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2일 (수)
소통과 나눔
100은 새로운 출발
숫자 100이 가지는 의미

숫자는 수를 드러내는 글자이다. 그러나 숫자가 단순히 수로서만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병원이나 숙박 시설 등의 건물에서는 ‘4’라는 숫자 사용을 꺼린다. 넉 사(四) 자의 발음이 죽을 사(死) 자와 같은 동음이의어인 까닭이다. 살기 위해 들어간 병원에서 죽음을 암시하는 숫자가 연상된다면, 금기시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비슷한 예로, 서양에서는 ‘13’이라는 숫자를 불길하게 여긴다. 예수의 13번째 제자 유다의 배반에서 비롯됐다 하는데, 그래서인지 항공기에 13번 좌석은 없다. 12개월, 12시간, 12간지, 예수와 부처의 12제자 등의 예를 들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12’가 기본적인 숫자라는 말도 설득력이 있다.

100 역시 99의 다음 수로서 백(百)만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백과사전, 백만장자, 백배사죄 등은 숫자 99 다음의 100이 아니라 아주 많음을 뜻하는 말이다. 백성도 백 가지 성이라는 말이지만 국민을 뜻하고, 백관도 모든 벼슬아치를 뜻하는 말이다. 백화점 역시 다양한 물건을 파는 상점을 말한다. '백'은 완전함, 충족, 극에 다다름의 의미를 지닌다.

백은 희망을 뜻하기도 한다. 예컨대 아기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하는 통과의례가 백일이다. 요즘에는 백일을 치르는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됐지만, 예전에는 첫돌 못지않은 큰 잔치였다. 그만큼 세상에 태어나서 100일 동안 살아내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이때가 지나야 출생신고를 해 호적 나이가 실제보다 어린 경우가 많았다. 말하자면, 백일은 한 아이가 죽지 않고 새로운 존재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잔치로, 한마디로 젖먹이의 백수(百壽)인 셈이다. 백일떡을 백 집에 나누어 주면서 얻어온 천으로 옷을 만들어 입히면 100살까지 살 수 있다는 것도, 불가능(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에는 더욱 100살까지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에 대한 인간의 소망에서 비롯된 속신인 것이다.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고 싶어 할 때 환웅이 햇빛을 보지 말라고 한 기간도 100일(단군신화)이다. 이때 역시 백은 숫자의 개념이라기보다는 동물의 탈을 벗고 인간으로 환생하는 데에 인고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동물이 인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가정은 설정 민담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 대표적인 동물이 여우이다. 여우는 미녀로 둔갑해 남성들을 유혹한다. 사람들의 간을 100개 먹어야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우는 늘 한 개를 놓치고 말아 사람이 되지 못한다. 여기서의 백은 완성시킬 수 없는 불가능한 숫자임을 암시한다. 백까지 이르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지만, 백까지 오를 수는 없다(동물이 인간이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슬람 국가에서도 인간은 99까지만 세도록 했는데, 이는 100이라는 숫자를 만드는 나머지 1은 신의 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신의 도움 없이는 인간이 100에 이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100은 신성한 숫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이 100에 이르렀을 때이다. 그야말로 신의 도움을 얻어 100을 이루었을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숫자가 바로 '1'이다. 처음 시작의 1이 없어져 버리면 그 뒤에 있는 '0'은 아무리 많아도 아무 소용이 없는, 말 그대로 '0'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 글 : 송년식 meenewawa@hanmail.net
          현대그룹 편집장을 지냈으며 시인, 아동문학가로서 강의와 집필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분홍 양말 신은 작은 새》, 《물새와 산새》등이 있으며, 수많은 위인전을 펴냈다.
          한국아동문학상, 자유문학상 등 수상

작성일 : 2009-12-22 조회수 : 6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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