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2일 (일)
칼럼
사할린을 가다 ①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를 찾아서

지난 8월 25일 오전 9시 50분발 사할린 행 아시아나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 일행은 국무총리 소속‘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위원장 박인환) 직원과 유족 18명, 재향군인회 상조회 직원 등 34명이다. 이륙 후 3시간 20분 만에 사할린 유즈노사할린스크 공항에 내렸다. 입국장에 들어서니 좁아서 승객이 빽빽하게 들어찬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입국심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상큼한 공기가 살갗을 스친다.



사할린공항


이번 행사는 일제 강점기에 사할린 지역으로 강제 동원돼 탄광이나 벌목장에서 노역에 시달리다가 해방을 맞이했으나 귀국길이 막혀 70년 동안 고향을 그리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 원혼 중 18위를 발굴, 봉환하는 행사다. 그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희생자를 1차(2007년) 126기, 2차(2008년) 222기, 3차(2009년) 254기를 조사했으며 2011~13년간 총 33개소 약 10,768기를 확인했다.

지난 2012년 5월과 2013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한 ‧ 러 정부 간 실무협의에서 사할린 한인 묘 조사 및 봉환에 합의하고 2013년 8월 고 유홍준 씨의 유골 1위를 시범봉환한 바 있다. 이번에 2차로 사할린 공동묘지 7곳(코르사코프 1묘지에 3기, 2묘지에 5기, 유즈노사할린스크에 3기, 노보알렉산드로프카에 1기, 돌린스크에 1기, 브이코프에 5기)에 흩어져 있는 18위의 유해를 발굴해 봉환하는 것이다.

사할린의 주도(州都)인 유즈노사할린스크에 있는 뚜리스트(투어리스트의 러시아 발음) 호텔에 숙소를 정한 일행은 이튿날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두 팀으로 나뉘어 한 팀은 공동묘지로 다른 한 팀은 유적지 방문을 떠났다.



묘지를 바라보고있는유족


첫날 묘지발굴팀은 이수진 사할린 한인 이산가족협의회 회장의 안내를 받아서 코르사코프 공동묘지로 갔다. 이곳에서 재향군인회 상조회 주선으로 합동위령제를 지내고 각각 해당 묘소를 찾아가 묘제를 지내고 개장해 유골 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날씨는 흐리고 바람이 불고 가끔씩 비를 흩뿌리니 공동묘지의 분위기는 스산하기만 했다.



이수진회장


개장전에 추도및진혼제


오전 9시가 조금 지나서 현지 장의사에 의해 파묘를 시작해 오후 3시가 지난 약 6시간 만에 관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 깊이가 무려 2미터나 된다. 시신은 평상복을 입은 채로 매장됐다. 매장 30년이 지났지만 유골의 상태는 비교적 원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준비해온 관에 원상을 복원해 뚜껑을 덮어 화장터로 이송하고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골수습


다음날은 두 팀의 일정이 서로 바뀌었다. 어제 발굴을 마친 팀은 유적지 탐방 길에 나섰다. 먼저 코르사코프의 한 맺힌 언덕인 망향의 언덕으로 향했다. 숙소로부터 약 40여분을 달리니 코르사코프 항구가 보이고 언덕에 조형물이 서있다.



오호츠크해의아니바만의 항구.코르사코프


2007년 9월 30일에 한강포럼과 대우건설이 사할린 강제동원 한인을 위로하기 위해 제작한 기념비로 최인수 씨의 조각품이다. 형상은 오지 않는 배를 기다리는 안타까운 심정을 새겨놓은 배의 형상이란다. 이곳에서 망망대해를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고향을 그리워했을 그분들의 심정을 생각하니 눈물이 흐른다.



망향의탑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파묘에 앞서 진행된 합동 위령제 축문

“세월이 흘러 2014년 갑오년 8월 26일이 되었습니다.
1910년 한일합방 이후에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일본의 식민지 정복전쟁의 도구로서 동원되어 이곳 사할린과 일본열도, 중국 등지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며 지내왔습니다.
1945년 해방이 되었지만 돌아갈 길 없는 사할린의 수많은 사람들은 코르샤코프 항구의 동산에서 언제 올 줄 모르는 귀국배편을 기다리며 배고픔과 추위를 참아 내었으나 어지러운 국운으로 인하여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였고, 코르사코프, 브이코프, 돌린스크, 유즈노사할린스크, 노보알렉산드로프카 등의 공동묘지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늦었지만 조국으로 모셔가기 위하여 저희들 후손들이 이곳 사할린에 왔습니다. 매년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봉환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할린의 영혼들께서 도와주시고, 나라가 발전하여 맺혔던 한들을 다 풀 수 있도록 사할린에 계신 영혼들께서 보살펴 주십시오!
2014년 갑오년 8월 26일 사할린에서 진혼과 위령의 향을 올립니다.”



취재 : 정태섭 싱싱뉴스 시민기자

작성일 : 2014-09-15 조회수 : 2707
  • 목록으로
  • 프린트
  • 트위터
  • 페이스북

컨텐츠 만족도 조사

홈페이지내의 서비스향상을 위한 시민 여러분들의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어느정도 만족하셨습니까?

만족도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