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8일 (일)
칼럼
나는 내 존재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 출판도시 인문학당 실존주의 심리치료 -

자연은 가을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기에 파주출판도시 내 종이의 고향이라는 지지향(紙之鄕)에 나를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지난 11월 21일 출판도시 인문학당에 실존주의 정신분석가 이승욱 씨의 강의가 있었다. 그는 경복궁 옆 서촌에서 ‘닛부타의숲 정신분석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승욱의 공공상담소」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저서로는 『포기하는 용기』, 『상처 떠나보내기』, 『대한민국 부모』(공저), 『사랑에 서툰 아빠들에게』 등이 있다.



이승욱 정신분석가는 ‘삶과 죽음, 그 사이‘라는 얘기로 인간의 불안에 대해 풀어간다. 죽음에 대한 여러 정의 중, 83세에 세상을 뜬 클라라 베렌스의 얘기가 가장 적절하다고 말해준다. “내 죽음은 수백억 수천억 개의 사막 모래 중 하나가 될 뿐이다. 다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의 과정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실존주의에 대해 송경동 시인의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의 시(.../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 물결에 밀리고 있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로 대신한다. 인간이 생물학적 죽음보다 더 괴로운 것은 존재론적 죽음으로 본다. 예를 들어, 사무실로 누군가를 찾으러 온 사람이, 사무실을 빙 둘러보고 “아무도 없네.” 했다면,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존재론적으로 의미가 없게 되는 순간이다.


가위는 물건을 자른다는 본질에 의해 생겨났지만, 인간은 필요에 의해 생긴 존재가 아니다. 샤르트르가 이야기 했듯이 ‘인간은 본질에 선행하는 존재’이다. 그런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려는 욕망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그 욕망을 포기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는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세상에서 요구하는 틀을 받아들이지 마라.”, “영향 끼치려 하지 마라.” 고 한다. 왜냐하면 고통이 많기 때문이란다. 자유롭게 선택하면 되는데, 왜 떠밀려 살아야 하는지 반문한다.


문제 해결의 좋은 방법은 대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없애는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려는 문제로 고통스럽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존재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왜 다른 사람을 통해서인가? 그것은 운명적이기도 하다. 인간은 태어난 이후 8개월이나 9개월 때, 목적적 최초의 단어로 ‘엄마’를 말한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 했듯이, 인간은 엄마라는 집을 최초로 짓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타자(엄마)의 인정을 갈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본래 인간은 24개월에 태어나야 스스로 걸을 수 있다. 그런데 10개월에 태어난다.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엄마의 품이 가장 좋은 환경이다. 최초의 지은 존재의 집인 엄마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존재이다.



이승욱 정신분석가와의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고자 한다.


상담심리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중·고등학교에서 음악교사를 하면서, 여러 부류의 학생들을 만나면서 상담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더 공부하고 싶어 교사를 사직하고, 가족들과 함께 뉴질랜드로 떠나 정신분석과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상담소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어떤 문제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나요?
부부관계, 부모-자녀관계, 배우자의 외도 문제 등 입니다. 문제의 현상은 다양하지만, 깔때기처럼 99.9% 자신의 어린 시절의 부모-자녀 관계의 문제입니다. 태어나서 3세까지의 잘못된 양육은 아이 발달에 치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6~7세까지 발달의 80% 정도가 결정됩니다. 이후 12세까지 부모의 영향은 중요하지요.


무엇보다 부모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아이로 키워야 합니다. 30~40대 부모들 자기 자신을 잘 모릅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개입하고 간섭하면서 아이의 자율성을 박탈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아이들은 성적 우선 주위로 실험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는 부모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을 아이에게 투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밥 잘 챙겨주고, 안전한 상태에서 잘 놀아주고, 덜 통제하고, 학습을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을 통해서 인정받으려는 욕구를 포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포기를 위해서는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보면 됩니다. 첫째, 무엇을 인정받고 싶은가? 둘째,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은가?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면 문제가 명확해 집니다. 예를 들면 착하고 싶다는 것,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것 등에 대한 실체가 파악되고, 인정받고 싶다는 것도 모호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대상의 권위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승욱의 공공상담소」팟캐스트를 통해 알게 되어 강연을 들으러 왔다는 김기억(38) 씨는 “실존에 대한 고민과 타인의 욕망에 대한 나를 생각해 보게 했다. 즉 나 자신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고 강연 소감을 전한다.



이승욱 정신분석가는 기자에게 『포기하는 용기』를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책을 펼쳐보니 다음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타인의 인정에 너무 민감한 것 같습니다. ...(중략)...저는 상담실에서 마침내 삶의 자유로움 경험하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그분들은 한결 같이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이 아등바등 집착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자기 욕망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원래 자기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중략) 스스로에게 인정할 수 있는 어떤 것, 그것 딱 하나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올해 달력도 한 장을 남겨두고 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다른 사람의 인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어떤 것 하나’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봄이 어떨까. 인문학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출판도시인문학 강연 이야기를 전해들은 파주시민의 삶의 변화를 기대한다.


취재 : 최순자 시민기자

작성일 : 2015-12-1 조회수 : 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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