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8일 (일)
칼럼
잘 살면 잘 쓴다
- 교하도서관 실전에 강한 글쓰기 2 -

파주 교하도서관에서 지난 3월 말부터 매주 금요일 밤에 진행된 실전에 강한 글쓰기 강좌가 끝났다. 이강룡 작가가 진행한 글쓰기 강좌는 19시 30분에 시작해 21시 30분을 넘기는 알찬 강의의 연속이었다. 지난 1~4강 소개(/싱싱뉴스 제427호)에 이어 5강에서 8강까지 소개해본다.


 

제5강은 주관적 글쓰기-에세이, 칼럼, 감상문(리뷰)이다. 에세이는 일상에서 일어난 일을 나만의 관점으로 쓰는 글이다. 독일 작가인 악셀 하케는 마트에서 어느 줄에 서면 더 빨리 계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수필로 썼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쓰게 되면 독자가 공감한다.


 


칼럼의 목적과 주제는 보편적이어야 한다. 칼럼처럼 주장하는 글쓰기는 좀 더 나은 것을 제안해야 한다. 첫 문장에 주장하고자 하는 것을 담고, 마지막 문장은 멋있고 감동적으로 먼저 써 둔 다음에 중간에 근거를 찾아 써 나갈 수 있다.
 
감상문은 주제 연관성을 보여주는 글이다. 주제 연관성을 찾는 방법은 다음 다섯 가지가 있다. 작품 내의 장면들 간 연관성 찾기, 작품과 작가가 살았던 시대의 연관성 찾기, 같은 저자의 다른 작품과 연관성 찾기, 다른 저자의 사상이나 작품과 연관성 찾기, 독자의 현재 상황과 연관성 찾기이다. 감상문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독자도 읽었다는 전제로 줄거리 소개로 채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꼭 줄거리를 소개해야 한다면 한 두 줄로 끝내야 한다.



글쓰기는 나만이 쓸 수 있는 것을 써야 한다. 글을 쓸 때는 무엇을 써야 하는가라는 글감을 고민해야 한다. 글감 찾기 원칙은 자세히 여러 번 보기, 비슷한 것들에 차이점 찾기, 다른 것들에서 공통점 찾기이다. 또 글감을 찾을 때는 다르게 바라보기, 새로운 정보 만들기, 바로잡기 자세를 가져야 한다. 글감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유용하다. 이야기는 말을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잘 전달하려고 재구성하는 표현수단으로 진실을 전달하는 효과 높은 수단이다.



제6강은 블로그, SNS, 커뮤니티의 인터넷 글쓰기를 다뤘다. 컴퓨터는 저장 도구가 아닌 작업 도구이어야 한다. 저장은 블로그, 클라우드 등 다른 매체를 사용한다. 인터넷 매체를 활용해 글을 쓸 때는 매체별 특징을 파악하여 사용 목적을 정해둔다. 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매체마다 쓰는 목적을 구별해 두었다.


매체 사용목적
카카오톡 동창들, 친목 모임 소식 듣기
텔레그램 인문학 공부 모임 정보 교류
페이스북 지인들, 출판업계 동료들과 대화
구글플러스 가족 친지와 안부 주고받음
트위터 블특정 다수와 교양 지식 공유, 최근 이슈 파악, 정보 요약 연습
블로그 강의자료 보관, 지식 정리


저장한 자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화 과정을 거쳐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책을 읽다가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책 페이지 전체를 복사하지 말고 몇 줄로 요약해서 정리해 두어야 활용도가 높다. 인터넷을 글을 쓸 때는 15만 명이 읽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쓰고 독자를 고려하라. 독자는 불특정 다수보다는 내 글을 읽었으면 하는 단 한 사람을 염두해 두고 써야 한다.



사실을 충실히 전달하는 글이 좋은 글이다. 결정적인 부분으로 전체를 보여주어야 한다. 글을 쓸 때는 다음 순서로 하는 것이 좋다.
 
1) 포착한 아이디어를 쓴다(주제 암시).
2) 결론을 멋있게 잘 마무리 해둔다(주장, 입증).
3) 아이디어와 결론 사이에 다른 사례(근거)를 세 가지 정도 추가한다.
 
사진이나 영상 자료는 보조자가 아니라 필수 요소여야 한다. 달리 말해, 해당 사진이나 영상이 빠지면 글 전체의 흐름이 끊기거나 미흡하게 느껴져야 한다.



제7강은 문법 공부로 한국어의 특징, 어문 규정의 원칙과 예외에 관한 내용이었다. 문법이란 품사와 문장 성분을 구별하는 것이다. 한국어 품사는 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감탄사, 조사로 9가지다. 강사는 김소진의 ' 쥐잡기'는 한국어 구사를 잘하고 있어 필사를 해볼 만한 책으로 추천했다. 여기서 한국어 구사를 잘한다는 의미는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문맥을 통해 뜻을 이해할 수 있음을 말한다.


문장을 쓸 때는 기본형과 변하지 않는 어근을 알아두면 잘못 표기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면, '하계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룬 경험을 살리자'는 문장에서 '치룬'으로 잘못 표기했다. '치룬'의 기본형은 '치르다'이고 변하지 않는 어근은 '치르'이므로 '치른'으로 표기해야 맞다.  


‘시’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나 은연중, 심중, 비상시, 유사시의 경우는 붙여 쓴다. '의'는 한국어의 본질을 파고들 수 있는 조사로 명백한 소유나 주종관계 일 때만 사용하도록 한다. 또 '것'은 의존명사로 홀로 쓸 수 없고 꾸며 주는 말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데, 자주 쓰지 않도록 주의한다.



5월 20일 마지막 8강으로 퇴고의 원칙과 요령이었다. 이작가는 글 다듬는 10원칙을 알려줬다.


1. 제목과 내용이 부합하는가?
제목은 열쇠, 방향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 역할을 해야 한다. 글 전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 후, 다시 한 줄로 요약하면 제목이 된다. 제목에 다 넣을 수 없는 내용을 첫 문장에 전체를 압축적으로 쓴다.
 
2. 주장이 뚜렷하고 근거는 충분한가?
일관된 정보만 다루도록 한다. 최종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고 판단과 근거를 제공한다. ‘레이건 행정부는 서민을 위한 정책은 외면하고 기득권층인 부유층의 권익만 옹호했다.’ 보다는 ‘레이건 행정부의 첫 공식 업무는 저소득층 지원 예산 축소, 둘째 업무는 백악관 응접실 식기를 최고급으로 교체하는 일이었다.’로 표현한다.
 
3. 단어의 뜻이 정확하고, 인용한 정보는 믿을 만한가?
단어의 뜻은 넘겨짚지 말고 사전으로 확인한다. '칠칠맞게 왜 그런 행동을 해?'는 올바르지 않다. 왜냐하면 '칠칠맞다'는 '야무지고 꼼꼼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칠칠맞지 않게 왜 그런 행동을 해?'라는 표현이 맞다.
 
4. 용어와 표현은 모순 없이 일관되는가?
범주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고 앞뒤 구절의 균형을 맞춘다. 또 다양한 단위 의존명사를 활용하면 문장의 일관성과 균형이 더 살아난다. '방 세 개짜리 집'보다 '방 세 칸짜리 집'이란 표현이 적절하다.
 
5. 쓸데없는 표현은 없는가?
독자 한 사람을 떠올리고 그 사람을 위한 글을 쓴다는 생각을 한다. 단어를 선택할 때는 '이 단어를 그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쓴다. 한자 병기는 한글로만 써서 뜻이 애매할 때만 한다.
 
6. 주술 관계는 올바른가?
주술관계는 호응해야 한다. '이 영화는 음악에 재능이 많은 한 소년이 친부모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는 주어와 술어에서 동어반복을 하고 있다.
 
7. 어법에 맞는가?
품사를 잘 구별하여 적절한 문장성분으로 써야 한다. '엄마는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엄마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써야 한다.
 
8. 번역투 표현을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으로 바로잡았는가?
명사구 형식보다 '부사+서술어' 형식으로 쓰도록 한다. '굳은 마음을 먹고'는 '마음을 굳게 먹고'로 쓴다. 서술어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나 형용사로 쓴다. '오늘 나는 무척 가벼운 마음이다.'는 '오늘 나는 마음이 무척 가볍다'로 쓴다. 또 '~의' 오남용을 주의하자. '나의'는 '내', '너의'는 '네'로 쓴다.
 
9. 문장부호는 제대로 달았는가?
물결표(~)는 시간이나 수량의 범위를 표기할 때, 앞말을 대체 할 때만 쓴다. 직접 인용에는 큰 따옴표(""), 간접 인용에는 따옴표를 아예 안 쓰며, 생각을 표현할 때는 작은 따옴표('')를 쓴다. 작은 작품 자체를 가르칠 때는 홑화살표(〈〉), 출간된 책은 겹화살표(《》)를 쓴다, 낫표(「」)와 겹낫표(『』)는 인용문이나 대화를 표기할 때 쓰던 부호다. 출판사나 매체 편집부에서 가독성을 고려해 사용하기도 하나, 낫표 대신 화살괄호를 쓴다.


10. 소리 내어 읽어보았을 때 자연스러운가? 낭독은 꼼꼼한 첨삭 교사다.



3월 25일부터 5월 20일까지 8주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사람이 23명이 될 정도로 참여율이 높은 강좌였다. 윤명희 도서관장은 "삶과 글이 일치하기 바란다."며 6회 이상 참가한 수강생에게는 수료증을 줬다. 교하에 사는 최정안(40) 씨는 "한글을 사랑하고 우아한 언어를 사용하는 언어 철학자, 어린왕자에게 글쓰기를 배우는 시간이 행복했어요. 글쓰기 공부 후 변화 중 하나는 제 주장을 하기보다, 상대에 맞는 언어를 사용하고자 해요."라고 수강 소감을 밝힌다.



이강룡 작가는 자신이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시절이라 전해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방과 후 활동으로 글짓기반에 들어가라고 권했어요. 아마 일기나 과제에서 글쓰기에 조금 재능을 보였나봐요. 일주일에 두 번이나 집에 일찍 못 가고 글을 의무로 써야 하는 점이 재미도 없고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 하기 싫은 일을 6학년 때까지 참고 했어요. 하기 싫었던 일이 어느 날 잘하는 일이 돼 있더군요. 그래서 흥미가 조금 생겼어요. 운동이나 다른 일도 그렇듯 일단 잘하면 흥미도 더 생기거든요."


자기 자신의 능력 한계를 잘 알고 꾸준하게 그 일을 하면, 바라는 최고 결과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그 일을 하며 즐거움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소박한 조건은 스스로 구축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늦봄에 시작한 글쓰기 강좌가 초여름에 끝났다. 글을 쓸 때는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지 표현력을 고려해야 한다. 또 잘 살겠다는 목적을 갖고 그 삶을 기록하는 것이 글쓰기여야 한다. 그러므로 글은 잘 살면 잘 쓰게 되고 글을 쓴다는 것은 삶의 발전을 가져다준다. 잘 살아가고 있는 내 이야기와 주변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 가는 파주 시민이 많아지길 바란다.



○ 각 강의별 추천자료


-5강 : 장 자크 루소『에밀』, 손 슈투어드 밀『자유론』, 악셀 하케『내가 전부터 말했잖아』 오에 겐자부로『말의 정의』, 에밀 졸라『나는 고발한다』, 존 스타인벡『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강유원『책과 세계』, 문소영『명화의 재탄생』


- 6강 : 강유원『 인문 고전 강의』, 『역사 고전 강의 』, 에레즈 에이든 『 빅데이터 인문학』, 니콜라스 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데이비드 와인버거 『 인터넷을 휴머니즘이다』, 피에르 레비 『 집단지성』


- 7강 : 오에 겐지부로 『말의 정의』, 조지 오엘 『나는 왜 쓰는가』,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 이익섭 『한국어 문법』, 이성복 『 한국어 맛이 나는 쉬운 문장』


- 8강 : 로버트 솔로몬 『세상의 모든 철학』, E. M. 번즈 『서양 문명의 역사』, 제임스 매클렌란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 이희재 『번역의 탄생』, 최경봉『한글 민주주의』『우리말의 탄생』



취재 : 최순자 시민기자

작성일 : 2016-05-24 조회수 : 2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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