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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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하의 매력에 빠지다(1)
파주 출판도시

두 물이 사귀다 교합한다하여 이름 붙여진 교하. 고구려 때 천정구(泉井口)라 불리다 신라 경덕왕(757)때 비로소 등장했으니, 1,200년 유구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지명이라 하겠다. 실제로 교하는 북한 함경남도 덕원군 마식령에서 발원한 임진강과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검룡소에서 발원한 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풍수지리에서 물의 흐름은 기(氣)의 흐름이라 하는데 이렇게 한반도의 기가 교하로 모여드니 최근 남북교류의 흐름을 타고 흘러드는 통일의 염원이 교하에서 이뤄질지도 모를 일이다.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교하에는 역사·문화적으로 볼거리, 즐길 거리들이 참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곳 몇 군데를 소개함으로써 내 고장 교하를 알리고 자랑해보고자 한다.

파주 출판도시

- 인간과 자연, 문화와 산업이 어우러진 책과 건축의 도시를 꿈꾸다.

조선 5대 임금 문종은 1452년 조선의 명재상 황희 선생이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슬픔을 참지 못하고 친히 장례에 행차하셨다고 한다. 먼발치서 장례를 지켜보시고 환궁하면서 선생의 뜻을 기리라는 의미로 지어줬다는 문발리. 그로부터 500여년이 지난 지금 그곳에 출판도시가 들어서 있다.

한국 출판계가 역동적으로 발전하던 1980년대 말은 대학교육의 자율화 등으로 출판시장의 규모는 커지는데 반해 출판산업은 전근대적 생산방식, 고비용 저효율의 비생산적인 유통구조와 불합리한 상거래 관행들이 난무한 시절이었다. 이기웅(열화당), 김경희(지식산업사), 김언호(한길사), 박맹호(민음사), 윤형두(범우사), 전병석(문예출판사), 허창성(평화출판사) 등 7인의 출판인들은 북한산과 도봉산에 오르며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한다. 이는 출판문화산업의 총체적 발전을 이끌어 갈 ‘출판문화도시’의 필요성에 귀착하게 되고….

출판도시는 보존, 전시, 문화센터의 기능을 아우르는 현대의 ‘박물관 같은 도시’이다.

[출판도시는 보존, 전시, 문화센터의 기능을 아우르는 현대의 ‘박물관 같은 도시’이다.]

1989년 9월 5일 ‘위대한 책의시대 창출’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이기웅 열화당 대표를 위원장으로 한 ‘한국출판문화산업단지 건설추진실행위원회’가 출범한다. 야심찬 출발이었지만 부지확보부터 기금마련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더미였다. 기회는 예상치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김영삼 대통령이 마련한 ‘중소기업 대표 초청 청와대 조찬 간담회’에 이기웅 이사장이 참석한 것이다. 이기웅 이사장의 설득력 있는 요청을 받아들인 문민정부의 도움으로 사업추진단이 결성되고, 1995년 10월 20일 ‘문화의 날’ 파주군 교하면 문발리에서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영문명은 Paju Bookcity)' 명명식이 거행되기에 이른다.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기공식

[구상 후 10년을 기다린 인내와 끈기의 결과물. 1998.12.20.]

위대한 계약서

[이기웅 출판단지 이사장과 승효상 건축코디네이터가 출판도시 건축행위의 기본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마스터 플랜이 완성되자 산업단지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도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건축가들과의 논의가 시작된다. 건축코디네이터 민현식, 승효상을 비롯해 영국의 프로리안 베이겔(Florian Beigel, 영국 북런던대학 교수), 김종규, 김영준 등 다섯 명의 건축가들은 ‘비움’이란 건축설계지침을 마련한다. ‘비움’이란 우리 전통가옥에서의 마당과도 같은 개념이다.

 예측할 수 없는 삶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예측하지 못했던 행위들을 최대한 수용 가능한 도시. 집들의 사이는 물론 건물 내부까지 철저히 적용돼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는 북시티 추진원리인 ‘향약을 오늘의 형태로 되살린다’(향약-우리 조상들이 추구했던 마을 자치규약으로 무분별한 자기탐욕을 억제하며 공동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는 내용)는 가치와 일치하는 것이었으며, 2000년 4월 26일 출판인들과 건축가들의 공동의 계약인 「위대한 계약서」에 서명하기에 이른다.

- 전통과 현대가 함께 숨쉬고... 아름다운 우리 건축의 맥을 오늘에 되살리다.

김동수 고가

[고가 너머로 보이는 아시아출판문화 정보센터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보는 듯 하다.]

출판도시는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가 다시 태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인 『정읍사』가 이곳에서 다시 불리어지고, 허물어져가던 200여년 역사의 전통가옥이 되살아 났다. 정읍 김동수씨 작은댁 사랑채를 이전하여 서호정사(西湖情舍)라는 택호를 부여하니, 서쪽으로는 갈대샛강이 흐르고, 이 집을 옮겨 세울 때의 뜻인 ‘옛것의 지혜를 본받아 우리 시대 책의 문화를 일구어 나가자’란 상징에도 꼭 들어맞았다.

[김수근 건축문화상을 받은 바 있는 건축가 김병윤씨의 작품]

출판도시의 핵심 시설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이다. 심학산과 갈대샛강 사이에 거슬리지 않게 있는 모습이 자연과 건축이 함께 어우러지려는 책마을의 건축지침을 보는 듯하다. 관망에 따라 수중 도시와 지상 도시의 전망을 두루 갖춘 곳이다. 이 곳 1층에 출판도시의 명물 ‘지혜의 숲’이 있다. ‘나무가 책이 되고 책이 지혜가 된다’는 로고스답게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책의 향연 속에서 자유롭게 책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곳이다. 함께 보는 공동의 서재로 1관엔 학자, 지식인, 연구소, 2관엔 출판사, 3관엔 출판사, 유통사, 박물관, 미술관에서 기증한 도서들로 전시되어 있다.

갈대샛강

[갈대샛강]

흰색 미메시스 건물

[미메시스 건물]

지혜의 숲 책장

[지혜의 숲]

지혜의 숲에서 책 읽는 사람들

[지혜의 숲]

- 감춘 것 보다 잘 보이는 것이 없고, 조그마한 것보다 잘 드러나는 것이 없다.

안중근 흉상

[안중근 흉상]

[응칠교 : 가슴과 배에 점 일곱 개가 있어 북두칠성의 기운에 응해 태어났다고 하여 붙여진 안중근 의사의 아명을 딴 다리]

[응칠교 : 가슴과 배에 점 일곱 개가 있어 북두칠성의 기운에 응해 태어났다고 하여 붙여진 안중근 의사의 아명을 딴 다리]

이기웅 이사장은 절제와 균형, 사랑으로 충만한 지혜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안중근의 정직과 의지를 늘 되새겼다. 그의 저서 「안중근 전쟁 끝나지 않았다」가 눈길을 끈다. ‘많이 팔려고만 하는 시장 논리를 버릴 때 말이 바로 서고 책이 바로 선다’는 이기웅 이사장님의 어느 인터뷰 말씀처럼, 출판도시는 착한 책의 농부들이 농사짓는 곳 이다.

어린이 하면 소파 방정환 선생님을 쉽게 떠올리지만 아동문학가 마해송 선생님을 아는 이는 드물다. 출판도시에는 어린이를 사랑했고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화 「바위나리와 아기별」이란 작품을 쓰신 마해송 선생님을 기리는 ‘마해송 아동문학비’가 있다. 문학비, 징검다리 디딤판, 바위 같은 상자, 예순한 개의 작은 별이 빛나는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하고 건립한 작품이다. 해마다 5월 어린이날 즈음이면 어린이 책 잔치가 열리니 어린이를 향한 출판도시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축제이다.

마해송 아동문학비

[마해송 아동문학비]

- 도시의 명문이 되다

출판도시는 이제 전통이 되었다. 종합 미디어 시티를 꿈꾸며 달려온 인고의 30년 세월이 흐른 것이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출판인들이 찾는 곳이 되었으며, 건축학도들이 ‘반드시 방문해야할 장소’이기도 하다. 450여 업체가 책, 사람, 생태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문화 공동체를 이루며 책의 가치와 소중함을 세계로 이어주기 위해 오늘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출판도시 가는 법
◎ 대중교통
서울→파주출판도시(은석교사거리 정류장 하차)
2200번 합정역→파주출판도시(자유로 직행)
200번 합정역→일산신도시→교하신도시→파주출판도시
◎ 승용차
서울에서 일산, 통일동산 방면으로 자유로 타고 이동. 장월 IC에서 파주 출판도시 진입로 이용


취재 : 이은경 시민기자

작성일 : 2018-9-17 조회수 :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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