오다 지금은 새로운 주인이 들어와 내부를 다시 수리하여 갤러리 겸 카페로 만드는 과정 중에 있다.

파주읍 연풍리에서 태어나 1960년대 젊은 시절 장마루촌에 들어와 재건학교를 다녔고 지금까지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재우(69세)씨에 의하면 장파리에 있던 미군클럽은 이외에도 ‘매트로홀’ ‘럭키바’ ‘나이트클럽(일명 뱀집)’ ‘DMZ홀’이 있었고, 그 주위엔 ‘홀하우스’라는 유곽이 곳곳에 있었다고 한다.



<당시의 럭키바>


<럭키바 현재 모습(공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방도 6개나 있어서 ‘브릿지 다방’과 ‘오아시스 다방’ ‘은전 다방’ 등이 있어 성업을 이루었는데 현재 남은 곳은 ‘소라다방’과 예전의 퀸다방이었던 ‘태일다방’이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다.



<브릿지 다방의 현재모습>


파주에서 제일 처음 세워졌던 용주골의 문화극장 다음으로 두 번째로 세워진 극장이 장마루극장이었다. 이곳에서 그 당시 최고 인기 가수였던 이미자씨가 6만원을 받고 노래 3곡을 부르고 갔다는데 그 당시 쌀 한가마니 가격이 3,500원이었다고 한다.

영화배우 최무룡과 김지미 등이 출연했던 ‘장마루촌의 이발사’ 영화가 촬영되었던 곳도 이곳 장파리였고 상영되었던 곳도 이곳 장마루극장이었다. 영화 ‘장마루촌의 이발사’의 배경이 되었던 버스 종점은 지금 조그만 구멍가게와 당구장이 들어서 있고, 장마루극장이 있던 곳은 건재상의 주차장으로 변해 있다.



<장마루극장 예전모습>


<장마루극장 자리(철물건재상 주차장이 되었다)>


장파리에는 미군클럽과 유흥업소들만 있었던 건 아니고 ‘재건학교’라고 당시 학교를 못다니는 청소년들에게 미군들과 지역 청년들이 공부를 가르치던 학교가 있었다. 아직도 건물은 남아있는데 자물쇠로 굳게 잠겨진 채로 낡고 쇠락해 가고 있었다.



<재건학교>


<재건학교 간판>


이재우 씨는 “그 당시 장마루촌에는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많아 버스가 이곳에서 서울까지 다녀서 인근의 적성, 문산 등에서도 이곳까지 와서 버스를 이용하곤 했다. 버스 종점 앞 이발소가 바로 영화 ‘장마루촌의 이발사’의 배경이라고 했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서울을 오가는 버스가 이곳에 종점을 두고 있었다는건 장파리가 당시 인근에서 지역경제가 가장 활발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전쟁의 이면으로 외국군부대가 주둔하면서 외국군인들이 뿌려대는 유흥비 달러를 벌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새로운 문화의 거리가 형성되었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어 경제적 효과를 보았다는 플러스적 요인도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전쟁의 상흔 못지 않게 상처로 남은 개인사, 가족사가 있었으며 대다수의 지역민들이 되새김질 하고 싶지 않은 여러 가지 추억을 양산하기도 하였다.



<장마로촌 정미소>


그러나 어차피 끌어안고 가야할 삶의 역사적 현장이면 오히려 그 당시 서구음악의 도입을 통해 많은 가수들을 탄생시켰던 이 곳을 옛모습 대로 잘 보존하고 복원하여 ‘추억의 음악거리’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60년대~70년대의 추억의 팝송을 노래하는 클럽을 다시 복원하고 추억의 DJ가 음악을 틀어주던 음악다방을 다시 운영하고, 아직도 남아있는 옛날식 방앗간과 재건학교를 돌아볼 수 있게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옛추억의 음악을 즐기고 지난 시절의 생활문화를 느끼고 갈 수 있는 거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임진강에서 어업활동을 하고 있는 장파리 주민들이 잡아온 임진강 물고기로 끓여내는 신선한 매운탕을 맛보고 커피나 맥주와 함께 추억의 팝송을 들을 수 있게 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추억의 팝송거리‘의 테마가 있는 마을 ‘장파리’의 재건을 기원해본다.

취 재: 권효숙 싱싱뉴스 시민기자

작성일 : 2014-10-20 조회수 : 7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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