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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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2막, 9급 공무원으로 시작!
- 법원읍 오주환 주무관을 만나보다

55세 전후에 펼쳐지는 인생 2막을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한 인물이 있다. 파주시청 홈페이지 조직도에서 법원읍을 찾아 들어가면 맨 끝에 그 이름과 소관 업무가 적혀 있다. 불법광고물, 클린평가, 불법소각 및 투기단속, 야생조수, 슬레이트 지원사업, 광고물 보상금 지급, 돼지풀 사업…… 금년 5월 9급 행정공무원시험에 합격한 뒤, 한 달 전 법원읍 미관팀에 배치된 오주환 주무관을 만나봤다.

한 달 전 법원읍 미관팀에 배치된 오주환 주무관
55세 전후에 펼쳐지는 인생 2막을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한 인물

“제법 알려진 회사에서 27년간 근무했습니다. 그곳에서 사내연애로 아내를 만났고, 오래 재직한 덕분에 관리자가 되었지요. 그러다가 정년이 가까워질 무렵, 상무이사로 승진해 있던 아내가 재임되지 않자 함께 퇴직하게 됐습니다. 임원은 정년이 없는 대신 재임되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야 하니까요. 우리 부부의 건강, 성례하여 독립한 1남 1녀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사표를 던졌던 거지요. 그런데 오랜 세월 길들여진, 아침에 집을 나섰다가 저녁에 돌아와야 하는 습관만은 결코 적응되지 않았습니다.”

제2의 인생, 인생 2모작이니 하는 말이 요즘 한창 떠오르는 화제이다. 100세 시대로 일컬어지기는 요즘,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는 돈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막상 당사자들은 일을 우선으로 꼽는다는 통계가 있다. 보통 회사원들의 은퇴 시기인 55세 전후로부터 평균수명에 도달하기까지의 기간은, 학업을 마치고 은퇴할 때까지 직장에서 일했던 기간과 거의 맞먹는다. 무위도식으로 허송하기에는 너무나도 긴 또 한 번의 인생이, 은퇴자의 눈앞에 놓이는 셈이다.

“처음에는 해외여행을 다녀보고, 파주시 중앙도서관의 평생학교나 독서회 프로그램에 참가해 봤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수영도 열심히 하면서 취미생활을 설계해보기도 했지요. 그런데 여전히 뭔가 잘못 살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한마디로 쉬는 게 힘이 들었지요. 그래서 직장을 구해보기도 했습니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어보기도 하고 취업박람회 같은 곳을 기웃거려보기도 했지요. 특별한 기술이 없으니 50대 후반인 저를 써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무원인 막내 동생이 뜻밖의 권유를 하더군요. 자기가 공부하던 수험 서적이 그대로 있으니까, 60세까지 나이 제한이 없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보는 게 어떠냐고요.”

많은 구직자들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가 되기를 원하고, 대법원에서는 육체노동자의 근무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조정하는 문제를 두고 공청회를 여는 세상이다. 50대 후반에 공무원시험에 도전한다고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50대 후반에 공무원시험에 도전한다고 탓할 수는 없을 것

“9급쯤이야, 하고 도전했는데 단번에 떨어졌습니다. 경쟁률이 상당하다 보니 실력 있는 수험생이 많았던 거지요. 은근히 오기가 생기더군요. 결국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공부해서 2년차인 올해야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희망은 법관이었다. 현재는, 읍사무소에서 나이는 가장 많고 직급은 가장 낮다. 때로는 자격지심이 들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묻고 열심히 배운다.

“예전 회사에서 관리직으로 오래 근무한 탓에 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선임이 친절하게 가르쳐줘서 하나씩 익히고 있지요. 요즘은 불법광고물 철거, 쓰레기 불법소각 단속과 민원허가 등이 주요 업무입니다. 우선은 원만한 민원처리에 충실해야겠지요.”

공무원에 임용되었다고는 해도 동료들과는 처지가 다르다. 주어진 근무기한은 3년뿐. 공무원 정년이 60세이니, 승진이나 영전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다. 그러니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3년 뒤에는 지난해와 똑같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자격증 하나라도 따둘 수 있을는지 모색하느라 출퇴근도 전철과 버스를 이용한다.

“미안한 감정도 있지요. 요즘 젊은이들 일자리가 없다고 난리인데, 때로는 제가 그들의 몫을 빼앗은 건 아닌가싶어 미안한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자부심 같은 걸 느끼기도 하지요. 일단 직장에서 은퇴한 다음인데, 나이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우선 제 조카들이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늙은 삼촌도 하는데 젊은 우리가 노력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거지요. 그래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곤 합니다. 일단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는 최소한 실패자라든지 탈락자라는 자괴감이 들지는 않는다고요.”

오주환 주무관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담담하다.

오주환 주무관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담담하다. 자신의 부지런한 삶이 부끄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자세라면 평균수명에 도달할 때까지 한가할 겨를이 없을 것이고, 주어진 인생을 착실히 살아낸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름 성공한 삶 아니겠는가. 그의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

취재 : 강병석 시민기자

작성일 : 2018-12-4 조회수 :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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