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2일 (수)
소통과 나눔
살갑고 정다운 숲속 예술공간
자연 안에 인간의 가장 위대한 산물인 도서관과 예술공간이 들어왔다
 

도시에 숲이 있다. 그리고 그 숲속에 예술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은 다름 아닌 ‘교하아트센터’다. 인간은 편리와 자유 그리고 아름다움을 모두 추구하는 자이기에 이러한 구조는 가능해졌으리라. 파주 특히 교하는 북녘과 가까워 늘 그리움을 지닌 땅이면서도 한강과 임진강이 교묘하게 만나 또한 활기가 도는 곳이기도 하다.

그 고요한 생명력이 응축되어 있던 곳에 언제부터인가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들어와 거대 도시가 만들어졌다. 내가 본 교하는 다른 신도시들보다도 자연과 가까운 곳이었다. 그리하여 그곳에서는 숲과 나무, 풀벌레와 야생화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것은 그 자연 안에 인간의 가장 위대한 산물인 도서관과 예술 공간이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우리 ‘공가공갈단’은 ‘도시 속 빈 집’을 들고 이 공간을 찾아왔다. 우리 전시의 컨셉트는 메가로폴리스(거대도시)에서 쓸쓸하게 사라져가는 옛 집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이 변하면서, 과거의 사람들이 삶을 나누고 호흡을 내뿜었던 옛 집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남은 자들은 그 집과 그곳에 두고 온 기억들을 추억하며, 쓸쓸함에 빠져들곤 한다. 집은 단지 잠을 자고, 생활을 영위하는 곳만이 아니다. 누군가의 시간이 모래 한 알, 흙 한 톨에까지 녹아들어 진득한 기억과 추억을 만들어내는 위대한 공간인 것이다.

600년의 시간을 버텨낸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에서 이미 두꺼비의 옛 집들이 자취를 감추고 새 집들이 들어서온 모종의 과정들은 여러 번 진행되어왔다. 하지만 그 사라지고 생성되는 과정들이 자연의 이치에 따라 진행되지 않을 때 우리네 가슴에는 크나 큰 생채기가 남게 된다. 우리가 반성하고 되뇌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생채기에 대한 것인 지도 모르겠다.

교하에도 원주민들의 삶이 있었고, 그들의 기억이 담긴 집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공가공갈단’이라는 이름으로 교하를 방문한 것은 가장 세련되고 편리한 모습으로 들어선 거대도시에 과거의 기억을 선물하고 싶어서였다. 우리가 가장 현대적이고 새롭다 여기는 현재의 모든 것들도 언젠가는 고리타분한 과거의 유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으로 이곳을 방문한 우리는 또 다른 놀라움을 느끼고 말았다. 교하는 그저 과거를 뒤엎고 첨단의 것들로만 채운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와 곧게 뻗은 도로와 함께 그곳에는 숲이 있었고, 풀벌레가 있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는 모두 과거 교하의 모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우리가 언제나 명심해야 할 것은 무시하고 지운다고 해서 과거의 기억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고로 도시 속에 숲이 들어서고, 그 숲속에 다시 예술 공간이 들어온 교하의 이 구조는 반근대적이면서 친환경적인 시스템으로 앞에서 말한 진리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아직도 싱그러운 공기를 담고 있는 곳,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볼 수 있는 곳 그리고 아스라이 번져오는 안개에 로맨틱하게 휘감길 수 있는 곳,
교하는 매력적이며, 예술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이곳에서 펼쳐지는 각종 예술의 향연은 도시의 매력을 더욱 깊게 하리라 확신한다. 드디어 오랫동안 응축되어온 고요한 생명력이 세상 밖으로 싱싱한 에너지를 내뿜을 때가 온 것 같다.


○ 기 고 : 김지혜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하고, 숙명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수료했다. KTF갤러리 디 오렌지를 거쳐 
    현재 갤러리 '그문화' 큐레이터로 재직중이며, 독립큐레이터로 이번 교하아트센터에서 ‘공가공갈단’을 기획하여
    전시하였다.

작성일 : 2009-12-8 조회수 : 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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