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2일 (일)
소통과 나눔
나의 꿈 나의 문학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던 나는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다. 선생님이 되려면 아는 것도 많고 착해야 된다는 막연한 생각에 이 책 저 책 많은 책을 읽게 되었고, 한창 감수성이 넘치던 사춘기에는 문학서적을 탐독하며 시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꿈은 사람을 한없이 푸르게 하는 것일까. 시인이 되고 싶은 꿈을 꾸면서 세상은 아름답게만 보였고, 사는 게 온통 꽃빛이었다.
별들이 총총 돋는 밤하늘 아래 윤 동주의 서시(序詩 )를 읊으며 시심(詩心)을 키웠고, 김 소월의 진달래꽃을 읽으며 꽃과 풀과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참으로 그 시절 나는 많은 시를 읽으며 문학의 길을 동경했다. 그러나 꿈은 좇아 갈수록 산 너머로 달아나는 무지개처럼 멀고 먼 신기루였다.
결혼을 하고 파주에 살면서 시부모님 모시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일상에 쫓기며 살았다. 때때로 나의 잠자던 자의식(自意識)은 잃은 꿈을 아쉬워하며 기나긴 밤을 잠 못 들게 했다. 그런 다음 날이면 통일로 코스모스의 해맑은 미소와 하늘 높이 당당하게 서 있는 은행나무 가로수들이 아직도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 생기가 넘치고 있음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나의 꿈도 저 푸른 하늘에 유유히 떠가는 흰 구름처럼 자유로울 수 있기를 소망했다.
꿈은 무엇을 먹고 성장하는 것일까? 세월의 흐름 속에서 나의 싱싱하던 예술적 감성(感性)도 조금씩 무디어 가고 가장 순수했던 시인의 꿈도 사위어갈 무렵, 파주에 문인협회가 창립되었다. 16년 전, 당시 회원으로 동참하면서 나의 문학에 대한 열정은 또 한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우리 파주가 여러 분야에서 눈부시게 발전하여 전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지자체가 되었지만 문협이 우리 지역에 뿌리내릴 그때는 오랜 접경지역의 군사문화가 살벌하고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였다. 초대 파주 문협 회장이던 이동륜 선생님과 부회장이던 홍승희 선생님, 고 원희석 선생님은 문학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파주문학을 위해 헌신한 분들이며, 오늘날 내가 문단에 등단하여 한사람의 시인(詩人)이 되게 지도해 주신 분들이다.
창립 후에도 수년 동안 파주의 문학세계는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지금은 70여 명의 큰 단체가 되었지만, 그때는 10여명의 회원들이 마음을 모아 그야말로 무슨 투사나 된 것처럼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동토(凍土)에 한 그루 문학의 나무를 심고 무성하게 가꾸기 위해 열(熱)과 성(誠)을 다 바쳤다. 특히 문학교실을 개설하여 문학 지망생들을 가르치시던 이동륜 선생님의 모습은 오래도록 우리 회원들의 가슴에 감동으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귀감(龜鑑)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학은 사랑이다,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곧 문학이다, 글은 마음의 거울이다, 글쓰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정의 행복이다, 문학은 그 사회의 등불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들이다. 살 맛 나는 사회는 문화와 문학의 숨결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면서, 이러한 가르침은 오래오래 내 삶의 나침반이 되었다.
회고해보면 당시는 문학인들의 공간이 전혀 없던 때라서 목련 꽃이 흐드러진 시민회관 앞 공원, 도서관, 찻집, 회원들 집에서 문학모임을 가졌다. 때론 문학 강연을 열고 시 낭송 무대를 마련하기도 했는데, 나는 시 낭송을 그런대로 잘하는 편이어서 많은 칭찬과 박수를 받았다. 그때의 감동과 우쭐하던 기분이 내가 문학수업에 박차를 가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하여튼, 오직 글 쓰는 것이 좋고 사람이 좋아 며칠 동안 못 만나면 서로를 그리워하고 만나면 따뜻한 정담이 넘쳤다. 이러한 인연이 없었다면 어찌 내가 문향(文鄕) 파주에 , 그리고 한국의 문단 말석에 시인이라는 영광된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었겠는가?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나는 파주시 시의원에 당선되었다. 이 또한 내가 갈고 닦은 문학의 길처럼, 시민을 사랑으로 섬기고 시민의 기쁨과 아픔이 무엇인지, 시민의 품속으로 파고들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나는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배우고 관내 학교와 사회복지 기관, 정당에서 소리 없는 봉사를 해 왔다. 앞으로 좋은 시를 시민에게 선사하는 시인으로서, 시민의 행복한 살림을 보살피는 시의원으로서 성실히 임할 것을 약속드린다.

전미애 의원은 파주시 최초로 여성 시의원에 당선돼 파주시의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작성일 : 2006-12-14 조회수 : 11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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