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일 (화)
포커스 파주
골목에는 느림의 미학이 있다.
- 앞골 골목길(7)-

오후3시 앞골을 만나다!

봄이 오는 걸 시샘하듯 바람이 몹시 불던 날, 동네 어귀 텅 빈 논밭에는 멍멍 짓는 개 소리만 가득했다.

 

혼자서 카메라를 메고 이리저리 동네 풍경에 잠시 넋이 빠져있을 때 구수한 소리가 들렸다.
“일 뽕. 백 마이너스, 난 스톱~”
“아이고~ 난 또 바가지로 졌어” 
바로 앞골 마을의 경로당에서 나는 소리였다. 체면불구하고 인사를 하며 다가갔더니 어느 할아버지께서 “이제 두 판만 하면 되는데 기다려봐” 라고 하시며 1, 2천원으로 그날의 간식을 내는 중요한 내기라면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타 주셨다. 오후 3시엔 농사일도 잠시 쉬어야한다고 짬을 내 화투를 치는 것이라며 머쓱한 웃음으로 맞이하셨다.
나는 앞골이라는 골목과 이렇게 만났다.

 

버스정류장 푯말은 앞골, 사람들이 말할 때는 압골, 전해 내려오는 이름은 아골. 예전에 앞골은 아(衙)골이라는 명칭으로 불리었다고 한다. 파주 금촌에 경의선이 생기기 전 마을의 아문이 있던 곳으로 시내 중심부였다며, 오랫동안 이곳에 사셨던 최 진구(71세)씨가 전해들은 것을 말해주셨다.
아동 1통부터 4통을 앞골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곳곳에 새로운 건물과 옛 건물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큰 농로를 따라가다 보면 샛길이 나오는데 도로를 옆에 끼고 집들이 사이에 있는 것이 이 골목의 특색이다.

 

골목에서 정겨운 소리가 난다!

골목은 때로는 불편하고, 오던 길을 되돌아 가고 싶게 한다. 그러나 새로운 길로 향하는 통로이며, 이곳에는 낯선 곳에서 마주치는 정겨움과 설렘이 있다.
감자를 심으러 나온 할머니는 시집 와 이곳에서 50년 넘게 살았다고 했다. 사진이나 이름이 나올까봐 걱정하면서 땀을 식히는 할머니 옆에 앉아 덩달아 한 자리 잡고 할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노년에 이곳에 살면 참 좋다고, 이곳에 살면서 시끄러운 일보다 좋은 일이 더 많이 생긴다며 땅 한 편에 집 짓고 살라며 앞골 칭찬을 쏟아내셨다. 겨울 내내 말랐던 논, 얼어붙었던 땅에 지나간 애환과 이야기가 들쑥날쑥 스며있듯이 할머니의 낯에서도 50년의 세월이 느껴졌다.

<이웅순 , 안순분, 기찬순, 정옥선, 이금년>


앞골 100길에 다다랐을 때 숫자 100이 연상되는 백구 한 마리와 눈이 딱 마주쳤다. 낯선 사람이 왔는데 짓지도 않고, 사진기 앞에서 포즈를 잡는 순한 백구. 백구 주인은 보지 못했지만, 왠지 그 넉넉함과 여유 있는 포즈가 닮았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니 웃음이 났다. 경운기가 천천히 골목을 다니고, 백구는 집배원 아저씨의 오토바이 소리도 귀에 익었다는 듯 소리가 나면 한 번씩 인사를 하는 것처럼 꼬리를 흔들었다.
순한 백구를 뒤로 하고 그 길을 따라 가면 안산말길이 나온다. 앞골의 맨 끝 집엔 여러 마리의 개들이 있었다. 개밥을 주러 나온 어르신은 멍멍 짓는 개를 보며 “조용히 해~ 여기 손님 놀라잖아” 하시며 혼쭐을 냈다. 할아버지는 유난히도 큰 아궁이에 개밥을 끓이고 계셨다. 그리고는 허허 웃으며 얘네들은 매일 '멍멍' 노래만 불러서 시끄럽다며 이럴 땐 얼른 밥을 주는 게 최고라고 하시면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셨다.

<이경화 78세, 이청환 76세, 최진구 71세, 이영신 80세, 박종만 80세>

소통 또 다른 이름 골목을 만나다!

농로를 따라 나서면 통일로가 나오는데 골목을 다니다 보니 차가 많은 곳이 낯선 길처럼 느껴졌다.
골목의 풍경을 보다 보면, 잠시 제 속도를 늦추게 된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지루함이 없어 주변을 천천히 바라보게 되고, 그곳의 사람들과 만나는 소통의 길이 된다. 일상의 바쁨 속에서 여유를 찾기 위해 산이나 바다로의 여행도 좋지만, 옛 이야기를 정답게 품고 있는 골목길에서 오후의 한가로운 여유와 사색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취재: 싱싱뉴스 시민기자 유경숙


작성일 : 2012-03-20 조회수 : 4077
  • 목록으로
  • 프린트
  • 트위터
  • 페이스북

컨텐츠 만족도 조사

홈페이지내의 서비스향상을 위한 시민 여러분들의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어느정도 만족하셨습니까?

만족도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