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4일 (화)
소통과 나눔
초심으로 돌아간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앞차 뒷유리에 붙어있는 각양각색의 메시지를 본다.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약간의 양심을 비치기도 하고 ‘아기가 타고 있어요’ 또는 ‘할머니(할아버지)가 운전하는 차입니다’라는 애원형의 글도 있다. 여성운전자가 흔치 않던 시절 남성운전자들의 여성비하적인 발언 “집에서 밥이나 하지 뭐 하러 길 복잡하게 싸돌아다녀”라는 말에 대응하는 글로 ‘밥해놓고 나왔어요’라는 애교 섞인 멘트는 한동안 운전자들의 미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파주시가 군사도시여서 군용차량들이 바쁜 시간에 민폐를 끼칠 때가 종종 있다. 40km도 안 되는 속도로 양쪽 차선을 다 점령하고 거북이 속도로 가는 차량 뒷면에 ‘이 차는 여러분의 아들이 타고 있습니다’라는 모성 유발형의 문구가 씌어져 있어서 “그래서? 어쩌라고?” 곧잘 이런 말이 툭 튀어나올 것 같은 자극을 받을 때도 있다.
군부대 앞 차단기에 붙어있는 지시판을 보면 ‘시동꺼’, ‘라이트꺼’, ‘멈춰’ 모두 반말이다. 군사용어라 생각하면 지나칠 법도 하지만 모정을 유발하는 차량 후면의 멘트와는 너무 감정을 달리하고 있다.
초보운전자들의 이런 멘트들은 법적으로 꼭 초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규제가 있고부터 더욱더 다양해진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행여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몇 년 전에 이런 시도를 해본 적이 있다. 내 운전석 핸들 아래에 조그맣게 ‘안전거리 확보’, ‘끼어들지 말기’, ‘양보하기’, ‘과속하지 않기’등등 기본적인 교통안전 규칙들을 적어 붙여 놓고 운전을 한 적이 있었다. 남에게 ‘이렇게 하십시오’라기 보다는 ‘내가 이렇게 지켜야지’ 하는 나름대로 훌륭한 생각이었다고 자부하면서 시행했던 일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것은 나의 큰 오산이었다는 것을 느끼고 한 장씩 떼어내기 시작했다. 양심선언 파괴였다. 도로교통법상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운전하다보면 뒤에서 번쩍거리는 라이트와 경음기를 울리며 끼어드는 차량들이 내 인내심을 여지없이 무너지게 한다. 차라리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맞추고 나도 그렇게 해야 질서가 지켜지는 것 같은 착각이 현실이 되고 있었다.
주차 문제만 해도 그렇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주차 공간이 마땅치가 않아서 아예 건물 뒷켠에 있는 카센터에 월주차를 하고 있지만 사무실 마다 두세 대 차량이 있어서 아래 공간은 거의 주차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아래층은 주로 요식업이 들어와서 차량 교체가 빈번하니 영업방해를 할 수 없는 노릇이고, 한두 차례 꼭 주차문제로 시비가 있곤 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몇 곳에 무료 공영주차장이 설치된다고 홍보가 되고 그것이 무슨 큰 영향이 있을까도 생각했는데, 바로 앞 주택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20여대가 충분히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부터 주차 전쟁이 서서히 끝났다. 몇 군데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곳에 무료 공영주차장이 자주 눈에 띈다. 목적지에서 조금만 걸으면 주차시킬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복잡해서 좁아 보이던 시내 도로가 훌쩍 넓어 보이는 것은 그만큼 무인단속카메라 설치나, 또는 무료 공영주차장의 확보가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크게 의식화 되어가는 파주 시민의 양심이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모든 것에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처음 면허증 받아서 도로로 나왔을 때를 생각하자. 빨강, 파랑, 노랑의 신호등 변화에 민감하게 당황하던 발끝의 흥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운전석 핸들에 기본적인 교통법규들을 다시 붙여 놓아야 할까 보다.
또 사방으로 열려지는 신작로들…. 머지않아서 임진강 관광도로가 자유로에서 이어져 강원도로 빠르게 간다.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 바쁘게 뛰는 파주의 역사에 누가 되지 않는 경기58 넘버의 자존심을 지켜야겠다.

글 / 권오영(한국문인협회파주지부 회장)
작성일 : 2006-11-22 조회수 : 10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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