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9일 (일)
소통과 나눔
‘희망’ 그 용기 있는 이름이여
2009 경기도 희망근로사업 체험수기 공모전 수상작

‘젊음이란 무엇인가. 무엇이라도 도전하는 정신에 젊음은 시들지 않는다.’
난 이 말이 좋다. 나이가 많고 적음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칠순의 할아버지다. 옛날 같으면 자식들 봉양 받으며 안방을 차지하고 앉아 있을 노인 이였을 테지만 세상이 좋아지다 보니 지금은 환갑이면 청춘이고, 칠순의 나이라 해도 안방지기 노인으로 전락하기엔 너무 아쉬움이 남는 그런 나이다.

2009년 5월. 희망근로자 접수를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을 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저소득층의 단기 일자리 창출과 전통 재래시장 등의 활성화라는 목적

아래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시작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이미 뉴스보도를 통해 알고 있었다. 칠십이라는 나이가 적은 것이 아니기에 젊은 사람들이 신청을 많이 해서 안 되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신청을 하게 되었다.

내 나이 육십부터 치매의 노모를 모시며 꼼짝도 못한 채 봉양하다가 2007년. 아흔이 훨씬 넘은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일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마땅히 받아주는 곳이 없어 경로당을 소일거리 삼아 지내던 터였다.

서두가 너무 길었나 보다. 그렇게 난 6월 달부터 희망근로에 한 일원으로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너무 기뻤다.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직장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고 채용하는 곳도 없었다. 그래서 희망근로 일자리는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내 또래의 동년배들도 꽤 많았다. 그들도 모두 나와 같은 이유나 이런저런 사연이 있으리라!

나는 파주시의 중점 사업인 돼지풀제거사업팀에 배정되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도 솟았다. 모든 부모들이 다 비슷하리라. 자식들이 있어도 다 먹고 살아가기에 바쁘고 손자들 교육시키는 것만으로도 늘 어려운 형편을 호소하는데 거기에 대고 생활비를 달라고 내밀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걸 말이다. 비록 6개월간의 단기 일자리지만 내가 일해서 당당히 돈을 벌 수 있음에 그래서 더욱 소중했다.

출근 첫 날은 팀 배정과 함께 안전교육이 진행되었다. 외래식물의 일종인 돼지 풀은 그 생명력과 번식력의 속도가 굉장하여 우리나라의 토종식물이 자랄 수 없게 해 결국 생태계의 교란까지도 일으켜 생태계를 위협하는 위험한 식물이어서 꼭 제거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또 일에 특징상 낫이나 예초기 등을 사용하는 작업이기에 안전장비 착용과 함께 충분한 휴식도 취하라는 팀장의 안전교육을 받고서야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돼지풀은 정말 많았다. 축사 주변에는 그야말로 풀이라 하기엔 왠지 어울리지 않을 만큼 나무처럼 크게 자란 모습이 정말 흡사 돼지 같았다. 그래서 돼지풀이라 이름 지어 졌을까? 열심히 일하고 난 후의 점심은 꿀맛 같았다. 삼삼오오 그늘에 앉아 집에서 싸온 도시락들을 펴놓고 모두들 맛있게 먹는 이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듯 옛 추억도 아련히 떠올려 졌다. 담당 팀장은 거의 매일 현장에 나와 격려해 주었고 안전을 당부했다. 충분한 휴식을 꼭 취하라는 세세한 배려엔 참 고마웠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 내가 땀 흘려 일을 해서 받는 정당한 보수는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불꽃이 됐으리라. 희망이란 단어는 언제 들어도 밝고 힘차다.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지금 내 나이에 희망이란 말을 얼마나 품고 살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희망이란 단어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앞날을 살아갈 때 원동력이 되어준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고뇌가 있더라도 희망을 가슴에 두고 사는 한 사람들의 미래는 희망차다.

함께 일을 해 나가면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있었다. 다 안전 불감증에서 온 사고였다. 지난 8월에는 동료 중에 한 사람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일을 하다 예초기 칼날에 다리를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순식간의 사고였다. 얼마나 놀랬던지......, 사고소식에 담당팀장과 공무원은 사색이 되어 달려왔고 그래서 더 미안했다.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벌어진 사고였기 때문이다.

이제 희망근로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시작했을 때의 마음과는 달리 중간 중간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동료들과 함께 격려해준 팀장님께 너무 감사하고 어느 새 다섯 달을 보내고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다는 아쉬움에 하루하루 출근하는 발걸음이 더 힘차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가슴에 희망을 심어주고 희망을 품고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희망'! 이 얼마나 밝고 긍정적인 단어인가?  

흔히들 약해보이고 보호해 주고 싶은 여성을 보고 코스모스 꽃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다. 코스모스는 비록 외형은 아주 하늘하늘한 것이 쓰러질듯 약해보이지만 아주 척박한 땅에서도 꽃을 피우는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강함이야말로 희망을 낳는다. 비록 단기간의 일이였지만 내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행복을 준 희망근로. 함께 일한 동료들 모두가 행복하길......,

○ 글 : 이정해
         1939년 3월생,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했고, 2009 경기도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장려상 수상
         현재 조리읍에 거주함.

작성일 : 2010-01-11 조회수 : 4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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