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9일 (월)
소통과 나눔
내 인생의 보물 1호 이야기 축제를 다녀와서

겨울에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을 넘긴 바로 다음 날, 파주경찰서 옆 금릉어린이공원에서 흥겨운 타령 소리가 퍼져 나왔다. 무심코 지나던 인파가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곳에서는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파주이야기가게가 주관하는 ‘내 인생의 보물 1호 이야기’ 축제가 펼쳐지고 있었다.

축제 현수막과 알림판

[축제 현수막과 알림판]

내 인생의 보물 1호 이야기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를 맡았던 김자연 기획자는 “나만이 간직하고 소중한 사연이 담긴 내 인생의 보물 1호 이야기를 수집하기 위해 올해 5월부터 사업을 알리고, 이야기를 펼쳐낼 분들을 모집하느라 처음엔 마음고생이 컸어요. 어렵게 9명의 생활디자이너를 선발하고 매월 1~2회 모임을 통해 이야기를 공유하고 다듬어 이렇게 완성된 책자를 보니 뿌듯합니다. 보람도 느끼고요.”라며 갓 인쇄된 책자를 집어 들며 건넨다.

생활디자이너 단체사진

[생활디자이너 단체사진]

식전 행사로 벌어진 국악 한마당이 끝나자 관계자 인사말과 생활디자이너들의 인사와 각자가 들고나온 보물 1호를 소개하는 순서가 진행되었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통기타 가수 이진성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국악공연

[국악공연]

통기타 가수 공연

[통기타 가수 공연]

공원 여기저기에 펼쳐놓은 보물 1호들은 먼저 오라며 손짓한다. 올 6월, 418회KBS ‘한국인의 밥상’에 꽃 김밥을 만드는 요리사로 출연했던 정순덕의 보물 1호를 찾았다. “부모님도 농부였고, 남편도 농부, 저 또한 농부로 제 손으로 지은 농산물을 가공하고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만들고 나누며 이렇게 사람들과 소통하므로 행복과 보람을 느끼고 있답니다. 장릉 옆에서 살고 있는데 첫 모임을 장릉에서 연다고 하여 만사 제쳐놓고 달려갔지요. 호호호 이렇게 참여하여 내가 만든 두부와 겉절이로 찾아주시는 손님을 대접하고 내 인생의 보물 1호인 장릉 숲을 알리게 되어 보람을 느끼고 있답니다.”라며 연신 먹거리를 앞으로 밀어 놓는다.

환하게 웃고 있는 정순덕 씨

[환하게 웃고 있는 정순덕 씨]

잔디 깔린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남편을 따라 십 년 전 연신내에서 광탄면 발랑리로 이사 온 권인숙은 “금병산자락에 아담한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세월이 갈수록 시골 생활이 쉽지만은 않더군요. 무료하던 차에 우연한 기회에 문화해설사과정을 이수하면서 관심이 깊어졌습니다. 밴드 활동을 통해 관심 사항이 올라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답니다. 이런 사회활동이 삶의 활력소이며,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결혼해서 해외에 사는 큰딸이 결혼하며 집에 놔두고 간 초등학교 일기장을 나의 보물 1호로 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라며 웃으며 얘기한다.

보물 2호인 아들과 함께 한 권인숙 씨

[보물 2호인 아들과 함께 한 권인숙 씨]

큰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 동시를 지었다며 종이 한 장을 들고 왔다고 자랑하는 이창신은 기념 삼아 꾸민 액자를 보물 1호로 들고 나왔다.

“세상의 부모들이 다 그렇겠지만 저 역시 세상 어떤 시보다도 감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동시를 볼 때마다 종종 혼자 감탄하고 기뻐하며 감동했답니다. 펴서 읽어보고 다시 접어놓기를 반복하며 접힌 귀퉁이가 낡아져 있지만, 그날의 감동을 잘 간직하고 나에게 힘듦을 줄지라도 어린 첫 아이의 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말하며 행복한 미소를 머금는다.

[동시 ‘코스모스(박태형 지음)’]

한 송이의 코스모스. 여름에 핀 코스모스 중 작은 코스모스. 하지만 사람들이 들락날락 거려도 안 따가는 코스모스. 그래서 행복한 코스모스. 하지만 나중에 크면 눈에 띌세라 아직은 작은 코스모스. 크면 다시 보자.

동시를 꾸며놓은 액자

[동시를 꾸며놓은 액자]

생활디자이너 중의 막내로 이곳저곳을 분주하게 옮겨 다니던 방인혜는 남매의 엄마로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적어온 육아일기를 보물 1호로 들고 나왔다.

포즈를 취해주는 방인혜 씨

[포즈를 취해주는 방인혜 씨]

“만약에 집에 불이 나면 무엇을 가장 먼저 들고 뛰어나갈 것인지 고민해 보았지요. 그러나 역시 저는 부스스한 얼굴에 엉클어진 머리칼, 여기저기 김칫국물이 묻은 셔츠를 입고 울고 웃으며 써 내려갔던 육아 일기장이랍니다.”라고 말한다.

“짧은 한 대목을 소개할까요? 막내 딸아이 한서가 4년 전에 치과에 다녀오더니 갑자기 책을 찾아 읽는다. 그러면서 하는 말 ‘엄마 매일 책을 읽지 않아서 입에 벌레가 생긴거야’ 무슨 말인가 잠시 생각했다. ‘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어제들은 안중근의 말씀이 생각났나 보다 혼자 웃겨서 빵 터지고 ㅎㅎ 진지하게 고민하던 6살의 아가씨 한서가 집어 든 책은...... 철학책 ‘칸트’<2015.01.31.>” 깔깔 웃다가 카메라를 들이밀자 정색하며 포즈를 취해준다.

방인혜 씨의 육아일기장과 아기를 위해 쓰던 소품

[방인혜 씨의 육아일기장과 아기를 위해 쓰던 소품]

파주이야기가게 이윤희 대표는 “멋진 가을의 끝자락에서 우리의 축제를 물들여주기 위해 마지막까지 잎새를 떨구지 않은 단풍잎과 작은 공원에 놓은 생활문화디자이너들의 보물 1호 이야기들. 작지만 소소하게 펼쳐진 오늘의 축제는 어디서도 본적이 없는, 다시는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보물1호 이야기가 오늘 축제로 마무리되었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될 겁니다. 이곳을 찾아준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라며 축제를 마무리했다.

나의 보물1호 전시 소품들

[나의 보물1호 전시 소품들]

내년에도 이러한 행사는 계속 진행형이다.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먼저 밴드 홈페이지에서 “파주이야기가게‘를 검색하여 리더 이윤희를 찾고, 밴드에 회원가입을 한 후 수시로 공지되는 내용을 살펴보고 신청하면 된다.

취재: 김명익 시민기자

작성일 : 2019-11-12 조회수 : 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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