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5일 (목)
포커스 파주
짱아야, 높이 날자, 지혜로 날자!
지식충전, 지혜발전소, 문산도서관 이야기

문산도서관이 있는 문산읍 개포래길 62번지 앞으로는 임진강 줄기가 지난다. 동쪽으로는 양팔을 벌린 봉서산의 품이 펼쳐지고, 서쪽으로는 임월교를 비추는 낙조가 일품인 곳이다. 예전에는 비포장의 둑길이 있어서 온갖 꽃들이 지천으로 피고 지던 오솔길이었다. 이따금 길이 휘어지는 곳에는 높다란 미루나무가 수호신처럼 지키고 있었다. 미루나무는 사계절 모두 제 역할을 톡톡히 하였지만, 특히 여름이면 바람 섞인 그늘을 만들어 잠시 쉬어가는 동안에도 자연스레 책을 펼치게 했다.

♠문산도서관은 최근 지어진 여타의 도서관처럼 현대적 시설이 구비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동아리 및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의 거점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문산 토박이로 살다보니 지형적인 변화와 지역적인 변화에 둔감할 수 있으나, 유독 도서관만큼은 애착을 갖는다. 물론, 공부나 지식에 관한 애착이 아님을 서두에서 밝혀둔다. 우리들 어린 시절에는 책을 사서 보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생일날이었다. 여섯 살 위인 오빠한테서 <피노키오> <알프스소녀 하이디> <사랑의 학교>라는 세 권의 책을 선물로 받은 것이 내 인생 최초의 책 선물이었다. 지금은 만화나 텔레비전, 혹은 인터넷 매체를 통하여 흔히 접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 시절에는 나와 책을 이어준 일련의 사건이며 감동이었다. 그 후로 학교 도서실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빌려온 책들을 밤새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문산도서관은 중학교 때 처음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친구들이 공부를 한다기에 따라갔다가 한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나왔던 일이 있다. 아마도 지나치게 엄숙하고 조용했던 분위기에 적응을 못했던 것일 게다. 이제는 세월도

많이 지났다. 둑길도 없고, 미루나무도 없다. 다만, 도서관 앞을 지나는 왕복 4차선 도로 아래로 임진강 줄기만이 추억처럼 흐르고 있다.

새삼스럽다. 격세지감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문산도서관의 이금미 사서와 통화를 하고 문산도서관으로 향했다. 지금은 성인이 된 딸아이와 처음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엄마가 즐겨 앉았던 자리라는 것을 알고 난 후로, 가능한 그 자리에 앉아 책을 읽으려 했던 딸아이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발걸음이 날아갈 듯하다.

1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송화식 팀장과 이금미 사서를 만났다.
공간이 협소하여 다소 더위가 느껴진다. 도서관을 방문하기 전에 인터넷을 통하여 검색을 시도하였지만, 파주시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함께 관리하고 있음에 당혹스러웠다. 그 이유를 물으려 했지만, 사무실의 규모나 시설을 보고 질문을 삼키기로 했다.

송화식 팀장은
우리 도서관이 협소하고 낡은 면은 있다. 그러나 도서관을 이용하는 지역주민들의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청결유지와 친절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상용직으로 일하는 청소담당자를 극구 칭찬하는 그의 미소가 따뜻하다. 입구에서부터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공공건물 특유의 냄새도 없이 곳곳에서 빛이 난다. 열람실의 상근자들도 단정하고 밝다.

문산도서관은 지역 주민을 위한 공공도서관으로
전문도서 및 일반 도서를 총 망라하여 약 7만 8천여 권의 도서를 갖추고 있다. 규모면에서도 결코 타 도서관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공간이 좁은 단점이 있다. 그러나 1층에서 3층까지의 공간 활용이 적절히 잘 이루어지고 있으며, 문산도서관만의 특색사업 및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적극적인 활동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9.12.01 현재)
구 분 총류 철학 종교 사회과학 순수과학 기술과학 예술 어학 문학 역사
문산 4,360 3,440 1,980 13,589 5,749 4,900 4,579 3,215 29,379 7,641 78,832

※ 도서 : 78,832권, 잡지 : 60종, 신문 : 31종

◆ 동아리 현황

동아리명 창립일 회원수 주요활동 활동주기
이야기회 1998 10 방학강좌
이야기 들려두기
찾아가는 이야기 잔치
(장애우 및 소외지역)
매주 목(10:00~14:00)
마중물 2005 5 방학강좌
벼룩시장 도서관
전시물게시
신문활용 교육 · 연구
매주 목(14:00~16:00)
노랑풍선 2007 3 풍선아트, 방학강좌
복지시설 순회공연
행사지원, 환경정리
매주 수(10:00~14:00)
연리지 2010 6 서가정리, 열람지도
문화행사, 학생수송
매주 목(20:00~22:00)


문산도서관의 동아리 활동은 강산이 변하는 세월을 함께하는 <이야기회>를 비롯하여, 제각기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문산도서관의 자랑이자 타 도서관의 부러움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송화식 팀장은 각 동아리를 구성하고 있는 회원들의 열정에 늘 감탄한다고 했다.

♠별밤이야기잔치 행사중 큰책 이야기 들려주기, 아이들 자랑하기, 벼룩시장, 인형극, 풍선아트, 페이스페인팅(위쪽부터 시계방향)♠


특히 2010년 여름독서교실 <짱아잡고, 꿈잡고>는
관내 초등학교 4학년이 대상이었으며, 미래의 직업에 대한 프로그램이었다. 학생들 스스로 선호 직업을 택하고,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 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에게도 가장 높은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한편, 어린이 명품 영재 <독서연극교실>
프로그램은 책 읽기와 교육 연극의 방법을 결합한 독서프로그램으로서, 희곡 각색과 즉흥극 놀이를 통한 상상력 및 창의적인 글쓰기 능력을 함양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는 연극적 방법을 활용한 토의 및 토론을 바탕으로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와 역량을 강화시키고자 이루어진다. 관내 초등학교 4~6학년생을 대상으로 하며 특히 교보문고 독서코칭 전문 강사의 특강에 관심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도서관주간 행사의 하나로 문산도서관에서 열린 '동요
부르기' 프로그램에 나선 아이들♠

최근, 모 도서관에서 자녀교육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하는 사람은 전문 강사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두 자녀를 잘 키웠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었다. 그 강사는 그야말로 엄마의 지적능력(知的能力)과 돈의 능력은 곧 자녀의 성공이라는 등호를 성립케 하는 이론을 펼쳤다. 퇴근길에 없는 시간 쪼개어 두 눈을 반짝거리며 듣고 있던 엄마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엄마와 전 학년에 걸쳐 선행 학습을 하고, 독서에 비중을 둔다고는 하였지만, 독서의 방법이나 독서에서 얻어지는 시너지 효과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공부 방법을 아는 아이가 행복하다는 이론으로 두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일찍이 인성을 언급하지 않는 자녀교육 강의는 들어본 적이 없다. 공부 잘하는 아이를 둔 엄마는 행

복할지 모르나, 그 아이가 꼭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또한 책을 많이 읽어서 교우관계나 사회성이 결여된다는 소리도 어불성설이다. 그것은 인성의 부재에서 온다.

자녀는 믿는 만큼 자란다. 부모는 자녀의 선택을 존중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든든한 지원군으로서의 역할만 하면 된다. 부모가 앞서 자녀를 이끌고 모든 선택의 결정권을 단정 짓는다면 자녀는 늘 부모의 선택에 의지하며 살게 된다. 좌충우돌 실수를 경험하고, 선택의 오류를 맛보았을 때 비로소 아이들은 부피성장을 한다. 아픔도 좌절도 스스로의 몫이어야 한다. 자신에 관하여 스스로 선택하는 아이들은 부모보다 강하다.

지역의 거점 도서관으로서의 역할
문산도서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의 활용도를 보며, 지역의 주민들과 학부모들에게 상당히 근접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4학년생을 대상으로 직업에 관한 구체적 교육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친절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직업의 다양성에 관하여 본인의 의지를 펼치기 어려운 여건에 처해있다. 서양의 언론은 우리나라 교육의 최종 목표를 서바이벌 게임에 비교한다. 공부를 잘해야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좋은 직업이란 자신의 적성과 상관없이 최선 보다는 최고의 개념으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문산도서관에서 운영중인 손수 그린 그림과 슬라이드를 이용한 이야기 들려주기 프로그램♠


지역의 가까운 곳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보여주기 위한 강사의 초청이 없다는 것도 도서관 자체의 운영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과 통한다. 부모들로 구성된 동아리가 있고,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담아 놓은 책 속의 행복한 세상이 있다. 문산도서관이 시설이나 외관상 조금 낡고, 답답한 느낌은 들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이 있고, 부모들을 위한 도전과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 파주시에 있어서 문산도서관의 역할은 거점의 역할이다. 지식을 충전하고 지혜가 발전하는 곳이다.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도서관을 새로 짓는 일이 가능하지 않다면, 개보수나 리모델링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가 새는 곳이 있어 빗물받이 통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계단의 폭은 좁고 난간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장애우를 위한 시설은 입구에 설치된 휠체어 통로와 복도에 마련 된 점자블록이 전부이다, 몸이 다소 불편한 사람이라도 2, 3층을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엘리베이터의 설치가 시급하다.

지속적인 관리와 관심이 따라야
파주 시정의 화두는 교육이며, 민선5기 파주시의회의 화두 또한 교육과 일맥상통하는 작은 도서관이다. 그야말로 붐이다, 신생도서관이 많이 생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미 지역에서의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도서관의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보다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지역주민을 위하는 일이다.

자녀가 권하는 책을 읽어보자
대개의 자녀들이 부모가 권하는 책을 읽는 것으로부터 독서의 습관이 정해진다.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아이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지식을 위한 도구로써 독서를 이해한다. 이제는 발상을 전환해 보자. 아이들 스스로 선택한 책을 읽게 하자. 만화도 책이다. 세상에 쓸데없는 책이란 없다. 다만, 스스로에게 분별력의 기회를 주고 기다려보자. 다그치지 말자. 아이들 스스로 지혜를 발견하고 기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아이가 권하는 책을 읽어보자. 아이에게는 선택의 신중함과 본인의 존귀함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오늘은 자녀와 함께 우리 집과 가까운 도서관으로 외출을 해보자.
지식보다는 지혜를 찾기로 하자.




○ 취 재 : 하현숙 thee0507@hanmail.net
             파주싱싱뉴스 시민기자
작성일 : 2010-08-31 조회수 : 4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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