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9일 (일)
소통과 나눔
왕 벚꽃 피어난 꽃그늘 아래
˝바다 속에 꽃잎처럼 흩어져 갇힌 영혼들을 위로라도 하려는 것일까˝

사람들은 긴 겨울을 지나오며 따스한 햇볕과 부드러운 바람과 씨앗을 밭에 뿌리는 일을 은연중에 기다리게 되는지 봄이 오길 손꼽아 기다린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베란다 아래 산수유나무 한그루를 매일 아침마다 창문을 열고 내려다보았다. 올해는 나무늘보처럼 느리게 느리게 걷고 싶은 봄이었을까? 3월에도 폭설이 내리고 바람은 차가워서 겨울이 가기 싫다고 심술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양지쪽의 작은 생명들도 싹을 틔우려다 놀라 자꾸만 움츠려들고 있었다. 흐리고 우중충한 날씨도 한몫 거들며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우울하게 하고 있었다. 때가 되었는데도 노란 산수유는 봉오리를 툭 터트리지 못하고 며칠이 지나도 그대로 있었다. 꽃받침 몇 겹을 뚫지 못하고 노란 병아리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저 아래 남쪽에서 꽃 소식이 들려올 때도 목련의 가지 끝에 매달린 통통한 꽃눈은 찬바람에 휘둘리다 피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했다. 한 나무에서 흰 꽃과 붉은 꽃이 같이 피는 매화나무도 신기해서 사진을 찍으려 산책길에 들를 적마다 아직도 개화의 시기를 늦추고 있었다.

오래도록 기다리다 만나는 친구가 귀하고 반갑듯이 꽃들도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것일까? 안타까운 심정으로 누군가가 그리워해주는 마음을 봄도 느끼고 싶었던 까닭이다. 빌라단지 입구에서부터 양쪽으로 심겨진 왕 벚꽃도 개화 시기가 늦어져서 해마다 열리는 꽃그늘 아래 야시장도 흥미를 잃었다.

입주한지 10여 년이 지나가니 이쪽저쪽 어우러진 벚꽃무리가 드디어 손을 맞잡았다. 꽃 터널이 생긴 것이다.
“꽃이 피면 어지간히 예쁠 거야”
“올해는 정말 더더욱 화사할거야”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한마디씩 한다.

천안함 사건이 터지며 아! 꽃들도 예지능력이 있어 흐드러지게 피는 것을 자제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미치기도 했다. 바다 속에 꽃잎처럼 흩어져 갇힌 영혼들을 위로라도 하려는 것일까?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화르르 벚꽃이 피워 물었다.

어디서 왔는지 벌들은 꿀을 빨고 꽃 터널을 달리는 자동차도 소리마저 가볍다. 어린아이들이 꽃 속으로 빨려들 듯이 깔깔거리며 언덕길을 오른다.

한 송이 꽃을 피워 물기도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것이란 걸 깨닫게 된다. 사람이란 더 무엇하랴! 기다린 만큼 봄은 곳곳마다 꽃으로 한 아름 선물을 안겨주며 사람들을 다독인다.

멀리 여의도까지 행차할 필요도 없이 함박웃음으로 나를 맞는 꽃 터널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이 봄을 만끽한다.

○ 글 신현임 hyoja5712@naver.com
            1957년 파주에서 태어나 탄현면에 살고있다. ‘08년 동서커피문학상 시부문 동상 수상경력이 있으며,  
            현재 파주문협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작성일 : 2010-04-26 조회수 : 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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