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일 (화)
소통과 나눔
‘지식이 아닌 마음을 나눠요’
청석초교 어머니 동화구연회

“노란 눈에 마구 헝클어진 머리, 칙칙한 고깔모자를 쓴 마녀들은 나를 양념을 뿌리고 잡아먹을 것 같았어요. 엄마~”


“엄마는 침대보와 함께 유령들을 세탁기에 넣었어요. 엄마는 빗자루로 빵부스러기와 함께 괴물들을 쓸어 버렸어요. 이젠 나는 밤이 되어도 전혀 무섭지 않아요.”


<엄마, 괴물이야> 中
 
이른 아침 청석초등학교의 교실에서는 격주 금요일마다 이렇게 동화구연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 날 2학년 교실엔 형광등이 꺼지면서 TV 화면에 <엄마, 괴물이야>의 동화책 그림이 상영됐다. 동화구연 선생님의 실감나는 목소리 표현으로 아이들은 화면을 보며 책의 내용에 빠져 들고 있었다.




같은 시각 4학년 교실 또한 동화구연 선생님과 함께 슬픔상자를 통해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티슈박스로 만들어진 슬픔상자를 통해 아이들과 선생님은 본인들의 슬픈이야기를 티슈를 뽑으며 나눴다.


“중2 누나가 나를 때려서 슬퍼요.”


“지금 세계적으로 중2병이라고 있는데 이 시기만 지나면 누나도 괜찮아질 거야.”


“아빠가 어젯밤 갑자기 맹장이 아프다고 해서 슬퍼요.”


“맹장은 일주일이면 낫는단다.”


“명심보감 쓰기가 싫어요.”


아이들은 박스를 돌려가며 슬픔을 꺼내었다. 선생님은 “애들아 슬픔을 마음속에만 간직하지 말고 털어내야 발전이 있는 거란다. 슬픔에만 빠져있지 말고 씩씩하게 이겨내는 4학년3반이 되렴” 하며 30분의 짧은 수업을 마쳤다.




7년 전 청석초교에 1학년 딸을 입학시키고, 도서관봉사를 하던 학부모 박수진 씨는 도서관의 어수선함을 잠재우고자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기 시작했다. 마침 독서지도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다른 엄마와 함께 도서관에서도 아이들에게 반응이 좋으니 1학년 딸아이 반도 동화 읽어 주는 시간을 마련하면 좋을 것 같아 담임선생님께 여쭈었다. 선생님 또한 흔쾌히 허락을 하셔서 청석초교 동화구연이 시작됐다.



초창기 몇 년 동안은 인근 150년 된 물푸레나무에서 따온 ‘물푸레 동화구연회’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으나 지금은 ‘청석초교 어머니 동화구연회’로 불린다. 청석초교는 지난해까지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학부모가 한국동화구연 지도자협회에서 3시간씩 10주 동안 교육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게 했다. 교육을 수료한 학부모들은 방학 중 독서교실과 동화구연교실 등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맘껏 뽐냈다.




지난 여름방학 학부모가 주관한 3일 동안의 독서교실 수업 중엔 잠자리를 만들어 날개에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책 제목을 쓰게 한 결과, 날개에 쓴 학생들의 수준 높은 책 제목을 보고 선생님들 또한 놀랐다는 후문도 있다. 청석초교는 지난해까지 1~2학년만 동화구연 수업을 했다. 그러나 올해 3~4학년까지 해본 결과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고학년까지 확대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동화구연 수업을 위해 학부모의 노력 또한 만만치 않다. 동화구연 담당 학부모는 학년별 회의를 통하여 읽어주고 싶은 책을 정하고 장르가 다른 책은 중복을 피하며 그림책은 그림을 디지털 카메라로 일일이 찍은 후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USB에 저장한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부모는 저장된 그림책을 메일로 받아 수업을 하는 것이다.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은 수업 중 읽은 책을 대출하기 위해 도서관에 오는데 이미 대출이 됐으면, 빈손으로 가지 않고 다른 책을 빌려 가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의 독서량 증가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현재 우리 아이들에게 도서관을 가까이 하게 하자’라는 것이 동화구연 교실의 주목적입니다. 내 아이만 잘 키우기보다는 우리 모두 다 같이 잘 키워 그 속에서 내 아이가 살게 하자는 겁니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수학, 과학도 중요하지만 언어의 중요성이 더 큽니다.”


청석초교 동화구연회 담당 양희숙 씨의 말이다. 청석초교 병설 유치원의 원아들에게도 동화구연 선생님들이 찾아간다고 하니 동화수업은 자연스럽게 초등 연계 수업이 된다.


일제 강점기 때 어린이 문화운동 단체인 ‘색동회’의 방정환 선생님은 어린이라는 말로 어린이의 사회적인 지위를 높여준 분이며 대중적인 매체를 접할 기회가 적은 아이들에게 동화구연을 통해 동심과 애국심을 고취시켰다.


당시 동화구연의 1인자인 방정환 선생님이 좋은 화술로만 인기를 끌었던 것이 아니라 긴 겨울밤 화롯불을 앞에 두고 손자 손녀들에게 마음속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음으로 동화구연을 했기에 인기가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동화구연은 단지, 지식의 전파가 아닌 마음의 나눔의 장일 때 그 의미가 더욱 빛난다. ‘청석초교 어머니 동화구연회’의 마음도 7년 동안 한 결 같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고, 아이들을 온전히 이해하는 엄마의 마음처럼.


   취재 : 이종화 싱싱뉴스 시민기자

작성일 : 2013-11-25 조회수 : 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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