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2일 (목)
신나는 파주
가족과 함께 떠나보는 파주의 산① 월롱산
삼국시대부터 적군 막았다니… 가족 위해 애쓰는 당신 닮았네
"유선아! 산에 가자."
봄이 오는 길목의 휴일, 가족끼리 산에 오릅니다. 마음은 언제나 아이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경험케 해주고 싶지만 아빠, 엄마가 모두 일을 하다보니 그동안 가족끼리 오롯이 여행 한 번 같이 가는 일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부모가 함께 해주지 못하는 시간을 혼자 알아서 보내는 딸이 대견하면서도, 한편 늘 미안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가 너무 빨리 훌쩍 커버린 것 같습니다. 부모에게 점점 멀어져 친구나 컴퓨터, 텔레비전에 빠져드는 아이를 지켜보며 위기감마저 듭니다. 의식적으로라도 딸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 5학년이 된 딸에게 적어도 매달 한 번 엄마와 함께 하는 산행을 제안했습니다.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도모하기에 산행만큼 좋은 활동도 없을 듯 합니다. 무엇보다 딸에게는 단순한 가족나들이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고장 ‘파주의 산’을 직접 찾아보고 산이 지닌 고유의 역사성과, 지리적 특성을 알아본다는 목표가 동기부여의 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
첫 산행지는 집에서 가까운 '월롱산'입니다. 해발 229m 높이의 월롱산은 산세가 험난하지 않고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가족 산행지로 어울리는 산입니다. 월롱산은 고령산 북맥벌판 가운데 우뚝 솟은 산정에 배가 떠나는 모양의 형국이 있는데 마치 반달과 같다하여 호칭되었다고 합니다.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산줄기 아래에는 많은 공원묘역이 있고, 산의 남쪽 아래 넓은 지역에는 군부대가 보입니다. 포근하고 부드러운 햇살이 산행을 하기엔 안성맞춤의 날씨였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일찍 찾아가서인지 아쉽게도 활짝 핀 봄꽃은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 높거나 험난하지 않은 산이라고 얕잡아 봤더니 월롱산성을 향해 가는 길이 산행 초보자에게는 결코 녹록지 않았습니다. 숨이 차오를 무렵 고맙게도 정상부가 나타납니다.
"여기가 백제시대 산성이 있던 곳 맞아요? 산성이 있던 곳이 정확히 어디에요?"

딸의 기습 질문에 순간 당황합니다. 아빠, 엄마 역시 우리 문화에 대한 지식이 그다지 풍부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책으로만 읽었던 '삼국사기' 의 역사적 배경지에 와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딸은 흥분되는 모양입니다만, 부모의 체면은 말이 아닙니다. 다행히 월롱산성지에 관한 안내문이 눈에 띄어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월롱산성지(月籠山城址)
경기도 기념물 제196호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산138
월롱산성은 삼국시대 백제가 한강유역을 중심으로 국가를 건국한 4세기 전반 경에 임진강과 한강의 하구 지역을 통제하던 초기 백제의 주성이다. 월롱산이 위치한 곳은 북쪽으로는 임진강과 내륙지역, 서쪽으로는 임진강과 한강이 합류하여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요충지로 성의 외벽은 수직의 절벽을 이루고 있으며 성의 내부는 평지성처럼 가용 면적이 매우 넓어 천연의 요새라 할 수 있다. 월롱산의 지표조사 결과 3세기에서 4세기 중반의 회청색 격자문자문 토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역사적으로 백제의 전성기인 근초고왕 때 이 산성이 주로 활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성의 형태는 월롱산 정상부의 내성과 동쪽으로 뻗은 능선을 따라 가위모양으로 둘러진 외성으로 구성되고 있는 전형적인 테뫼식 산성으로 성곽의 길이는 1,315m, 면적은 33,232㎡에 달한다. 월롱산성은 삼국시대 한강유역을 중심으로 영토분쟁을 벌였던 시기에 한성백제의 전략적 기능과 문화상을 살펴 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월롱산성은 산 정상부의 내성과 함께 동쪽 능선 모양을 따라 둘러진 외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산에 테를 두른 듯 성을 쌓은 전형적인 테뫼식 산성입니다. 테뫼식 형태는 경기백제의 전형적인 축성방법이라고 합니다.암벽으로 구성된 산성의 서쪽은 깎아지른 듯한 경사가 90도에 가깝고 정상부에서 밖으로 거대한 암봉이 돌출되어 있는데 가히 위압적입니다. 어른 한 명이 겨우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따라 가면 지적 측량을 하는 기준점인 지적삼각점에 닿습니다. 이 길 위에서 조금만 방심하면 중심을 잃고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아 저절로 다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암벽 아래로는 야트막한 산줄기들이 줄줄이 이어지는데, 파주 서쪽의 낮은 산들 중에서 월롱산 만이 비교적 높은 산세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산 정상에 오르면 제법 조망권이 확보됩니다. 특히 임진강 건너편으로 북녘의 산줄기의 이어짐도 한눈에 들어오고, 월롱산 서편으로는 기간봉(246m)이 월롱산을 마주보고 있습니다, 또한 한강과 임진강의 합수점에 자리한 오두산(119m)이 이어지며, 서남쪽으로는 장명산(102m)을 볼 수도 있습니다. 월롱산 남쪽으로는 금촌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앞을 한강의 지류인 곡릉천이 지나갑니다. 산성의 내부는 마치 평지에 지은 성처럼 평지 면적이 매우 넓습니다. 말 그대로 천연 요새입니다.
산 중턱에는 고려 현종이 피신했던 피난처로 유명한 용상사(전통사찰 제88호)라는 사찰이 나옵니다. 고려 성종 12년(993)과 현종 1년(1010)에 이어 1018년에 소배압이 거느린 10만의 거란군이 개성까지 쳐들어오게 되자 현종은 민복차림으로 이 곳 월롱산까지 피신하게 되었고 다행히 강감찬이 귀주에서 승리하면서 나라안이 평정되자 현종은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절을 짓게 하고는 임금이 머물렀다는 뜻으로 용상사라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월롱산을 내려오며 수백 년의 역사가 숨쉬고 있는 백제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만큼 많이 훼손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월롱산을 오르며 곳곳에서 눈에 띄었던 은 채석장, 시민체육공원, 이동통신 기지국, 미8군용 헬기장 등을 보며 딸아이가 의아해 합니다. 왜 헬기장이나 폐타이어, 벙커나 토치카 등이 이 곳에 이렇게 많은 것이냐고 반문합니다. 문화유적지가 아니라 마치 서바이벌 장에 온 것 같다고도 합니다. 물론 큰 의미를 두고 한 말은 아닐 것이나,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마음보다 당장 눈앞의 편리성이나 이해관계를 좇는 어른들의 이기심을 딸아이가 꼬집는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첫 가족 산행을 마감하며 그래도 얻은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직접 가 보지 않았으면 결코 알 수 없었던 내 고장의 역사적 자긍심도, 서로의 손을 잡아 주며 산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 가슴에 묻어 둔 채 좀처럼 표현하지 못했던 가족애도, 자연스럽게 소통의 통로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산행이 절로 기다려집니다.
글 최연신 (시민리포터 chldustls@naver.com)
작성일 : 2008-04-8 조회수 : 1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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