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7일 (목)
역사와 전통
씨줄과 날줄의 섬세한 엮음, 도래멍석 달인
3대에 걸친 고부의 맷방석 짜기
짚풀 공예 공모전이 발굴한 맷방석 장인
멍석, 맷방석, 둥구미, 씨오쟁이, 알둥어리, 짚신, 꼴망태기…. 지금은 아무도 불러주지 않지만 그 이름만 들어도 정겨움이 밀려온다. 반만년 역사를 농경민족으로 살아 온 우리민족은 짚과 풀을 이용하여 농경생활에 쓰이는 용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해 왔다. 짚과 풀로 만들어진 용구에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가 담겨 있다. 가볍기도 하거니와 통풍이 잘 돼 이동하거나 곡식을 저장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보관도 편리하다. 멍석은 말아두고 망태는 걸어두었다. 여기에다 수명을 다해 버려져도 전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았다. 최초 농경이 시작되면서 늘 일상 속에 함께했던 짚풀 용구들이 이제는 먼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1970년대 들어 시작된 산업화는 각종 화학제품을 생산해 냈고 화학제품이 쓰기에 편하고 견고하다는 이유로 일순간 짚풀 용구들은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시골집 헛간이나 재래식 화장실 구석에는 정들었던 짚풀 용구들이 한 동안 걸려 있었는데 그 모습마저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는 농경관련 박물관이나 여느 한식집 장식으로 꾸며진 짚풀 용구들을 볼 수 있을 뿐이다.
1998년 파주문화원에서 개최한 파주시 짚풀 공예품 공모전은 사라져간 기억 저편의 편린들을 하나하나 다시 되살리는 단초가 되었다.
멍석에 맷방석, 둥구미, 짚신, 지게, 싸리삼태기, 망태, 심지어는 일제시대 일본인들에 의해 공출됐던 가마니에 이르기까지 2백여 명의 노인들이 6백여 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그 결과는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시어머니 손놀림 기억 되살려 멍석 짜다
출품된 작품들의 면면을 보니 어느 것 하나 힘들이지 않고 만들어진 것은 없었다. 작품들 중에는 눈에 띄게 정교한 작품들이 여러 점 있었다. 씨줄 날줄의 규칙적인 엮음은 말 그대로 훌륭한 초고공예가의 실력을 엿 보게 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월롱면 도내4리의 심경임 씨가 출품한 맷방석은 여성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맷방석에 그대로 표현된 훌륭한 솜씨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첫 해에 심경임 씨가 출품한 맷방석은 은상을 수상하였고 해 마다 출품된 작품은 본 상 입상에서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심경임 씨는 2002년 전통 짚풀 공예 기능을 보유한 파주시무형문화유산 제2호로 지정되었다.
올 해 87세가 된 심경임 씨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건강한 편이다. 18살의 나이에 건너마을로 시집 온 그는 시어머니의 맷방석을 만드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젊은 새댁 눈에 시어머니의 맷방석 짜는 일은 매우 신기하고 호기심 가는 일이었다. 그래서 시어머니의 손놀림을 유심히 지켜보았던 기억을 되살려 맷방석을 만들기 시작했다. 20여 년 만에 다시 거친 짚을 다듬고 싸리나무 껍질을 벋기고 이것을 엮어내는 일은 간단치가 않았다. 보름 넘게 걸리는 맷방석을 짜고 나면 손끝에서 피가 나는 일도 있었다.
그러던 중 짚풀 공예품 공모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첫 출품한 작품이 은상을 수상하게 되자 심경임 씨 가족들은 너무 기뻐 동네잔치를 벌이기도 했단다. 이제는 겨울철만 되면 가을걷이에서 장만해 둔 짚으로 맷방석, 씨오쟁이. 도래멍석 등을 짜는 게 일이다. 만들어만 놓으면 주위에서 예쁘다며 달라는 성화에 못 견딜 지경이라고 한다. 시집와 시어머니가 맷방석 짜는 것을 보고 그 기억을 더듬어 이제는 맷방석 짜는 일에 달인이 된 심경임 씨는 요즘 큰며느리에게 맷방석 짜는 일을 가르치곤 한다.

시어머니에서 며느리까지 3대 잇는 짚풀공예가
올 해 67세인 며느리 박정순 씨는 시어머니 옆에서 짚을 다듬고 새끼를 꼬아주다가 시어머니 솜씨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손놀림이 수월치 않을 때는 “처음부터 잘 되려고? 자꾸 해봐야지.”하는 시어머니의 호통도 들어가며 열심히 배웠다. 심경임 씨는 가능하면 며느리에게 맷방석 짜는 일을 전수해 주고 싶다고 한다. 시집와 시어머니께 배운 것이니 이제 며느리가 이 일을 배우면 3대에 걸쳐 고부가 전수받는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을 배운다 해도 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다. 기계가 벼를 베기 때문에 공예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낫으로 벼를 베어 따로 짚을 구해놔야 하기 때문이다.
심경임 씨는 겨울철 도내4리 노인정의 풍속을 바꾸어 놓았다. 심경임 씨가 공모전에서 연속 입상을 하자 동네 노인들은 겨울철만 되면 노인정에 둘러앉아 짚풀 공예품 만드는 일에 열심이다. 그 덕에 같은 동네의 장춘금 할머니와 이재환 할아버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공모전에 입상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짚과 풀로 만들어진 용구들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앓고 있다. 이제는 기억 저편으로 잊혀진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짚풀 생활용구들이 새삼 그리운 것은 왜일까?
글 / 이윤희(파주시 문화예술진흥위원회 전문위원)
작성일 : 2006-11-22 조회수 : 9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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