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2일 (일)
신나는 파주
아직도 뜨거운 열기
- 세계 여자 복싱 슈퍼페더급 챔피언 타이틀 매치

한때 복싱은 한국의 메달밭이었다. 장정구 같은 선수들이 타이틀 매치를 할 때면, 온 동네 사람들이 TV 앞에 모여 앉았다. 주먹 한 방 한 방에 환호와 탄성이 이어졌다. 요즘의 축구 월드컵 국가 대표전을 생각하면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지난 9월 7일(토) 태풍 ‘링링’이 수도권을 강타하던 바로 그날, 운정 다목적체육관에서 세계 여자 복싱 슈퍼페더급 챔피언 타이틀 매치가 열렸다. 파주시와 시의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행사였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헝그리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사양 스포츠 취급을 받고, 대중적 인기까지 종합격투기에 내준 복싱이다. 이런 날씨에 과연 사람들이 얼마나 모일까? 걱정을 가득 안고 체육관에 들어섰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고, 실내를 가득 채운 관중들의 모습에 잠시 당황하기까지 했다. 작지 않은 공간에 마련된 좌석은 거의 찼고, 벤치로 사용되는 공간까지 사람들이 모여앉아 있었다. 운정 다목적체육관은 기본 프로그램에 킥복싱이 있는 만큼, 투기종목의 경기에 불편함이 없는 시설이다. 잘 갖춰진 시설과 좋은 접근성, 그리고 오랜만의 국제 타이틀전 3박자가 사람들을 체육관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운정 다목척체육관 경기장의 모습

[운정 다목척체육관 경기장의 모습]

오픈게임으로 젊은 선수들의 짧은 경기가 이어졌다. 비록 타이틀 매치나 랭킹전 같은 높은 수준의 경기는 아닐지라도, 투지만큼은 그에 못지않았다. 부족한 기술은 근성으로 커버했다. 허공에 휘젓는 손도 많았지만, 관객들은 아랑곳 않고 젊은 투사들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드디어 메인이벤트인 슈퍼페더급 세계 타이틀 매치가 시작됐다. 도전자 가오 진양 선수는 비록 프로경력은 짧지만, 국가대표출신으로 탄탄한 기본기를 가진 선수였다. 챔피언 신보미레 선수에 비해서 체격이 왜소하고 리치도 짧은 편이지만, 가벼운 선수 특유의 빠른 움직임이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입장하는 챔피언 신보미레 선수]

초반 라운드에서 가오 진양 선수는 스피드를 살려 공격을 회피하고 단타로 점수를 내는 아마 출신 특유의 포인트 추구 전술을 구사했다. 능숙한 위빙으로 챔피언의 주먹을 요리조리 잘도 피해갔다.

[경기 모습 : 가오 진양 선수(파란 옷) / 신보미레 선수(빨간 옷)]

                   

신보미레 선수는 리치를 앞세워 천천히 압박했다. 단발로는 강력하지 않아 보였지만, 라운드가 지날수록 가오 진양 선수의 데미지가 누적된 듯 보였다. 후반에 들어서면서 점점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고, 신 선수는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8회전 시작 공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오 진양 선수를 구석으로 몰아붙인 신 선수는 전광석화 같은 연타를 몰아쳤다. 가오 진양 선수는 흡사 샌드백마냥 가드를 올리고 몸을 휘청 거릴 뿐이었다. 관중석은 KO를 기대하는 듯 한껏 응원의 함성을 쏟아냈다.

파란 옷: 가오 진양 선수 / 빨간 옷: 신보미레 선수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석의 모습]

가오 진양선수는 가까스로 빠져나와 경기를 이어갔다. 9회전에서 전 라운드의 만회를 위해 공세를 펼쳐봤지만 챔피언의 가드는 녹녹치 않았다. 결국 큰 점수를 얻지 못한 채 라운드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10회전이 모두 끝나고, 관객들은 숨죽이며 판정 결과를 기다렸다. 3대0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신보미레 선수는 타이틀 방어전에 성공했다. 8회의 연타공격과 비록 슬립에 가까웠지만 중반에 휘청했던 가오 진양 선수의 모습에서 관객들도 이미 결과를 예상했던 바였다.

승리한 신보미레 선수

[승리한 신보미레 선수]

메인이벤트는 아니었지만 서인덕 선수의 WBA 웰터급 아시아 챔피언 도전도 이어졌다.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의 플라토브 선수로 기량이 뛰어난 강자였다. 많은 사람들이 플라토브 선수의 우세를 점치고 있었지만, 서인덕 선수도 밀리지 않고 주먹을 세차게 내질렀다. 열기를 뿜어내던 경기는 5회전 버팅으로 중단되었다. 어쩔 수 없이 5회전 채점으로만 판정을 내렸다. 결과는 아쉽게도 판정패. 시합이 더 이어졌다면 결과는 변했을지도 모르지만, 오늘 승리의 여신은 우즈벡에서 온 투사에게 손을 들어줬다.

거의 3시간에 걸친 경기 내내 관중들은 자리를 지켰다. 가족 단위로 보이는 관람객도 있었고 의외로 젊은 커플들도 많았다. 나이 지긋한 노인 관객들은 옛 추억에 잠기는 듯 했다. 선수들이 펀치를 쏟아 낼 때마다 어깨를 움찔거리며 같이 반응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복싱은 이제 비인기 종목라고 생각한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사람들은 아직도 복싱의 묘미를 잊지 않았다. 복싱이 고팠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태풍을 뚫고 모여든 복싱팬들은 오랜만에 만족스런 맛집 탐방을 마치고 가는 듯 보였다.

취재: 박수림 시민기자

작성일 : 2019-9-9 조회수 :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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