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2일 (목)
역사와 전통
파주문화유적답사 ‘첫 만남 같이 가치’
- 내 고장 알아가는, 가치 있는 파주나들이

파주에 산지 20년이 되었다. 그렇다고 ‘파주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파주에 ‘적(籍)’을 두었으나 파주에 대해 아는 건 미미하다. 마침 파주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어 파주문화원의 문을 두드렸다. 파주문화의 가치를 파주시민들과 같이 되새겨보자고 ‘첫 만남 같이 가치’라는 표제를 내걸은 파주문화유적답사, 첫 날의 민통선 코스를 함께 가보았다.

참가 신청을 받는 날 하루 만에 예약이 완료된 만큼 버스 안은 빈자리가 없었다. 기자 또한 여러 번의 두드림 만에 신청에 성공한 경우라 함께 한 분들의 환한 미소를 이해하고도 남았다. 근접하기 힘든 민통선 지역을 돌아보는 것이라 모두들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전날 비가 온 덕분에 하늘은 맑고 날씨까지 쾌청했다.

첫 방문지는 덕진산성. 강 언덕에 조성되어 있기에 1.2㎞ 정도 걸어 들어가야 했지만 주변에 핀 꽃들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산책을 하는 듯 기분 좋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갑자기 하늘과 맞닿은 확 트인 공간이 드러나는데 탄성이 절로 났다. 이날 해설을 담당한 파주문화원 문화해설사 김순자 회장의 차분한 설명에 덕진산성의 가치를 알아가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덕진산성 가는 길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덕진산성 가는 길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고구려가 축성하고 통일신라 때 개축을 거듭한 후 조선시대 외성을 덧붙여 쌓아 삼국시대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의 전시기의 유적과 유물을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성곽 축성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단다. 산 능선을 따라 표주박 형태로 구축되어 있는 내성은 임진강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이었다.

고구려 때 석성으로 가치가 높은 덕진산성

[고구려 때 석성으로 가치가 높은 덕진산성]

아직 발굴 중인 덕진산성

[아직 발굴 중인 덕진산성]

“어, 저 성곽은 지난번에 왔을 때 없었는데…”하는 소리에 여러 번 왔느냐고 물으니 벌써 6번째라고 한다. “해마다 2번씩은 오는 것 같은데 혼자서 올 때, 남편과 올 때, 친구랑 올 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풍경도 다르고 임진강의 유량도 다르고… 4번쯤 오니까 석성이 보이던데요.” 문화해설사로서의 꿈을 갖고 있는 조근아(파주시 운정1동) 씨가 올 때마다 새롭다고 하자 동행한 박주영(일산서구 탄현동) 씨도 한마디 거들었다. “혼자 와 보니까 이게 진정한 여유가 아닌가 싶어요. 제가 원래 낯가림이 심한 편인데 답사로 모르는 분들과도 쉽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같이 가치’의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멋진 풍광과 함께한 여유 있는 산책 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제법 친해져 있었다.

TV드라마 때문이라도 우리나라 사람 중 조선 명의 ‘허준’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그의 묘가 바로 파주에 자리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그 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그의 묘를 찾은 건 1991년, 그것도 재미 고문서 연구가 이양재 씨에 의해서였다. 족보에 쓰여 있는 지명을 바탕으로 군부대 협조를 얻어 조사한 결과 발견한 것이다. 아담한 그의 묘는 양지바른 곳에 있었다. 허준 선생의 묘라는 것을 증명해준 닳고 닳은 비석을 마주하고 서니 고맙고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허준 묘 앞에서 해설사의 설명에 집중하는 참가자들

[허준 묘 앞에서 해설사의 설명에 집중하는 참가자들]

묘비 발견으로 허준 선생 묘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묘비 발견으로 허준 선생 묘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통일촌에서 맛있는 두부정식을 마주한 참가자들은 이래도 되냐고 물었다. 단돈 5천원의 참가비를 내고서 호사를 누리는 게 미안했던 모양. 기자와 밥상을 마주한 노부부도 연신 음식이 입에 맞는다며 오길 잘했다고 화답했다.

“알람까지 맞춰 놓고 신청한 보람이 있네요. 젊었을 때부터 남편과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요즘 바빠서 함께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미안한 마음에 기억해 두고 신청한 건데 남편 다리가 불편해 1회차만 신청한 것이 너무 아쉽네요.”

유난히 노부부 참가자가 많은 것이 보기 좋았는데 “이렇게 나오니 공기가 맑아서 너무 좋다”는 남편 이광웅(파주시 운정1동) 씨의 밝은 모습에 부인 박창란 씨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식사 중 오가는 대화 속에 박창란 씨가 파주미술협회와 파주 민원모니터 회원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싱싱뉴스 애독자이기도 하다는 말에 순간, 부담감이 훅하고 밀려왔다.

보통의 관광유적지와 다를 게 없었던 오전 코스와 달리 오후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우리나라가 정전이 아닌 휴전 상태의 나라라는 걸 실감하게 된 것.

태극기와 인공기가 대치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도라전망대

[태극기와 인공기가 대치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도라전망대]

도라산역에서 남북한출입관리소를 대면하면서부터 마음이 숙연해졌다. 언제라도 북으로 갈 수 있도록 완벽한 준비를 마친 상태라는데 가슴이 아팠다. 북한이 우리의 적국이 아님을, 우리와 한 민족임을 알 수 있는 증거로 남북한출입국관리소가 아닌 ‘남북한출입관리소’라는 것과 출국이 아닌 ‘출경’이라고 표시해 놓았다는 해설사의 설명에 무섭게만 느껴지던 북한이 가까이 느껴졌다.

신축한 도라전망대에서 육안으로도 북한이 훤히 보이는 걸 확인하고 나니, 이토록 가까운데 갈 수 없음에 한숨이 나왔다. 그 옛날 커다란 벽으로 갈랐던 동·서독과 달리, 남·북한을 가르는 표시는 작은 팻말이 전부라는 말을 들어서일까, 그저 이웃 동네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신축한 도라전망대

[신축한 도라전망대]

도라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녁땅을 바라보는 모습

[도라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녁땅을 바라보는 모습]

도라산역의 위치적 중요성을 설명하는 해설사

[도라산역의 위치적 중요성을 설명하는 해설사]

물론 무력 침략을 위해 1시간에 3만여 명의 무장병력을 이동시킬 수 있는 규모의 제3땅굴에 놀라기는 했지만 과거에 매여 미래를 막을 순 없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을 통해 제3땅굴발견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영상을 통해 제3땅굴발견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제3땅굴의 규모와 발견과정에 대한 해설

[제3땅굴의 규모와 발견과정에 대한 해설]

참가자들 기념촬영

[참가자들 기념촬영]

파주에 산다는 것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온 하루였다. 파주의 문화와 유적을 둘러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삶의 가치는 다르지 않을까.

* 파주문화유적답사 ‘첫 만남 같이 가치’ 개인 참가는 5월로 마감이 되었지만, 단체의 경우 원하는 코스와 날짜를 정해 9월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 문의 : 파주문화원 사무국 031)941-2425

파주문화유적답사 ‘첫 만남 같이 가치’ 개인 참가는 5월로 마감이 되었지만, 단체의 경우 원하는 코스와 날짜를 정해 9월까지 신청이 가능

취재: 전영숙 시민기자

작성일 : 2019-6-4 조회수 :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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